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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Day 30 - 레콜레타(Recoleta) 공동묘지, 부유한 영혼들의 안식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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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Day 30 - 레콜레타(Recoleta) 공동묘지, 부유한 영혼들의 안식처

추락천사 2017. 11. 29.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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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여행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게 될 줄 알았는데, 늦잠을 자버렸다. 하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되는 일정이라 부리나케 준비하고 길을 나섰다. 이 버스를 탈 일도, 이 곳의 공기를 느낄날도 거의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제야 조금씩 슬퍼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직은 여행중이니 슬퍼하는 것도 좀, 뒤로 살짝 미뤄두고 오늘 하루를 즐겨야겠다.



 오늘의 목적지는 레콜레타 공동묘지. 에비타의 무덤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각 묘지의 주인들이 자신이 생후에 머물게 될 장소라고 생각되어 당시 최고의 건축가에 무덤 설계를 맡겼다고 한다.



 그래봤자 공동묘지겠지라는 생각은 입구에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앙길을 따라 양 옆으로 심어져 있는 올곧은 나무들은 이곳에 뭍힌 사람들이 얼마나 명망있는 사람들인지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듯 했다.



 이곳이 묘지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그냥 마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각각의 묘지들의 완성도가 상당했다. 통일성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 전체적으로 보니 그 나름대로의 어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문을 열면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공간은 충분히 감추고 있는 묘지라니. 눈으로 보고있지만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다.



 중앙으로 갈 수록 그 화려함은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사자를 위해 무덤을 지었을텐데, 이건 무덤을 위해 사자가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마도 당시 가문의 힘이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이런식으로 외부에 알리고 싶었던 게 아닐가 생각한다.



 입구에서는 영어로 된 묘지맵(?)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굳이 필요 없을 거 같아서 구매하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에비타 묘지를 찾는 데 꽤 시간이 걸렸으니까 말이다. 지금도 그 맵을 구매할 거 같지는 않지만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미리미리 위치를 봐두고 가길 권하고 싶다. 생각보다 꽤 공동묘지의 부지가 넓었다.



 외곽지역(?)으로 벗어나면 약간은 수수한 형태의 묘지를 발견할 수도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조각이나 불필요한 공간낭비를 최소한으로 하고 정말 무덤 그 자체만을 표현한 작품. (묘지에 작품이란 표현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묘지들이 꾸준히 관리를 받아 깨끗하게 유지되는 반면 중간에서 조금 벗어난 지역에는 이제 버려진 듯한 무덤들도 꽤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가문이 몰락해서 더이상 유지하기 힘들거나 이제는 더이상 찾아올만큼 인연이 닿은 가족이 없는 사람들이 무덤이 아닐가 생각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평범한 묘지에 묻혀지는 것 보다 더 안쓰러운 마음이 생긴다. 이곳에 묻힐 정도의 부와 권력을 가진자가 세월이 지나 더 이상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취급을 받게 된다는 사실 때문에 말이다.



 그 건너편으로 건너서니 비교될 정도로 화려한 묘지가 나타났다. 죽은 자야 알리 없지만 그래도 좀 씁쓸했다.



 아침부터 묘지에서 시간을 보내고 났더니 기운이 쏙 빠져나간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 이날 점심은 아르헨티나에 살고 있는 지인을 만나기로 한 날. 먼 타국 땅에서 만난 게 반가워 그 흔한 사진 한장도 없지만 누나 덕분에 맛있는 점심과 좋은 탱고 공연표 그리고 엄청난 수준의 환전까지... 참 받은 게 많은 날이었다.


누나를 만나러 가는 길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탱고 바. 이곳에서는 제법 유명한 탱고 공연들이 매주 열린다고 했지만 우리가 간 시간이 너무 일렀는지 아직 문을 열지는 않았다. 이렇게 주택가 근처에 탱고 공연을 하는 바가 있다니. 역시 탱고의 고장 아르헨티나였다.



이제, 어디로 가 볼까나.


 아직 반도 넘게 남은 하루. 이제 지인 찬스로 얻게 된 탱고 공연을 보러 갈 시간이다. 아르헨티나 와서 처음보는 탱고 공연. 사실 살면서 탱고 공연 자체를 처음 보는 거라 조금은 설레는 맘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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