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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오키나와] 6개월 아이와 10박 11일 일본여행. Day 06 - 만좌모, 나비비치 그리고 부세나 테라스 수영장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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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오키나와] 6개월 아이와 10박 11일 일본여행. Day 06 - 만좌모, 나비비치 그리고 부세나 테라스 수영장

추락천사 2024. 8. 18.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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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간 : 2022.03.05 - 03.16

 

만좌모(万座毛), 코끼리 코 모양의 절벽

 사실 오늘의 코스만큼, 뭔가 단 한가지의 바위를 보기위해 일정을 짜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 만좌모의 경우 단지 만좌모 자체의 절경뿐만 아니라 그걸 보기위해 가는 여정에서 펼쳐지는 풍경이 꽤나 인상깊은 편이다. 걸어 올라가는 내내 이런 풍경들이 시선 닿는 곳마다 멈춰져 있다. 하나의 풍경만 펼쳐지면 지루할 법도 한데, 바다와 들판 수평선과 멋진 구름들이 순서를 바꿔가며 나타난다.

 약간의 단점이 있다면,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의 바람. 덕분에 사진을 찍는 게 쉽지 않았다. 내 사진은 대부분 엉망진창이라 가져다 쓸만한 게 거의 없었다. 에휴...

 그나마 건진 가족사진. 아주 잠깐 바람이 멈췄던 순간에 찍을 수 있었다.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어던 절호의 타이밍. 그래서 남은 내 사진이 달랑 이거 하나다.

 정상에 올라가서 이 사진을 찍고 나면 사실 만좌모에서 할 수 있는 건 대부분 했다고 보면 된다. 일본의 국왕이 '만명이 앉을 수 있는 들판'이라고 했던 일화들까지 굳이 알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아... 이래서 코끼리 코를 닮았다고 하는구나. 정도만 이해하고 넘어가자.

 만좌모에 있는 건물에서 블루씰 아이스크림도 판매하니 혹시라도 아이크스림 좋아하시는 분들은 가볍게 입가심 정도 하자. 

 

나비비치

 나비비치. 관광 명소라거나 어떤 절경이 있는 장소는 아니다. 사실 이곳을 찾은 것도 태호에게 '해변'을 최대한 많이 경험해주고 싶어서 만좌모에서 가까운 곳을 찾다가 알게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이곳에서 해수욕을 즐기기에 괘나 좋은 환경처럼 느껴졌다. 몇 몇 사람들은 스노쿨링을 즐기려고 하는 걸 보니 수질도 꽤나 좋은 편에 속하는 듯 싶다.

더욱이 사람들이 분비는 편이 아니라서 한가한 여유와 신나는 액티비티가 적절히 버무러진 분위기가 느껴졌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호와 함께 온 우리에겐 그게 어느 해변이든, 어떤 분위기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태호에게 해변이 어떤 곳이고 모래의 촉감을 조심스레 그르쳐 줄 뿐이다.

 만약 만좌모에 갈 계획이 있고, 스노쿨링이나 해수욕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너무 복잡한 해변가를 지양한다면 이곳에 들리길 권하고 싶다. 비록 우리는 그저 바라만 보고 뒤돌아올 수 밖에 없었지만 누군가로도 이곳을 제대로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더 부세나 테라스, 수영장

 오전 내내 밖에서 보내고 나서, 점심이 다 지난 시간에 숙소로 복귀했다. 슬슬 태호의 체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지기도 했고, 이런 관광보다는 수영장에서 노는 게 태호에게는 훨씬 더 즐거운 시간일 수 있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씩은 리조트의 수영장을 즐기려고 한다. 하루의 피로를 샤워로 싹 날리고, 말끔해진 컨디션으로 돌아온 우리 가족.

 말랑 인형 처럼, 뱃살만 만지면 자판기처럼 웃음을 만들어주는 태호까지. 모든 게 완벽한 오후가 시작되는 기분이다.

 그렇게 한 껏 기분 좋아진 태호와 함께 아주 잠깐의 낮잠을 잔 뒤 조금은 늦은 저녁시간에 다시 태호를 환복시켰다. 오늘의 수영복 컨셉은 말벌. 본의아니게 통통한 뱃살까지 완벽하게 재현해버렸다. 이 나이때 너무 빠르게 커버려서 옷 사는게 조금이라도 망설여진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그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모습이 있으니 마음에 드는 옷은 꼭 사주고 입히고 기록해두라고. 저 통통한 뱃살에 꼭 맞는 수영복을 언제 다시 입혀볼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어제에 이어 두번째 수영장이니 긴장을 조금 풀법도 한데, 오늘도 생전 처음보는 풍경을 보는 것 마냥 온몸에 힘이 들어가있었다. 일단, 절대로 널 해치는 물건(?)이 아니니 안심하라는 의미로 물살도 일으켜보고 천천히 가까이 가서 만져보게도 해준다.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날 꽉 잡던 손에서 힘이 풀리는 게 느껴져 다리부터 천천히 입수.

 늦은 시간이어서 사람들이 없었던 덕에 좀 더 편안하기도 했겠지만, 다행히 물을 좋아하는 것 처럼 느껴지긴 했다. 아빠도 물을 좋아하니 앞으로 물놀이 열심히 하자 태호야!

 

그리고 다시 저녁

  한 시간 정도 수영을 즐기고 나니 이제 저녁식사를 할 시간이 돌아왔다. 하는 거라고는 먹고, 마시고, 쉬는 거 밖에 없는 데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돌아오는 지 모르겠다. 

 그래도, 하루가 다 지난 시간에 모습을 보면 하루종일 일에 치여서 보낸 것과 전혀 다른 표정이 나온다. 단순히 일을 하지 않아서라는 것과는 다른 느낌의 건강한 표정. 일을 하면서도 이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데, 아직 나에겐 그 정도의 지혜는 없는 거 같다. 조금씩 나아져가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는 중이랄까.

 태호를 제우고 아내와 함께 테라스에 나와 그날 하루를 마무리해본다. 이제 휴가의 반이 지나가고 있다.

오늘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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