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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남미_2016

[칠레] Day 20 - 푸콘, 공원에서 온천까지...(2)

추락천사 2017. 10. 2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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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어의 첫 번째 행선지는 Parque Saltos de Mariman 이라는 공원이었다. 공원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날씨가 안좋아져서 비가 오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구름만 많았을 뿐 비가 오지는 않았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비야리카 화산 투어도 포기했는데 여기까지 와서 비가 내리면 슬픈 뻔 했는데...



 앞 서 몇번이나 얘기한 적 있지만 남미의 자연은 그 아름다움을 떠나서 스케일이 몹시 컸다. 공원이라고 하면 서울숲 정도나 지리산 정도를 떠올리는 나에게 이곳의 공원은 밀림에 가까운 포스를 품어내고 있었다. 



 거기에 전날 비까지 와서 그런지 몰라도 공원을 관통하는 강물이 거의 범람할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 공원을 걷는 내내 약간 불안한 기분까지 들었다. 만약 갑자기 폭우라도 쏟아지면 나를 지켜줄 안전망이 있을지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말해주려는 것 처럼 세찬 강물 덕분에 주변의 경관이 더 자연에 가까운 모습을 연출해 주는 듯 했다. 제발 딱 여기까지만 넘실거려라.



밀림을 헤치고



몇 몇 포인트를 찍고 올라가다보니



아침부터 우리를 실어날으던 자랑스런 Made in Korea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공원이 너무 넓어서 였는지 중요 포인트 별로 내려서 감상하는 코스였는데, 이동거리가 보통 10~20분씩 걸렸다. 도대체 이 공원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버스에 실려서 도착한 곳은 옥색빛을 내뿜는 작은 호수였다. 왜 이런 빛을 내는지 설명해 준 거 같은데 아쉽게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뭐, 그게 중요하겠는가. 저 아름다운 풍경을 눈 안에 담을 수 있는 게 중요하지.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놀다가 다시 이동하라는 신호에 또다시 밀림 숲을 헤매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좀 전까지 흐릿했던 날씨가 조금은 햇빛을 머금은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조금 창피하긴 했지만 누가 대신 찍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셀파봉을 이용해서라도 커플샷을 찰칵. 다시 봐도 공원이라고 하기에는 우거진 숲이 몹시 부담스럽다.



 정말 구하기 힘든 내 독사진. 해가 비춰진지 얼마나 됐다고 또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걷기에 큰 지장은 없어서 이날을 위해 준비한 방수 옷에 후드를 뒤짚어 쓰고 걷기 시작했다. 여행가 처럼 보이려나? 



 그렇게 길을 따라서 조금만 걷다보면 앞 서 봤던 옥색빛의 호수와는 다른 빛을 뿜어내는 호수를 만날 수 있다. 신기할정도로 푸른빛을 보여주는 호수라서 그런지 앞 선 호수보다도 훨씬 더 신기했다. 자연이 준 선물을 이렇게 아름답게 잘 보존한 칠레가 몹시 고마운 순간이었다. 



나 여기 왔습니다!



 이렇게 공원을 한 바퀴 돌고나면 다음 코스로 이동하기 전 잠시 휴식시간을 갖을 수 있다. 음산할 만큼 텅 빈 공간에 공포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괴기스런 모습을 한 나무. 구름 낀 날씨와 잘 어울리는 녀석이었다.



 이곳에서 오전을 보내고나면 곧바로 두 번째 목적지인 호수를 보러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아쉽게도 이 호수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아마도 비야리카 호수가 아닌가 싶다. 이곳의 이름이 무엇이든 도착하자마자 보게된 절경을 만나게 된다면 누구라도 카메라에 손이 가지 않을가 생각된다. 여행하는 내내 날씨가 좋기만을 기도했지만 이곳에서 만큼은 호수와 구름 그리고 주위를 둘러싼 산이 만들어낸 모습 덕분에 조금은 날씨가 더 좋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우리들 외에는 사람들도 거의 없어도 이렇게 셀카를 찍어도 나오는 건 우리 밖에 없었다. 고즈넉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공간.



 원래 무슨 역할을 했던 배들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주인없이 그저 버려진 외로운 녀석들이다. 그것 조차도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이곳과 정말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지만 나름 관광지여서 그런지 몇 몇 상점들이 수제품들을 가지고와서 판매하고 있다. 너무 쌩뚱 맞아서 처음엔 이곳 주민들의 생활공간인가 싶을 정도였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제법 예쁜 장신구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으면 왠지 물건을 한 두개 사야될 거 같아서 멀리서나마 한장 찰칵.


 분명 이곳 호수에서 돌아다닐 때만 해도 해가 있었는데, 오늘의 마지막 종착지인 Quimey-co 온천에 도착하니 칠흙같은 어둠이 깔렸다. 불빛이 없으면 한 치 앞도 분간이 안갈만큼 어둠속에 있자니 조금 무섭긴 했지만 이런 공간에서 즐기는 온천을 생각하면 나름 색다른 경험을 하는 거 같아서 아주 살짝 들뜨기 시작했다.



 남미의 온천답게 편의 시설보다는 그저 사람들이 몸 담글 수 있는 장소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어두운 산속에 살을 에이는 추위까지 더해져서 온천을 즐겨야되나 마나 하는 고민이 살짝 되긴 했지만 하루종일 이슬비를 맞으며 걸어다닌 탓에 뜨끈한 물에 지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 물론 옷을 벗으면서 100번 정도 후회했지만 몸을 담그는 순간 그런 후회는 눈 녹듯이 사라진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비를 실내 카페에서 즐기거나, 추운 겨울날 방안에 누워 호빵을 먹는 것 처럼 추운 날씨에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근다는 건 나름대로의 쾌감이 있다. 얼굴은 춥지만 몸은 따뜻한 기분. 누군가는 변태라고 놀릴 지 모르지만 감수할만한 위험에 스스로 노출시키는 기분은 생각보다 꽤 짜릿하게 기분좋다. 물론 물 밖으로 나오면서 또다시 후회가 반복되지만...

 온천을 마치고 버스에 타서 노곤한 몸을 뉘이려던 찰라 이곳 칠레에서 휴가차 왔다는 가족들울 만났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예쁜 아이(영어를 전혀 못해서 한마디도 나눌 수 없었지만 정말 천사같이 아름다운 눈을 했떤 게 기억에 남는다)와 몹시 유쾌한 가족. 돌아오는 버스에서까지 이분들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여행에서 만나는 인연만큼 소중한 게 있을 가 싶지만 당시 받았던 연락처를 잃어버린 게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집에 돌아와서 허기진 배를 체우기 위해 그 동안 아껴뒀던 한국식 만찬을 꺼냈다. 라면과 비빔밥, 고추장에 햄까지. 고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순간이었다. 아... 다시 먹고 싶네.



 푸콘에서의 마지막 밤이자 칠레의 마지막 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동하는 시간이 많아서 유난히 짧게 느껴졌던 칠레. 이렇게 아름답고 동화같은 도시가 더 많은거라 생각이 들어 마지막 밤을 보내는 순간에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조금은 더 여유롭게 칠레에서의 일정을 잡았을 가 하는 후회와 새로운 나라 아르헨티나에 대한 기대감으로 싱숭생숭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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