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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Day 29 - 이과수 폭포,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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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Day 29 - 이과수 폭포,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추락천사 2017. 11. 2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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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의 신분으로 남미여행을 다니다보면 이동시간에 대한 압박 때문에 일정을 짜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왠만한 여행지를 다니려면 버스로 6~7시간 이동은 기본이고 먼 곳은 30시간 이상 걸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몇 여행지는 정말 가고 싶은데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곤한다. 아내와 여행 계획을 짜면서 이과수 폭포 역시 우리 일정내에서 소화할 수 있는지 꽤 오랫동안 고민했다. 하지만 이동수단을 비행기까지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선택의 폭이 꽤 넓어진다. 물론 비용의 압박이 있지만 다시는 오기 힘든 곳을 오는데 그깟 비용이 문제겠는가.

 결국 이과수 폭포는 당일치기 비행기를 이용해 다녀오기로 결졍했다. 오늘의 미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이과수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어차피 이과수 폭포 투어는 5~6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으니 아래와 같은 비행 일정이면 충분하다. 아르헨티나 국내 이동의 다른 비행기와 동시에 예매했기 때문에 개별 가격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예매한 사이트는 priceline.com 이니 참고하자.


 새벽부터 움직이느라 (거기에 여행의 막바지의 피로까지 겹쳐서) 몰골이 말이 아니다. 비행 시간으로만 따지면 한라산 당일치기 여행이랑 비슷한데... 그래도 어쩌랴, 보고는 싶고 시간은 없으니 이렇게라도 다녀와야 후회가 없을 거 같다.



 참고로, 공항에서 이과수 공원까지는 무조건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가격까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가능하다면 합승을 하도록 하자. 물론, 이미 비행기까지 타고온 마당에 택시비를 아껴서 뭐하냐 싶긴 하지만 아낄 수 있으면 좋은거니 말이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비행기에 택시까지 타고 도착한 이과수 공원(Parque National Iguazu).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아직 개장 전이었다.



 우리랑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 사람들이 꽤 보인다. 참고로, 입구에서부터 공원 내 열차(?)를 타는 곳 까지 조금 걸어가게 되는데, 제일 첫 열차를 타야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으니 눈치봐서 뒤쳐지지 않도록 하자. 앞서 줄서있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살짝 긴장했는데 다행히 첫 차에 탑승 완료!



잘 다녀오겠습니다!


 이과수 공원내를 걷다보면 이런 강 쯤은 흔히 볼 수 있다. 사진으로는 그 크기가 짐작될지 모르겠지만 왠만한 천 보다는 훨씬 더 그 규모가 컸다. 사람의 손이라고는 이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르가 전부. 자연 그대로를 얼마나 고집스럽게 유지했는지 잘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기운내서 찰칵!


 걷다보니 점점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어제까지 비가와서 사람을 고생시키더니 오늘은 걷옷을 입고 있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살짝 원망스럽긴 했지만 이 좋은 곳에 와서까지 비에 젖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기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경치를 감상했다. 뭐, 비가오든 안오든 신나있는 보희는 예외지만...



 출발한지 30여분이 지나자 오늘의 목적지인 이과수 폭포가 보이기 시작했다. 뭐, 폭포야 한국에서도 꽤 많이 봤었고 스위스나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면서도 심심치 않게 봐왔어서 크게 기대를 하고 간건 아니었다. 과연 악마의 목구멍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람들의 찬사를 듣고 있는 이과수 폭포가 어느 정도인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을 뿐...

 이 정도 거리까지 가서 봤을 때까지만 해도 '역시 소문은 과장되기 마련이야.'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가까이서 이과수의 전체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자마자 빙하를 봤을 때도 느끼지 않았던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앞에 난간이 없었더라면 빨려들어갈 것 같은 기운. 대자연의 극히 일부분일 텐데도 불구하고 나 같은 건 개미 한마리의 존재만큼도 안될 것 같은 느낌. 도착하자마자 한 10분 정도는 아무말도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그 기운이 사진으로 잘 느껴지지 않는 사람은 아래 영상을 보면서 확인하도록 하자. 감탄 보다도 두려움이 느껴진다는 게 무슨 기분이지 조금은 전달되길 바라면서...



 일단, 10분정도 바라보고 있으니 이 기분대로라면 정말 뛰어들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만 쳐다보기로 했다. 그 대신 이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로 결정. 



  셀카로 살짝 정신을 차린 뒤 다시한번 악마의 목구멍을 곁눈질 해보니 이 모습은 마치 아바타 혹은 반지의 제왕에서나 나오는 신비의 세계와 너무나 닮아있었다. 인간의 접근은 거부할 것 같은 뿌연 안개와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계곡들. 칼로 베일 것만 같은 절벽까지 무엇하나 현실 세계와는 연관되어 보이는 게 없었다.


   


 그렇게 심란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한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희는 마냥 신나보였다. 문득 이렇게 보이는 것 그대로를 즐길 줄 아는 보희의 성격이 부럽기도 하다. 난 괜히 아무것도 아닌 일에 복잡해하는 거 같기도 하고...



 그런 보희를 보고나서 마음을 다잡고 다시한번 이과수 폭포를 보니 그 자연의 아름다움이 조금은 더 가볍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도되는 기분은 떨칠수가 없었지만 말이다.



Good bye! 이과수. 


 사실 이과수 폭포는 이과수 국립공원의 일부분에 불가하다. 물론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지만 하루종일 이것만 보고 있을수만은 없는 일. 여전히 우리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는 다른 자연의 선물을 감상해주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자자, 다음녀석을 만나러 갑시다!


 참고로 이과수 국립공원은 몇 개의 스테이지로 이뤄졌다. 각 스테이지는 걸어서도 이동할 수 있지만 여기있는 간이 기차로도 이동이 가능하니 맵을 잘 보고 체력을 안배해서 걸어다니도록 하자. 나의 저질 체력을 고려해서 우리는 기차를 이용해서 이동하기 결정했다.



 다음 코스로 이동하기 위해 기차에서 내리니 이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길 코스가 나왔다. 난 이런 숲길이 너무 좋다. 울창한 나무들이 숲내음을 서로 경쟁하듯 뿜어낼 뿐더러, 햇볕도 걷기에 딱 좋을 정도로만 몸에 닿는다. 이런 길이라면 한시간을 걸어도 몸이 쉬이 지치지 않는다.



 조금만 걷다보니 이런 폭포가 줄줄이 나타난다. 이미 이과수 폭포를 보고와서 그런지 감흥은 들하지만 그래도 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건 매한가지다. 내가 그동안 봐왔던 폭포는 폭포라기 보다는 그냥 시냇물 같은 느낌이랄까.



폭포가 나타났다!


 이런 폭포를 지나고나면 또 다시 나오는 탁트인 광경. 주변 풍경이 너무나 급겹하게 변해 비슷한 모습들이 반복되도 도무지 적응될 틈이 없다. 볼 때마다 새롭고 만날 때 마다 신기하다. 그리고 모든 풍경이 아름답다.



 코스를 따라 걷다보니 이렇게 감상할 수 있는 수준의 폭포도 나타나곤 한다. 앞 서 나타난 폭포들이 압도되어 날 너무 작게 만든다면 이 녀석은 적어도 내가 받아들이고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더군다가 이렇게 가까이서 그 소리와 물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까지 다가갈 수 있으니 그 기분은 배가 되어 돌아온다.



기분 좋다.


 지나가다 만나는 이런 소폭포(?)는 이제 완전 졸졸 흐르는 시냇물 처럼 느껴진다. 이거 원, 귀엽구나 귀여워.



 오늘 폭포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녀석. 내려오는 폭포의 물줄기가 거의 머리에 닿을 것 같이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코스라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감상하느라 여념이 없다. 특히 물줄기 때문에 생긴 물방울 덕분에 생긴 무지개 때문인지 다른 폭포들보다도 더 멋진 그림을 보여준다.

 아마 이 녀석도 처음메 만났더라면 그 규모와 소리 때문에 압도되었겠지만 이제는 나름 적응이 되었는지 이 정도 폭포는 담담히 감상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된 듯 하다. 




 내려오는 길에 찍은 무지개 사진. 앞 서 무지개가 그 아름다움을 십분의 일만 보여줬더라면 이 곳에서 바라본 무지개는 한국에서 봐왔던 '보일 듯 보일 듯 보이지 않던' 녀석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치 누가 그곳에 대고 그림이라도 그린듯 일곱가지 색을 선명하게 뽐내고 있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변변치 않은 아침도 먹질 못한 상태로 하루종일 폭포와 싸웠(?)더니 몸에 당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제대로 된 음식을 싸오지도 못한 상태라 급하게 쳉겨온 사과로 당을 보충했다. 사실 이 정도 돌아다니면 벌써 지쳐서 쓰러졌을 저질 체력인데 숲이 주는 좋은 기운 덕분인지 코스를 도는 내내 힘들지는 않았다. 사과를 먹는 내내 호시탐탐 주위에서 뺏어먹으려 노리는 원숭이만 없었더도 더 편안히 먹었을 텐데...



 전 코스를 돌고나니 슬슬 비행기 시간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직 시간 여유가 있어서 내려가는 길은 기차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내리막 길이라 30여분 정도면 충분히 입구에 다다를 수 있으니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마지막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천천히 걸어내려가는 걸 추천한다.


 사실, 담담히 써내려갔지만 거의 제주도를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일정이라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조금은 스트레스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출발 혹은 돌아갈때나 생각할 일이지 이과수 국립공원 안에서는 그저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당신이 아르헨티나를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리고 그 여행지에서 시간 때문에 혹은 비용 때문에 여행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다면 조금은 무리해서라도 다녀오길 추천해주고 싶다. 무리해서라도 할 수만 있다면 여행지에서는 해야만 후회가 남지 않을테니 말이다. 


 추가 Tip 1. 다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돌아온 뒤에 시내로 가는 차편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다. 꽤 늦은 시간에 돌아오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해야 될 수도 있는데, 잘 찾아보면 시내까지 데려다 주는 차편이 꽤 있다. 가격도 택시보다는 훨씬 저렴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돌아오는 차편을 고려할 때 잘 알아보도록 하자.



Tip 2. 남미 여행을 하다보면 (특히 국내선) 비행기가 착륙하면 이렇게 박수를 치는 일이 많다. 그냥 기분이 좋아서인건지 혹은 안전히 착륙한 것에 대한 기쁨을 표현한 건지 모르겠지만... 난 이렇게 박수를 칠 때마다 무섭다.


Good bye, 이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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