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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책이야기] 말의 품격 - 이기주 지음

추락천사 2020. 10. 3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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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은 가장 마음에 남는 작품을 고르라고 하면 단연코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 라고 말할 수 있다. 단숨에 일어 내려갔고, 몇 번을 머리속으로 곱씹어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의 문장들. 작가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행간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한동안 떠나지 않았다. 그런 작가가 새롭게 집필한 책을 접하는 기분은 다른 책들과는 마주하는 느낌이 다르다. 조심스럽고 진지해진다. 글을 읽는 내내 한 줄이라도 놓칠까봐 평소보다 조금은 더 천천히 읽게 된다.

너무 큰 기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 잠시동안의 시간에 나의 글 읽는 맛이 달라진걸까. 그의 말투와 문장은 변함이 없는데, 다가오는 온도에서 너무 차이가 컸다. 어쩌면 책을 펼치기도 전에 그의 글에 내가 선입견을 씌어놨는지도 모르겠다. 당황스러웠고, 아쉬움이 가득했다.

내용 자체는 말의 품격이지만 그가 글 안에서 전하고자 하는 건 대화의 품격이라는 게 더 잘 어울릴 거 같다. 말 이라고 하면 화자에 집중지만 대화는 화자와 청자가 함께 존재해야만 가능한 행위니까 말이다.

" 음, 그러니까, 존중은 상대방을 향해 귀를 열어놓는거야. 그리고 진심은 말이지, 핑계를 대지 않는 거란다. 핑계를 ...... " - p. 25

" 착한 독설, 건설적인 지적을 하려면 나름의 내공이 필요하다. 사안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말 속에 배어 있어야 한다. 말 자체는 차갑더라도, 말하는 순간 가슴의 온도만큼은 따뜻해야 한다. " - p. 196

대화를 하다보면, 종종 나를 설득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이 순간 내 말의 모순을 찾아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건 내가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의견을 인정하는 순간 내가 지는 거라고 생각하면 그때 부터 듣는다는 행위는 무가치한 일이 되버린다. 상대방의 말을 듣는 건 오직 내가 말하기 위한 준비 단계 그 이상도 의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조심하려고 한다. 그리고 조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조심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칫 자만심으로 보일것도 경계하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잘 되지 않는다. 인간은 대화를 하면서 성장한다. 그리고 나는, 꽤나 올바른 인간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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