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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방산장 -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 카페를 차린다면...

추락천사 2017. 8. 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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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의 하늘은 서울의 그것과는 달랐다
 그래서 가만히 보고있는 것 만으로도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휴가 중 카페를 가기 위해 걷던 날도 여지없이 화창한 하늘이 펼쳐졌다.


 휴가를 보내기위해 떠나온 강원도 평창의 캠핑장(용골캠핑장). 그곳에 10분만 걸어가면 나온다는 드립커피 카페.

 걸을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선뜻 나섰지만 캠핑 중에 어디론가 이동해본일이 거의 없어서 도착하기 직전에는 '괜한 짓을 한 건 아닌지' 살짝 후회도 됐다.


 5분쯤 걸어가니 바로 계방산장이 나왔다. 첫 눈에 들어온 인상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카페라기 보다는 팬시점의 느낌이랄까. 매 순간이 아쉬운 휴가에 뭔가 낭비해버린건 아닐까하는 불안감도 들었다.


 하지만 실내로 들어서자 그런마음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에어컨이 없음에도 습하거나 덥지않은 공기하며 코끝에 머무는 진한 커피향. 빈공간없이 완전히 체웠음에도 불구하고 무엇하나 지저분한 느낌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덕분에 커피에 둘러쌓인 느낌이랄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카페를 운영중인 부부가 커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지는 공간이란 점이다. 셀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원두는 물론이고 각종 드립 머신부터 방향제까지... 커피와 관련이 없는건 핸드메이드 팔찌정도가 유일해보였다.


 인테리어 덕분에 상승한 호감도는 오히려 커피를 주문하면서 떨어져 버렸다. 일단 너무 많은 커피의 종류가 선택을 방해한다. 손님의 선택권을 위해 다양한 원두를 비치했다면 추천 원두라도 적어 주는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잠시 고민하다 나는 예가체프, 아내는 이니브랜딩을 주문했다. 커피를 주문함과 동시에 그라인딩을 시작하는데 이때 나는 향기가 정말 좋았다. 나를 위한 한 잔을 준비함에 있어서 가장 처음 내뿜는 커피의 향기. 그 커피가 갖는 포텐셜이 처음으로 자신을 마실 사람에게 소개되는 순간이다.

 이 모든게 커피를 그라인딩하고 드립하는 공간이 손님의 공간과 크게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호사이다.


 향기에 취해 그리고 이곳저곳 돌아보며 카페를 눈에 담다보면 어느새 커피가 완성된다.


 지금부터 가장 민망한 순간이 시작된다. 특히 이렇게 주인과 손님이 가까이 있는 곳에서는 손님이 커피에서 느끼는 첫인상이 그대로 주인에게 전달되게 마련이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커피는 아주 정말 진짜 훌륭했다. 만약 가까이 있다면 단골로 하고 싶을 만큼.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 예가체프 200g 을 추가로 주문했더니 주인아저씨의 반짝이는 눈빛. 그때부터 30분이 넘게 커피에대한 짧은 강의가 시작되었다. 나와 아내는 훌륭한 학생 모드로(실제 재미나게 얘기해주셨을 뿐 아니라 도움이 많이되는 얘기들 이었다) 경청했다. 강의가 다 끝나고 나니 수강자세에 대한 칭찬이었는지 커피한잔을 서비스로(그것도 예가체프 네츄럴!!) 주셨다. 인심도 인상도 정말 좋으신 부부.


 커피 원두를(그것도 직접 로스팅한) 구매하다보면 그 사람의 인품도 함께 커피에 녹아들어온다. 당연히 기분탓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렇게 느끼는게 중요한게 아닌가.

 이번 커피는 분명 기분좋은 따뜻한 맛이 느껴질것 같다.


계방산
강원 평창군 용평면 운두령로 728-3
용골캠핑장에서 걸어서 10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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