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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Day 18 - 칠레의 심장, 산티아고에 도착하다. 본문

여행/남미_2016

[칠레] Day 18 - 칠레의 심장, 산티아고에 도착하다.

추락천사 2017. 10. 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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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미를 여행하다보면 가장 신경써야되는 부분이 바로 교통편이다.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시간에 버스가 없거나, 정시에 출발하지 않아서 갈아타는 버스를 놓친다거나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떠나는 비행기 시간에 맞춰서 공항에 도착하는 버스편이 없을 거라는 상상을 하지는 못했었다. 다행인 건 이런 아침 비행기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승합차가 있다는 거. 혹시라도 우리와 같이 아침 비행기를 이용해 산이타고로 이동해야 되는 사람이 있다면 머무는 숙소에 대당 승합차에 대한 예약을 부탁해두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듯 하다. 사실 그거 외에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긴 하다. 오늘의 이동경로는 아타까마 → 깔리마공항  →  산티아고 공항 → 알레메다 터미널 → 산티아고 관광 → 푸콘 순서다.

 일단, 오늘의 이동 방법이다. 참고하자.
 ① 아타까마에서 깔리마 공항으로 이동(승합차, 6시 출발, 12000sol/인)
 ② 깔리마 공항에서 산티아고 공항으로 이동(비행기, 8시 50분 출발)
 ③ 산티아고 공항에서 알라메다 터미널로 이동(버스, 종점)
 ④ 산티아고 관광
 ⑤ 알라메다 터미널에서 푸콘으로 이동(Tur Bus, Semi cama로 예약, 밤 10시 55분 출발, 19900sol/인)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바람에 사진이 많이 없지만, 다행히 숙소에서 쳉겨준 아침 도시락(?)은 찍어뒀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꽤 든든한 한끼가 되어준 녀석. 아침 일찍 움직이거나 중간에 간식이 필요할 때는 유용하니 꼭 쳉겨먹도록 하자.


깔리마 공항



 아담한 깔리마 공항.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택시를 타고 와야하나 비행기 시간을 바꿔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다행히 비행기 출발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산티아고 공항(Aeropuerto de Santiago)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한 다음에 공항버스를 이용하면(1700sol/인) 오래 걸리지 않아서 알레메다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다. 터미널행 공항버스를 발권하는 곳은 아래 사진처럼 길가(?)에 있으니 참고하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건녀편에 있는 Holiday Inn도 같이 찍어뒀으니 길 헤매는 일 없도록.




알라메다 터미널(Terminal Alameda)

 이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푸콘으로 가는 길목이자 산티아고의 중심지인 알라메다 터미널에 도착한다. 참고로 산티아고 터미널과 알라메다 터미널의 바로 옆에 붙어있으니 헷갈리지 않도록 조심하자. 그리고 우리처럼 산티아고는 반나절 정도만 관광하고 야간 버스를 이용해 푸콘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터미널에 짐을 맡기는 곳이 있으니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이 짐을 맡기는 장소를 찾는 게 만만치 않다. 영어가 통하지도 않을 뿐더러 두 터미널 중에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라면 꽤 오랫동안 터미너을 헤매고 있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인터넷에 찾아보니 터미널 서쪽 끝부분 지하에 있다고 하니 참고하자. 안되면 그냥 CUSTODIA라고 외워서 물어보면 될 듯 하다.




아씨마켓 / 숙이네(ASSIMarket, SUKINE)

 아내와 여행을 하면서 단 한번도 한인식당을 다녀본 적이 없다. 여행 기간이 2~3주씩 길게 다녀본 적도 많지 않았고 한인 식당을 찾아다니기엔 일정이 그리 여유롭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티아고에는 꽤 유명한 한인마트가 있다는 소문도 들었고, 가지고 간 라면도 떨어져 갈 뿐더러 갑작스럽게 한식이 너무 먹고싶었던 지라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한인식당을 찾아갔다. 한인식당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아씨마트. 이곳에서 우리의 남은 여정을 함께할 라면과 비상식량을 구입했다. 왠만한 한국의 마트보다도 다양한 종류의 먹거리가 있으니 혹시라도 장기간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러서 식량을 보충하도록 하자.


주소 : Antonia Lopez de Bello 244 (숙이네)


 아씨마켓 간판을 발견했다며 얼마 걸리지 않아서 숙이네라는 몹시나 콩글리쉬스러운 간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 한글로 함께 써 놨으면 더 쉽게 발견했을 텐데라는... 어쨌든 드디어 오래간만에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메뉴가 생각보다 한국스러웠다. 한국에 있는 중국음식점이나 이탈리안 레스토랑처럼 현지의 입맛에 맞게 어쩔 수 없이 개량된 부분이 있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것 보다는 훨씬 한국에 가까운 맛이었다. 사실 맛 보다도 놀라웠던 건 그 안에 있는 손님들의 구성이었다. 당연히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도착하고보니 토종 한국인(?)은 나와 아내 딱 두 사람 뿐인 것 처럼 보였다. 거기에 손님이 끊이질 않고, 몇몇 손님은 원하는 메뉴를 테이크 아웃하기까지 한다. 역시 한식이 맛있지. 암 그렇고 말고.

 생각보다 적은 한국 사람이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주인 아저씨(한국분)가 몹시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식후로 먹는 귤을 정말 산떠미처럼 싸주시고, 먹는 내내 어떻게 이곳에서 자리를 잡았는지 그 전에는 어떤 일들을 했는지 풀어놓기 시작하셨다. 우리가 한국 음식이 반가웠던 것 처럼 아저씨도 한국 사람이 반가웠다는 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지내는 여유로운 생활을 포기하고 다시 팍팍한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하신다. 역시 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생활은 팍팍하구나.




산티아고 시내 투어

 이제 배도 든든하게 채웠으니 산티아고 시내를 투어하기 시작했다. 유럽권 혹은 유럽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에 도착해서 여행의 시작점을 알고 싶을때는 큰 고민없이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가 있는지 찾아보면 된다. 대부분의 관광지는 그곳을 중심으로 넓게 퍼져있기 때문이다. 역시나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던 곳이기에 이곳에서도 아르마스 광장역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래 지도에 표시해 놓은 것 처럼 그 주변에 시장, 성당, 광장등이 있으니 우리처럼 반나절 관광을 해야하는 분들은 그냥 저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듯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산티아고에 대한 첫 느낌은 '그냥 도시'였다. 지금까지 다녔던 남미의 도시는 휴식이나 즐겨야할 것 같은 느낌에 가까웠는데 이곳 산티아고는 당장 내일이라도 출근해야 될 것 같은 '생활'이 느껴지는 곳이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신만의 짐을 갖고 이동하고, 건물들도 주민들이 실제로 그들만의 현재를 위해 살고 있을 거 같은 기분. 남미를 다니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내 생각이야 어떻든 보희는 여전히 신나있었다.



대성당(Catedral)

 조금만 걷다보니 유럽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대성당이 눈에 띄었다. 천주교의 전도를 명분으로 시작된 침략이기에 그 심장에 십자가를 드높이 꽂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만큼 아름답고 웅장하지만 그 만큼 아프고 슬프다. 칠레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지어진 이 성당에는 은으로 만든 초대형 램프가 유명하니 한번 감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기회가 된다면 미사에도 참여해보고 싶었지만, 남미를 다니는 내내 그럴 기회가 없었다. 한 번쯤은 그들의 언어로 진행되는 미사를 경험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실패. 아쉽다.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

 주변으로 대성당, 시청사, 우체국등이 펼쳐져있으며 왠만한 관광지는 걸어서 갈만하기 때문에 여행을 시작하려면 이곳에서부터 출발하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이다. 크기 또한 그리 크지않기 때문에 10여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 크기에 비해 나무들이 꽤 많아서 '생활'해야만 할 거 같은 도심속에서 숨통이 조금 트이는 기분이 든다. 물론 지금까지 다녀봤던 아르마스 광장중에서는 그 규모가 가장 작은 편이긴 하다.

 광장 중앙을 보면 페드로 데 발디비아(Pedro de Valdivia)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산티아고의 기초를 닦은 인물로 알려져있다. 뭐, 실제로 누군지 전혀 모르는 분이라 보면서도 별 생각없었긴 하지만...



  이곳에서도 역시나 수 많은 닭둘기 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놈의 닭둘기 녀석들은 한국이나 칠레나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거의 발등에 치일 정도로 다가가지 않는 이상 꿈적도 안하는 녀석들. 하지만 더 끔찍한 건 저 많은 닭둘기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내 눈앞에서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거. 그냥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산티아고 중앙 시장과 도매 시장(Mercado central de Santiago, Mercado de Abastos)

 내가 어렸을 적인 1990년도에는 각 구마다 중앙시장이란 개념의 시장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런 곳들이 존재하지만 실제로 그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주위에 E-MART, 홈플러스 같은 대형 할인마켓이 들어온다는 소문만있어도 집 값이 들썩이는 판이니 굳이 확인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본 이곳의 시장은 아직 그 활기를 잃어버리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중앙시장에서는 이미 많은 가게가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활발하게 영업하는 곳은 식료품 가게가 아니라 시장 내 음식점들이었다. 원래 시장이란 이런 곳이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영업하는 가게로 가득찬 이곳. 낯설었지만 이런 기능까지 시장내에 자리잡고 있어서 이 시장들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기대에 못미쳤던 중앙시장이었기에 이곳 시장 구경을 하는 게 더 의미있을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희망을 품고 조금 더 북쪽에 위치한 도매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실제로 도착하고보니 오히려 이곳이 중앙시장보다 훨씬 더 활기가 넘치고 파는 종류도 다양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일단, 입구부터 판매하는 과자가 눈길을 끌었다. 이곳에 사는 사람이었다면 저것중에 몇 개를 들고 주말내내 영화를 보면서 맥주와 함께 음미했겠지만 잠시 들렸다 가는 여행객 신분으로는 저 많은 양을 소화할 자신이 없었다. 그냥 눈요기로 남겨두는 걸로 하자.



 기후탓인지 정말 다양한 과일들을 판매하고 있어서 남미의 어느 나라에서나 과일 만큼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역시 이곳에서도 과일 주스 가게에서 파는 종류가 다 읽기도 벅찰만큼 많았다. 마침 하루종일 걸어다녔던 터라 한 숨 돌릴겸 과일 주스 한잔 Get.



네. 아주 맛있어요.



 치즈도 그냥 우리나라에서 파는 가공된 치즈들이 아니라 저 안에서 제리가 튀어나올 것 같은 모양을 한 수 많은 종류의 치즈들이 즐비했다. 저걸 한 번에 구매하는 건 아니겠지만 모양 자체가 너무나 먹음직스러웠다. 먹고싶다. 너무 강렬하게 먹고싶다.



 사실 중앙시장을 지나 가고 싶었던 곳은 도매시장이 아니라 베가시장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 녀석이 다 포기하고 아르마스 광장으로 가는 길에 떡 하니 나타난 게 아닌가. 오오... 궁금하다 몹시 궁금해!



 베가 시장의 모습은 다른 두 녀석과는 또 달랐다. 훨씬 더 종류가 많았으며, 내가 생각했던 모든 종류의 식재료를 다 팔고 있었다. 특히나 어마어마하게 큰 고기 종류를 보자니, 또다시 육식 본능이 깨어났지만... 이제 곧 산티아고를 떠나야하는 입장에서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 눈으로나마 즐길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하자.



 앞서 도매시장에서 봤던 과일이 그냥 커피였다면 이곳에서 판매하는 과일은 TOP랄까. 작정하고 색으로 압도하겠다는 포스를 풍기며 달려드는 통에 속절없이 시선을 뺏길 수 밖에 없었다. 이곳의 과일이 선명한 건지 아니면 저렇게 쌓아놓고 파는 모습이 훨씬 더 강렬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저런 가게들이 수도 없이 줄서 있는 모습을 보자니 '아, 내가 정말 남미에 왔구나' 란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별 기대없이 시작했고 첫 시작은 그리 좋지 못했지만 산티아고의 시장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볼거리가 많아서 눈도 호강 코도 호강하는 순간이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이곳에서 한 일주일 머물면서 이곳의 식재료를 이용해 요리를 해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란 상상이 멈추질 않았다. 그리고 만약 내가 우리나라에서 과일가게를 한다면 꼭 저렇게 디피해야지라는 별 쓰잘데기 없는 생각도...

 생각보다 시장구경에 시간이 지체되서 다른 곳을 가기가 애매한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시내를 둘러보며 아르마스 광장에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하기로 결정했다. 하루종일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 관계로 가는 길에 발견한 추러스 가게에서 득템. 원래부터 바삭하거나 달달한 걸 좋아하는 편인데 여기는 기름을 듬뿍 먹이고 튀겼는지 겉이 바사삭할 뿐 아니라 어설픈 설탕이 아닌 초콜릿으로 단맛을 더해놨다. 뭐, 이건 먹지 않아도 당연히 맛있을 수 밖에 없는 조합. 보이면 그냥 사자.



 아내와 추러스를 먹으며 셀카를 찍고 있는데, 저 옆에 보이는 아저씨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아마도 영어로 말씀해주셨기에 알아들었겠지만 내용인 즉 '이곳의 치안 상태가 그리 좋지 않으니 카메라를 꺼내놓고 다니다가는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 싶다. 어두워지면 그런건 가방안에 넣어두고 다녀라.'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아, 맞다. 그래 여긴 남미. 비록 알려진 것 보다는 훨씬 더 안전하게 느껴졌지만 긴장을 놓지는 말자. 

 아저씨 감사합니다!



 산티아고의 밤 풍경. 확실히 관광지라기 보다는 생활하는 도시의 느낌이 물씬나는 곳이다. 한 나라의 수도이자 남미에서 부유한 축에 속하는 칠레이기에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는 건 당연하지만 조금은 아쉽고 기억에 남는 장면이 많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에 와서 명동근처 한바퀴 돌고 그 도시에 대해서 함부로 얘기하는 건 안 될 일이다. 그저 스처지나가는 도시의 하나였기에 아쉬움으로 남겨두고 조용히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안녕, 산티아고.

이제, 야간 버스를 타고 푸콘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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