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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83 week - 벚꽃 엔딩.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 본문

아빠의 육아일기

[육아일기] 83 week - 벚꽃 엔딩.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

추락천사 2024. 8. 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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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1 - 204.04.07

 매년 계절이 바뀔때마다 가장 먼저 나에게 신호를 보냈던 건 다름 아닌 아침에 눈 떴을때 느껴지는 기운이었다. 분명 아직 겨울이 끝난 거 같지는 않은데, 아침에 일어나보면 제법 날씨가 푹해질 거 같은 느낌이다. 이제 정말 겨울이 다 지나가는 듯 하다. 바로 이런 계절이 아이에게 옷 입히는 게 무척이나 어려운 날씨인 듯 싶다. 덕분에 최근에는 패팅 조끼를 자주 입히는 편이다. 너무 덥지도 않고 그렇다고 찬 바람에 노출시킬수는 없을 거 같아서 선택한 최선의 아이템이다.

 내가 좋아하는 룩 중에 하나. 아이에게 입힐 게 많은 겨울이 지나가는 게 조금은 아쉬울 정도다. 겨울에는 외출할때마다 쳉길게 많고 태호 옷도 껴입어야해서 불편하지만 그래도 예쁜 옷들이 많아 행복하기도 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최선을 다해 입혀줘야겠다.

 이번달에도 잊지 않고 찍어주는 4월의 태호. 얼마전부터 '예쁜짓' 이라고 하면 저렇게 얼굴을 아주 밀가루 주무르듯이 꾸깃꾸깃하는 표정을 진다. 뭔가 내가 잘못가르쳐준거 같은 죄책감이 느껴진달까. 미안하다. 아빠가 뭔가 잘못전달한 거 같구나.

 아! 그러고보니, 얼마전부터 양치를 하고 나면 가글을 시키고 있다. 물론 아짂까지 만족할만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런 걸 시도한다는 거 자체가 얼마나 큰 발전인가 싶다. 그래도 태호야, 가글 한 뒤에 그걸 삼키는 건 좀... 아빠가 위키스 잔을 동원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협조해주렴.

 아이들이 커갈수록 점점 더 변해간다고 느끼는 게 바로 '친구관계'인 듯 싶다. 과거에 또래 아이의 부모들과 모임을 할 때면 공동 육아의 개념이 컸다면, 최근에는 아이들끼리 서로 인지하고 관계를 맺고 자기들만의 대화를 한다. 최근에 느껴지는 가장 큰 변화가 아닌가 싶다. 주위에 누가 있든지 그저 부모만 찾거나 혼자 놀기 바빴던 거 같은데, 어느새 이렇게 또래 친구들과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이라니. 정말 하나씩 하나씩 배워가고 있구나 싶다.

 뭐, 물론 아직까지는 혼자서 저래 놀 때가 더 많지만... 어쨌든, 태호에게 더 많은 걸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관계를 만들어주는 거에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 태호의 세상이 부모이기에, 부모로써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참고로 아내가 놀라는 사실 중에 하나가 바로, 내가 태호랑 있을 때 독서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사실 아내가 없는 사이에 내가 홀로 아이를 볼 일이 별로 없을 뿐더러, 그렇더라도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태호와 나랑 단 둘이서 뭔가 길게 할 일이 별로 없기는 했다. 그런게 너무 없는 거 같아서 매주 일요일 아침에는 둘 만의 브런치를 하러 나가긴 하지만... 어쨌든, 한 시간 정도 놀다보면 중간에 5~10분 정도는 이렇게 태호 혼자서 놀때가 있다. 그게 그렇게까지 이상한거라고 생각안했는데, 아내 말로는 '정말 신기할정도'의 일이라고 한다. 아이가 혼자서 놀다니. 옆에 부모가 있는데 그걸 두고 혼자서 있다니. 아마도 아내와 있을때는 정말 잠시도 가만두지 않는 듯 싶다.

 

 날씨 좋은 날에는 역시 집에만 있을 수가 없다. 집 앞 벚꽃길을 태호와 함께 걸어본다. 그러고보니 태호가 태어나서 벚꽃을 이렇게 제대로 보는 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너무 어려서 뭔지도 몰랐을 거 같은데, 지금은 제법 손으로 만져보려고도 하고 이게 뭔가 싶어서 한참을 쳐다보기도 한다.

 이렇게 가벼운 옷차림으로 다 같이 집 앞 산책을 나오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이루어졌다. 언젠가는 태호랑 같은 트레이닝 복을 입고 여기를 걷는 걸 상상해본다. 그때까지 아빠와 잘 놀아줘야 될텐데 말이다.

 

 내 생일에는 아내와 단 둘이서 가벼운 맥주 한잔. 당연하듯 둘이 있었던 거 같은데... 어느새 이런 시간이 한없이 소중하고 귀해진다. 육퇴라는 말이 왜 있는지 알게되는 순간이라구나 할까. 너무 행복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만의 시간이 필요할때가 있다. 맥주한잔과 수다 수다 그리고 수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아, 태호를 데리고 '만석공원'에 다녀왔다. 벌써 10년은 족히 된 거 같은 등받이 의자를 뒤로하고 앉아있는 늠름한 모습. 남자다.

 세상에 빵과 태호 둘만 있는 것처럼, 아무리 맛있는 걸 줘도 먹지 않다가도 빵만 보면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빵! 빵!' 거리면서 달라고 조른다. 예전에는 빵으로 이렇게 배를 체우는 게 영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최선을 다해 좋은 걸 먹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먹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 주는 편이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태호의 주변에는 가능하면 태호가 먹을 수 있는 것들만 놓일 수 있도록 노력한다. 많이 먹고 잘 자라자!

 이제는 이렇게 제법 같이 걷고 산책하는 기분이 든다. 물론 아직까지 너무 뛰는 게 불안해서 뛸 때마다 조마조마한 마음 뿐이긴 하지만... 어쨌든, 아빠와 아들이 함께하는 뒷 산 산책이 머지 않은 느낌이다. 걱정되는 건 요즘 내 몸이 점점 하나씩 아픈 거 같은 기분. 태호랑 오래오래 신나게 놀아주려면 건강해야 한다. 명심하자. 건강 또 건강하자.

 사진을 찍다보니 드디어 이렇게 세 가족이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날이 온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이날은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대로 찍은 세 가족 사진이지만, 앞으로는 좀 더 많이 찍을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 아직 태호는 스몰하트가 안되서 저렇게 찍을때마다 어쩔 줄을 몰라한다. 하고는 싶은 데 안되는 느낌이랄까. 

 엄마랑은 쌀 보리 놀이를 태호 마음대로의 룰 대로 해본다. 무슨 게임을 하든 태호가 다 이기는 신기한 마술. 무슨 행동을 하든 저렇게 따라하는 걸 보면 태호 앞에서는 말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모두 조심해야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이렇게 또 한 주가 지나간다. 태호와의 추억은 그 만큼 쌓여간다. 물론, 태호의 장난끼도 표정만큼이나 진해지는 느낌이다. 장난꾸러기가 되려나. 뭐가 되도 상관없으니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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