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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오키나와] 6개월 아이와 10박 11일 일본여행. Day 02 - 카진호(우) 피자 그리고 비세후쿠기(Bise-Fukugi) 가로수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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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오키나와] 6개월 아이와 10박 11일 일본여행. Day 02 - 카진호(우) 피자 그리고 비세후쿠기(Bise-Fukugi) 가로수길

추락천사 2024. 4. 27.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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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간 : 2022.03.05 - 03.16

카진호(우) 피자

 세상에 맛없는 피자는 없다. 원래 그러하다. 피자는 맛있는 음식에 따라오는 이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항상 그런 생각을 하고 살아왔으며 지금도 그 생각에는 일말의 의심도 없다. 그래서, 여행가는 곳에서 맛있는 피자집이 있다고 하면 가능하면 한 끼 정도는 그곳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니 내가 어찌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오전의 스케쥴을 마치고 오후 3시 반쯤 도착해서 보니 점심도 저녁식사 시간도 아니어서 웨이팅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어차피 메뉴는 피자 하나 밖에 없으니 사이즈만 결정해서 주문하면 된다. 샐러드나 음료 정도를 선택하면 되는데 음료는 콜라 아니면 맥주, 샐러드는 크게 취향에 없으니 주문도 1분만에 마무리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가 누울 수 있는 쿠션같은게 있는지 문의했는데 바로 아기 바구니(?) 같은걸 주셔서 정말 편안하게 아이 우유를 먹일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음식점에서 이런 걸 준비해둔 곳이 있었나 싶다. 한국에서도 못본거 같은데...

 화창한 햇살아래 바람은 서늘하게 불고 은은하게 퍼지는 도우 굽는 샘새와 코끗을 건드리는 바다 내음까지. 꽤나 호사스런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태호였다. (물론, 이걸 태호가 원하지도 그리고 지금 그걸 즐기는 것도 아니겠지만...) 그렇게 우유를 반 쯤 마실때에 갑자기 바람이 거세져서 직원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주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당연히 맛있을 거 같은 비주얼의 피자가 나왔다. 뭐랄까, 머리속에 'Pizza' 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그 옆에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이미지와 똑 닯은 모습의 피자였다. 도우의 두께부터 토핑, 익은 정도 무엇하나 거슬리는 게 없었고 그 어떤것도 특별하지도 않았다.

 

 본인에게는 우유만 주고 이렇게 맛있는 향기를 풍기고 있는 피자는 엄마 아빠만 먹고 있으니 태호의 눈빛과 손짓이 슬슬 피자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 아빠도 태호의 입에 이거 10조각이라도 넣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럴 수 없으니 먹으면서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빨리 태호와 함께 피자 맛집을 다닐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글을 쓰면서 은연중에 적어놓긴 했지만, 이곳 피자 자체가 그리 기억에 남을만큼 혹은 이 피자를 먹기 위해 이 도시에 와야할 만큼 특별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단지 웨이팅을 하면서까지 먹을 이유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주 조금 의문이 들 뿐이다. 물론 이건 '맛'에 대한 얘기다. 이곳은 오히려 맛 보다는 공간에 대한 만족도가 더 크지 않을가 생각된다.

 음식을 먹으면서 바라볼 수 있는 풍경중에 과연 이만한 호사가 있을가 싶을 만큼 기분이 좋아지는 공간이다. 나무로 이루어진 아늑한 공간안에서 눈앞에 걸리는 게 없을 정도로 넓게 펼쳐진 바다. 평소에는 많은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느낄 수 없었을 이 공간의 느낌을 지금은 오롯하게 나와 아내 그리고 태호가 가질 수 있다는 게 더 없이 좋았다. 

 

 이런 공간은 안에서 밖을 바라볼때와 밖에서 건물을 바라볼때의 느낌이 완전히 다르곤 한다. 확트인 바닷가를 만끽하다가 갑자기 외할머니 시골집으로 돌아간 기분이랄까. 아내와 태호가 바라보는 모습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바람이 조금 잦아 들어서 조금만 더 주변을 구경해보기로 했다. 살랑거리는 바람과 햇살이 기분 좋은지 태호의 웃음이 연신 끊이지 않았다. 원래부터도 웃음이 많은 아이이긴 했지만 여행와서는 더욱 많아졌다. 아니, 내가 같이 있어주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웃음을 볼 시간도 많아지는 거 같기도 하다. 어쨌든, 태호는 많이 웃고 아내와 나는 행복하다.

 

 피자는 딱 생각하는 비주얼에 생각하는 맛의 녀석이 나온다. 실망할 일도 그렇다고 혀 끝에 여운이 남을 정도의 감동이 남는 것도 아니니 굳이 안올 이유도 없고 이곳만을 오기 위해 이 도시에 들릴 이유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조금은 여유로운 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면 이 풍경을 눈에 담는 것 정도는 권하고 싶다. 사실 이런 공간에서는 굳이 피자가 아니라 커피를 한잔 마시더라도 전혀 아깝지 않았을 거 같은 기분이다.

금액 : 2,400 엔 (피자 中)

 

비세후쿠기(Bise-Fukugi) 가로수길

 밥을 먹고 나니 슬슬 다기 걷고 싶어졌다. 하지만 걷기 전에 다시 한번 고민했다. 이게 과연 이제 막 6개월이 지난 아이와 함께 소화할 수 있는 스케쥴인가.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지는 않을까. 나름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그렇다고 해도 여기까지 와서 푸릇푸릇한 가로수길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안락한 유모차 운전을 약속하고 다음 길을 나섰다.

 사실 가로수길 이라기 보다는 그냥 마을 자체가 전부 이런 풍경이다. 하늘을 보기 힘들정도로 가득찬 나무들과 그 사이로 거미줄처럼 이어져있는 골목길들. 보통 이런 마을이면 사람들로 가득찰법도 한데 생각보다는 한가한 분위기였다. 

 태호가 피곤했던지 잠이들어버려서 이 좋은 풍경을 같이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오래간만에 둘이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걸어다녔다. 그러고보니 항상 이렇게 둘만의 시간을 가져왔었는데 어느새부턴가 이런 시간이 낯설 정도로 오래되버렸다. 앞으로도 한동안은 이런 시간들이 생경할 정도로 갖기 어렵겠지만 틈틈히 생길때마다 이렇게 즐겨두기로 했다. 

 계속 걷다보니, 이게 마을인지(중간 중간에 사람이 있을법한 집이 보이긴 했다.) 아니면 그냥 숲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다른 곳에서는 자전거를 빌려서 다니는 걸 추천하기도 하는데, 이 정도 풍경이라면 최대한 천천히 걸어다니면서 공기를 느끼는 게 좀 더 취향에 맞는 거 같다. 

 중간에 작은 카페가 하나 나오기는 하는데, 이왕이면 좀 걸으면서 마시고 싶어서 자판기 커피를 이용하기로 했다. 생각보다는 구석에 있으니 잘 찾아보길 바란다. 

 

 계속 숲 길 안쪽만 걷다보니 해안가의 풍경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슬슬 해도 지기 시작하는 거 같아 숲 길에서 살짝 벗어사 해안가로 이동했다. 워낙 나무에 둘러쌓여있다보니 그 옆에 바다가 있을거란 상상이 잘 되지 않았는데, 몇 걸음만 걷다보면 정말 바로 바다가 나온다. 엄밀히 얘기하면 바닷가를 걷고 있었는데 나무때문에 가리고 있었다는 느낌이랄까.

 지금이라도 일본 애니메이션의 나레이션이 나와야될 거 같은 느낌의 바닷가 풍경이었다. 저 멀리서 나이 지긋한 노인이 지친 몸을 이끌고 항구로 들어오면, 그 앞에 손자 손녀가 할아버지를 맞아 손을 흔들면서 집에가자고 조르는 모습이 상상된다. 느긋하고 따뜻했다. 거의 한시간이 넘도록 돌아다니다보니 이제서야 태호가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다. 오늘 하루 밖에서 고생했구나 태호야.

 집 앞에 이런 곳이 있으면 어떨까 하고 상상만 했던 공간이 눈앞에 펼쳐진 기분이었다. 무언가 마냥 크고 반짝거리는 게 아니라 바람과 햇빛 그리고 분위가 모두가 온몸을 감싸주는 느낌. 무얼 하지 않아도 따뜻해졌다. 이왕이면 태호도 같이 그 기분을 느끼길 바랬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그 안에서 편안히 잠을 자는 걸 택했던 거 같다. 다음에 다시 태호가 걸을 수 있을 때 다시 한번 이 길을 왔으면 한다. 그때는 나란히 손 잡고 걷기를 바라면서...

 

 다시 숙소로...

 숙소로 돌아온 태호의 컨디션은 완충상태였다. 지금부터 다시 뛰어놀아야될 거 같은 상태랄까. 역시 아이들의 체력이란 어른의 그것과는 달랐다. 그 와중에 참 이쁘구나.

 잠시 집에서 정비를 한 뒤에 태호 저녁까지 먹이고 나니 이제 정말 하루가 끝난 기분이다. 태호가 잠에 든 뒤에 시작되는 둘 만의 저녁식사. 원래라면 다음날 출근 준비 때문에 걱정되서 선뜻 하지 못했는데 여행에서 만큼은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조촐해 보이지만 그 어느때보다도 호사스런 저녁식사다. 시간에 쫓겨 마음이 급해 허겁지겁 먹는 게 아니라 풍경을 바라보며 그날의 하루를 돌아보고 맥주 한잔에 내일에 대한 걱정이 없는 시간이라니. 이보다 더 완벽한 저녁식사가 어디있겠는가. 행복하고 즐겁다. 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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