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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Day 19 - 푸콘, 아름다운 동화의 도시에 도착하다 본문

여행/남미_2016

[칠레] Day 19 - 푸콘, 아름다운 동화의 도시에 도착하다

추락천사 2017. 10. 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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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티아고에서 무려 10시간을 달려서 도착한 곳은 칠레의 작은 마을 쿠폰(Pucon)이다. 도착하자마자 왜 이곳이 칠레의들에게 사랑받는 휴양지인지 느껴질만큼 도시 곳곳이 아늑하고 편안했다.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비야리카 화산과 온천, 눈 덮힌 산들 덕분에 어떤 취미를 가진 사람들도 이곳에 오면 즐길 수 있을 만큼 자연의 혜택을 받은 곳이다. 

 그런 곳에 도착한 우리가 가장 먼저 확인한 건 early check-in이 되는지 여부였다. 야간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날이면 다음날 숙소에서 early check-in이 되는지 여부가 꽤 중요하다. 밤새 버스에서 고생한 몸을 잠시나마 쉴 수도 있고 찝찝한 몸을 깨끗이 씻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곳 푸콘에서의 숙소에서 앞 선 손님 때문에 early check-in은 불가. 하지만 2시간 남짓한 check-in까지의 시간을 아늑한 숙소 카페에서 보내도 된다고 하니 그동안의 여행도 정리할 겸 커피한잔의 여유를 가져보았다.

 칠레안에서 너무 이동이 잦아서 그랬는지 이런 여유로운 공간에 도착하니 몸이 늘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공간에서 일상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부러운 생각을 품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밤새 버스로 달리기도 했고 배도 출출해서 그냥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결정. 가격은 10000페소 였다. 엄청 푸짐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이곳의 분위기를 포함한다면 이 정도 가격은 충분히 지불하고도 남는다. 



 이날 날씨는 비가 주적주적 내리고 있어서 아쉽게도 비야리카 화산 투어는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보니 여행하면서 비를 만난게 거의 처음이 아니었다 싶다. 그동안 돌아다니느라 몸도 마음도 조금은 피곤했을테니 조금은 쉬어가라는 뜻으로 생각하고 가벼운 도시 투어와 맛있는 저녁을 먹는 걸로 결정. 



자, 출발합시다!



씐난다, 씐나.
우비입고 아주 씐난 보희.



 도시의 모든 풍경이 몹시 나무나무하다. 어떤 건물하나 자신만 뽑내지 않고 주위와의 조화를 신경써서 지은 듯한 느낌이 든다. 도시의 포근한 분위기가 걸을 때마다 느껴진다. 물론 건물 하나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없었다.



 푸콘에서는 일정이 그렇게 빡빡하지 않기 때문에 집안에서 먹을 식량들을 구해놓기로 했다. 정말 언제부터 물을 사먹기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역시 가장 먼저 확보하는 건 물. 가격이 무난한 녀석으로 Get.



처음보는 맥주들이 즐비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만원정도 하는 녀석들이 여기서는 3.5$



 내가 가장 좋아라 하는 와인인 ESCUDO ROJO. 한국에서는 2~3만원 정도 하는 와인인데 여기서는 9$ 밖에 하지 않는다. 술을 많이 마실 수 있다면 수 병 사놓고 매일 한 병씩 마실텐데, 그러질 못하는 게 아쉽다.



 장을 다 숙소로 돌아와 느끼는 오래간만의 여유로움. 좋은 풍경을 보면서 느끼는 여유로움과는 전혀 다른 완전한 휴식이었다. 한달이라는 길다면 길고 짥다면 짧은 여행 기간동안에 많은 것을 느끼고 보고 하기위해서 어느정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이 한량함이 오늘따라 달콤하다. 마치 집처럼 컴퓨터까지 연결해서 드라마를 보는 사치까지. 



 맥주 한잔에 드라마를 보고 있자니 노곤했던 몸이 버티질 못했던 거 같다. 비내리는 창문을 배경삼아 한 숨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어둑어둑한 푸콘의 저녁이 찾아왔다. 사실 완전히 집 안에서 하루를 보내려고도 했으나 그렇기엔 이날 하루가 너무 아쉬워서 푸콘 시내 구경을 나가기로 했다. 

 기대하긴 했지만 더 아름다운 푸콘의 저녁거리. 위험하다고 소문난 남미의 밤거리였지만 이곳만은 마치 유럽의 어느 도시같은 느낌이었다. 이곳에서 눈내리는 겨울을 맞이할 수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겨울을 이곳에서 보내보리라 마음먹는다.



 작은 커피숍에서 커피한잔. 살짝 아쉬운 라떼아트였지만 그것마저 예뻐보인다. 



 아침/점심을 모두 대충 먹었더니 얼마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허기가 지기 시작한다. 오전에 장 보러가면서 눈여겨 봤던 음식점인 #라마가(La maga)에 들렀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푸콘 음식점 중에서는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은 곳이니 맛이야 당연히 좋을 거 같았고, 안의 분위기 또한 가족들이 올 만큼 캐쥬얼하면서도 분위기 만큼은 너무 시끌벅적하지 않아서 좋았다. 



 여느 스테이크처럼 식전 빵이 나왔다. 빵이야 뭐 한국의 빵들도 워낙 훌륭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이곳에 나오는 소스들이 꽤 특이했다. 모양을 봤을 때 느껴지는 혹은 예상되는 맛이아니었다. 달콤하기 보다는 시큼하면서도 입맛을 돋구는 녀석들. 거기에 맥주까지 한잔 주문하면 이것 만으로도 훌륭한 맥주 안주로 느껴졌다.



 과일의 버터라는 아보카도 샐러드와 감자, 그리고 오늘의 메인요리인 스테이크. 내가 남미를 여행하면서 가장 행복한 건 바로 이 두꺼운 스테이크를 어느 곳 보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제발 한국도 남미의 고기를 수입해주면 안되겠니? 아니면 여기 분점이라도 내줘. 제발...



 이곳 칠레에서는 대부분 이렇게 스테이크를 요리한다. 뭐 그게 다는 아니겠지만 왠지 더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는 즐거움과 요리하면서 풍기는 향까지. 사진 만으로도 그 맛이 머리속에 맴돈다.

 


 정말 오래간만에 여유로운 하루를 보냈다. 멋진 건물을 본 것도 아니고 산에 올라가 그 풍경을 감상한 것도 아니지만 어느날 보다도 만족스러운 하루. 왜 칠레 사람들이 이곳을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내일부터는 조금은 바쁜 하루가 기다리겠지만 그것 또한 색다른 기쁨을 주지 않을가 기대하며...


[지출 내역]
1. 방 값 : 124.3$
2. 조식 : 10000페소
3. 장보기 : 17282페소
4. 버스비 : 13000페소 (푸콘 -> 산마르틴)
5. 저녁식사 : 32,101페소 (La Maga, 카드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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