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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육아일기

[육아일기] 76-77 week - 아빠와 잠시만 안녕

추락천사 2024. 2. 2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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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태어난지 18개월에 접어드는 아이와 길게 떨어져 본 기억이 없다. 가장 길게 떨어져본게 아내가 병원에 들어가 있던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외 출장 일정이 잡히는 바람에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떨어져 지내게 됐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아이의 모습을 놓치게 되는게 마음아프지만 그래도 열심히 일해야 맛있는거라도 사줄테니... 

 참고로, 지난주까지 아팠던 아이가 연휴가 지나자마자 거짓말처럼 깔끔히 나았다. 정말 다행이었다. 아픈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 어떤줄 몰랐는데... 앞으로 커가면서 제발 아프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병원에서 혹시나 모를 폐렴 걱정에 한 번쯤 더 들렸으면 해서, 휴가 마지막날 병원에 다시 들렀다.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이 나라가 정말 저출산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누구보다 씩씩하게 피검사도 하고 진찰도 받으면서, 다행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동안 아프면서 살이 거의 3~400g 이나 빠져버려서 한동안은 고기 위주(물론 지금도 고기 위주지만...)의 식단을 차려줄 예정이다. 뭐든 좋으니 많이만 먹어다오 태호야.

 해외출장 가기전에 아내와 태호를 둘만 집에 두는게 마음에 걸렸는데, 다행히 아내의 친정이 있는 구미에서 머무는 걸로 결정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구미에 내려가면 구미 할머니와 이모까지 태호를 너무 이뻐해주니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덕분에 아내도 한 숨 돌릴 수 있지 않을가 싶기도 하고...

 슬슬 자신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인지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거 같다. 아직 어떤걸 입고 싶다, 입기 싫다라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지만 옷을 입히면 유심히 잘 쳐다보곤 한다. 만약 태호에게 취향이 생긴다면 그저 나와 비슷한 취향이길 바랄 뿐이다. 뭐 다르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그래도 커플룩으로 입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부탁한다 태호야!

 이젠 이렇게 자연스럽게 휴게소를 누비고 다니는 수준이 되었다. 정말 애기에서 아이가 된 느낌이랄까. 이게 참 기분이 묘하다. 말을 따라하기도 하고, 행동을 그럴듯하게 할 때면 엄청 신기하고 기분 좋은데 괜시리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는 거 같아서 슬프기도 하다. 그냥 그렇다.

태호야, 앞으로도 이렇게 힘차게 '아빠!' 라고 불러다오.

 

 이렇게 태호를 아내와 함께 구미 집에 데려다주고 다음날 새벽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태호 얼굴도 못보고 바로 인천공항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한국과 시차가 많이 나기도 하고 비행기로 이동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자주 통화를 하지는 못했다. '혹시나 날 어색해하면 어쩌지.' 겨우 일주일 떨어져 있으면서 이런 생각하는것도 웃기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태호에게 엄마만큼 그립고 보고싶은 사람이었으면 한다. 

 나 없는 시간 동안에 할아버지 작은 텃밭에도 가서 열심히 일도 하고... 그리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렇게 나에게는 너무 긴 하지만 나름 빠르게 지나간 일주일의 시간. 드디어 아내와 태호를 다시 만났다. 만나자마자 너무 반갑게 아빠라고 불러주는 태호. 그렇게 다시 우리의 시간이 같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름 꽤나 큰 시간이 지났는데,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지난주와 같은 오늘이 펼쳐졌다. 태호와 나는 매주 토요일에 그렇듯 문화센터에가서 '트니트니'를 들었고, 그 주 일요일에는 광교 아쿠아플라넷에 가서 놀이동산에 온 듯한 착각이 들만큼 신나게 뛰어놀았다.

 트니트니를 들으러 올때면, 매번 태호의 트니트니 1회차가 생각난다. 첫 번째 시즌의 막바지에서는 태호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아이들이 걸어다녔는데, 이제 두 번째 시즌이 되니 태호가 나름 수업에 참여하기도 하고 의도대로 행동하는 모습도 보여주는 거 같아 볼 때마다 신기한 느낌이 든다. 이 아이가 한 명의 사회인이 되어가는 모습을 라이브로 보는 느낌이랄까. 특히 선생님이 보여준 모습대로 (나름 복잡한) 루틴을 따라하는 걸 보면 마냥 대견하다. 피자를 화덕에서 가져나와 배달하는 모습이라니! 기어다닐때는 상상도 못하는 행동이었다. 그러고보니 태호가 기어다닐때는 이렇게 사진을 마음껏 찍지도 못했던 거 같다. 감개가 무량하다.

 일요일에는 앞 서 얘기한 것처럼 태호와 함께 광교 아쿠아플라넷에 다녀왔다. 태호가 워낙 물고기를 좋아하기도 해서 여행을 갈때면 가능하면 수족관에는 들리려고 하는데 정작 한국에서 가본적은 없는 듯 했다. 사실 그 동안 다녀온 곳이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규모가 큰 곳이라 이곳에 방문하면서는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생각보다 구성이 나쁘지 않았다.

 열대어 종류들도 많았고, 펭귄이나 가오리 같이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섹션도 나름 잘 구성해놓았다. 단, 주말에 가면 사람이 너무 많을 수 있으니 가능하면 평일에 다녀오라고 추천하고 싶다. 규모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조금 답답한 감이 있다. 하지만 태호가 워낙 재미나게 잘 구경했으니 그 정도는 감수할 수준이긴 했다.

 지금부터는 태호의 흥이 넘치는 시간. 반대로 아내와 나는 나이를 실감하며 조금씩 지쳐가는 시간이랄까. 아이의 체력이 이렇게 좋구나라는 걸 이날 처음 실감했다. 운동이라도 시작해야되는 게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힘내자!

 

 이번주도 이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또 한 주만큼 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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