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즐거움

[책이야기] 걸리버 여행기 (Gulliver's Travels) 본문

책 이야기

[책이야기] 걸리버 여행기 (Gulliver's Travels)

추락천사 2020. 10. 29. 20:30
반응형


어렸을 때 부터 너무나 많은 매체를 통해 접해온 걸리버 여행기. 분명 읽었다고 생각하였으나 막상 책을 펼쳐보니 처음보는 내용임에 분명했다. 아마도 이런 종류(읽었다고 생각했으나 접해보지 못한)의 책들은 이 녀석말고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적어도 누구나 아는 그리고 읽어봤을 법한 책들은 한 번씩 다시 살펴봐야겠다.

겉으로 보이는 내용 자체는 몹시 단순하다. 주인공이 매 챕터마다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평소에는 만날 수 없는 거인/소인/우주인/말 등을 만나면서 자신의 속 마음을 들키거나 혹은 스스로가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만약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나를 포함해) 그저 예전에 들어왔던 내용에 몇 개의 에피소드가 추가되는 정도로 이해할법하다. 하지만 글쓴 당시의 시대상을 생각하고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글 자체가 몹시 풍자적이고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가 세상을 바꾸고자 이 책을 쓴 건 아니겠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적어도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게 해주려 하는 모습이 책의 곳곳에 그리고 행간에 잘 녹아들어있다.

" 네가 직접 말한 내용을 종합해 보고, 내가 아주 어렵게 쥐어짜내듯 얻어 낸 네 대답들을 고려해 볼 때, 나는 이렇게 결론 내리지 않을 수 없다. 너희 나라 사람들은 자연이 이 세상을 기어다니게 허락해 준 벌레들 중에서 가장 악독한 해충들이다. " - p.233

" 나는 앞서 그에게 우리 선원들 중 일부가 법에 의해 파멸하여 조국을 떠나온 사람들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또 이미 법이ㄹㅏ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한 바 있었다. 그러나 그는 모든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졌다는 법이 어찌해서 어떤 사람의 파멸의 원인이 되는 일이 발생시키는 것인지 당황스러워했다. " - p.437

혹자는 그의 이런 표현들과 마지막 챕터에서 나오는 주인공이 인간을 대하는 자세 때문에 '염세주의자'라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그저 세상을 비판만 하고 바꿔보려 하지 않는다고 꾸짖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이런 표현은 독자들에게 세상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분명히 가리키려는 노력이지 세상에 염증을 느껴 더 이상 인간을 상대하고 싶어하지 않는 건 아니라고 이해했으면 한다. 물론, 너무 어둡게만 표현된 게 책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긴 한다.

결국 걸리버는 인간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며 무대에서 퇴장한다. 책의 마지막까지 가족과의 유대감을 회복하지 못한 체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와 같은 길을 걸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인간은 생각하고 공감하는 동물이다. 자신의 결점을 알면 고치려고 노력하고 실수를 하면 바로잡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이나마 내가 속한 세상이 (스스로가 생각하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하면 된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