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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마흔에 읽는 니체 - 장재형 본문

책 이야기

[책이야기] 마흔에 읽는 니체 - 장재형

추락천사 2022. 11. 2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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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흔이라는 단어는 40대에 접어든 나에게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엔 조금 무리가 있는 편이다. 그걸 노리고 지은 제목이라는 걸 알면서도 손이 가는 걸 어쩔 수 없었다. 거기에 '니체'라는, 몹시 철학적인 인물까지 더해지니 이 글을 읽는 다는 건 이미 정해져있던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기간이 2주가 넘는 시간이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일반적으로 한 권의 책을 읽는데 1주일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시간이 없어서 아예 읽지 못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1주일이면 한 권의 책을 마무리하는데, 이 책은 2주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이 정도면 어려운 주제의 책 중에서도 번역이 매끄럽게 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면 가장 오래 걸린 게 아닌가 싶다. 분명 열심히 읽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중간에 덮지 않은 건 그안에 담겨있는 글귀들이 마음을 건드렸기 때문이지 싶었다. 내 독해력이 떨어진건지 아니면 비문이 많은 건지 그것도 아니면 그저 니체라는 철학자에 대한 내 이해도가 떨어진건지 읽는 내내 집중력이 간당간당할만큼 떨어졌지만 거의 포기할 떄쯤 또 많은 생각이 드는 글귀가 나타나 다음 장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 우리 삶에서 지금 이 순간은 단 한 번밖에 없다.
-. 매 순간을 충실히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절은 즐기지도 못한 채 지나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게 얼마나 바보 같은지도 지겨울정도로 들어왔다. 하지만, 내 몸에 세겨진것마냥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게 너무나 익숙하다. 차라리 희생하는 거라면 그 의미라도 있을텐데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게' 당연하듯 살아간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쉬거나 여유롭게 살아간다면 억울하지 않을텐데 그렇지도 못한다. 왜? 냐고 물어봐도 정답이 없다. 그저 그런 삶에 익숙해져 버렸다. 

 

-. 우리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자기 나름의 이유와 의미를 찾아야만 하고, 삶의 어떠한 방식이라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 어떻게 해야 내 삶의 기준을 찾을 수 있는가?
-. 새로 쓰기를 기다렸던 다이어리의 첫 페이지에 새해에 이루고 싶은 결심을 적어 나간다. 이때 적어야 할 것은 삶에 관한 질문이다. 질문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지 못한다면 그에 대한 대답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이유'가 필요하다.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행동하는지 그 이유가 있어야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만의 이유가 있는지 고민해왔다. 니체가 말하는 '초인'까지는 아니어도 내 삶이 스스로 납득조차 못하는 이유를 가지고 산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난 그 만한 중심을 가지고 있는가 아닌가. 만약 지금 당장 나에게 이유를 말하라고 한다면 아마 가족이라고 답할 거 같다. 아내와 아이보다 내 삶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더 좋은 대답이 생각나지 않는다. 마흔이 주는 공허함이 있다. 이 책은 그 부분을 자극적으로 지적한다. 마흔에 다다른 사람들이 그 동안 외면해온 것들에 대해 나열하고 거의 고문하듯 들이밀며 마주보길 원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불편했고, 읽고 나서도 개운하지 않았다. 외면해온 게 아니라 다른 거라고 말하고 싶었도 상대방이 없으니 그 말을 그저 듣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피해자의 방어권이 무시된 일방적인 재판을 받는 기분이었다.  혹시라도 이 책을 읽는 마흔 초입의 누군가가 있다면, 너무 깊이 고민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잘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생각보다 잘 살아갈거니까. 그저 니체의 이름을 빌린 하나의 자기계발서 정도로 생각하자. 니체라는 이름이 주는 중압감에 너무 짓눌리지 말자. 이 책을 선택했거나 읽으려고 찾아본 사람이라면 그래도 될 만큼 열심히 살아왔을거라 생각한다.

 

[그 외 좋은 글귀]
-. 니체는 "위험하게 살아라! 도시를 화산 위에 세우고, 미지의 바다로 항해를 떠나는 위험한 삶을 선택하라"라고 말한다.
-. 삶을 힘들게 하는 것들을 쉽게 외면하지 마라.
-. 마흔이면 삶이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낯설 때가 많다.
-. 행복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달려 있다.
-. 터닝 포인트는 누군가가 나 대신 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 자신의 꿈보다는 돈과 명예를 좇으며 살아왔다.
-. 나답게 산다는 것이 바로 니체가 말하고 싶었던 초인의 삶일 것이다.
-. 삶에서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모든 것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태도
-. 가장 중요한 관계는 자기 몸과의 관계다. 몸이 아프거나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삶이 절대 당신이 원하는 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 이번 삶의 여행을 위한 영혼이 선택한 몸을 더욱 사랑하라.
-. 마흔의 우리는 다시 한 번 상승을 위해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 니체가 말한 대로 잠시 동안 정지의 시간을 갖는다면, 마흔은 인생을 변화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마흔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삶의 진정한 단계에 오를 준비가 된 것이다.
-. 중요한 건 탁자 위에 떨어진 주사위의 숫자가 아니라 일단 주사위를 하늘을 향해 던지는 주사위 놀이 자체이다.
-.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힘을 긍정하는 것, 고귀한 마흔이 가져야 할 태도이다.
-. 니체는 맹목적 의지가 야기하는 고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쇼펜하우어와 달리 고통은 단지 회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므로 직면할 것을 요구한다.
-. 너는 너 자신의 불길로 너 자신을 태워 버릴 각오를 해야 하리라. 먼저 재가 되지 않고서 어떻게 새롭게 되길 바랄 수 있겠는가! 라고 말한다.
-. 우리가 경험한 모든 것이 우리를 고귀한 인간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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