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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 作) - 잔잔하게 퍼지는 향기... 본문

책 이야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 作) - 잔잔하게 퍼지는 향기...

추락천사 2017. 12. 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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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국내도서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Keigo Higashino) / 양윤옥역
출판 : 현대문학 201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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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한 동안 집안에 있었던 책이었다. 붉은 색 표지가 마음에 들어 '언제고 한 번 읽어야지.' 란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 왠지 모르게 손이 가지는 않았다. 아마도 소설책을 읽는 건 시간낭비라는 생각을 하던 시기가 아니었나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러다가 어제 아내에게 좋은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나에게 건내 준 책이 바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었다. 

 최근 회사에서 머리속이 복잡해지는 일들이 많아 마음이 잔잔해지는 책을 찾던 중이었다. 큰 고민없이 출근길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꽤 두꺼운 책이라 오래 읽을거라 생각했는데 출 퇴근길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일본 문학 특유의 무심한 듯하지만 그 이면에 간직한 따뜻함이 느껴지는 기분. 한 줄의 글에도 마음을 보다듬는 온도가 있었다.


 그즈음 저는 훈련을 받으면서 막다른 벽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능력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는 하루하루였어요. 라이벌들과의 경쟁에도 지쳤고 반드시 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저를 짓눌렀어요. 그래서 도망치고 싶었던 거예요. 그가 암 선고를 받은 게 바로 그런 때였어요. 이제는 운동에서 도망칠 수 있겠구나, 라고 안도하느느 나 자신이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불치병으로 힘들어하고 있잖아요. 간병에 전념하는 건 누가 봐도 당연한 일이겠지요. 제 행동을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무엇보다 나 자신을 이해시킬 수 있었지요.  - p. 77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속이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속일 수 없는 게 있다면 바로 자기 자신일거다. 그런 자신에게 '속는 척' 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역시나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명분이다. 남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설득하기 위한 이유. 나 역시도 도망치기 위해서 그 동안 얼마나 많은 핑계를 만들어대면서 도망쳤던가. 얼마 일하지 않은 아르바이트 자리가 힘들어서 말도 안되는 핑계를 만들었던 대학생 시절. 그럴 때 필요한 건 나에 대한 납득이었다. 남들을 실망시키거나 곤란하게 하는 건 참을 수 있을지라도 자기 자신에게 창피해지는 순간 그 수치심은 날 것 그대로 내 가슴속을 파고든다. 그런 일 만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그렇기에 자문자답을 하며 하나씩 이유를 만들어간다. 그러다가 내 자신에게 '그래, 그건 어쩔 수 없어.'라는 답을 받아내면 그걸 방패삼아 그 일을 실행한다. 남들에겐 내 의지가 아니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지금 생각해도, 창피하다.


 내가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상담자 중에는 답장을 받은 뒤에 다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 답장 내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지. - p. 167

  가끔 아니 생각해보면 꽤 자주 아내에게 내 상황을 얘기할 때가 많다. 주제는 정해져있지 않다. 회사생활부터 다른 사람과의 관계까지... 그럴때마다 아내는 내게 현실적이면서도 내가 해야될 행동에 대한 조언을 해주곤 한다. 그 말의 중심엔 언제나 나에대한 고민과 성찰 그리고 걱정이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말 뒤에 종종 내가 아내에게 하는 말이 있다. ' 내가 듣고 싶은 건, 그래도 괜찮아. 란 말이야. ' 일이 벌어지면 오래 지나지 않아 그 일을 어떻게 해야만 올바르게 풀어내야 할지 답을 찾게 된다. 30여년의 세월은 적어도 답에 대한 방향은 알 수 있는 경험을 주었으니까. 그리곤 내가 했던 올바르지 못한 선택에 대해 끊임없는 후회와 수치심이 반복해서 찾아온다. 아내에게 말을 하는 순간은 바로 반복되는 이 기분속에 매몰되기 시작할 때다. 너무 어리광을 부리는 거라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8년간의 결혼 생활은 나의 이런 행동을 아내에게 이해시키기에 충분했던 거 같다. 이제 내가 이런 얘기를 할 때마다 아내가 두팔걷고 내 편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얘기의 끝이 ' 그렇게 힘들면 그냥 때려쳐! '로 날 때면 가끔 생각한다. 정말 때려쳐도 되나?


 부디 내 말을 믿어 보세요. 아무리 현실이 답답하더라도 내일은 오늘보다 멋진 날이 되리라, 하고요. - p. 259

 내일은 오늘보다 멋진 날이 되기를 기도해본다. 진심으로...


 루시드 폴의 '고등어'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고보니 책을 읽는 내내 루시드 폴의 음악을 듣고 있었다. 왠지 음악과 책이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그의 가사가 가슴에 꽂힌다.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오늘 하루가 힘든 사람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인가 보다.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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