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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오키나와] 6개월 아이와 10박 11일 일본여행. Day 02 - 세소코(SESOKO) 해변을 거닐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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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오키나와] 6개월 아이와 10박 11일 일본여행. Day 02 - 세소코(SESOKO) 해변을 거닐다.

추락천사 2024. 4. 2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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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간 : 2022.03.05 - 03.16

 아침에 일어나서 잠시 지금이 어디인지 생각했다. ' 아. 여행중이구나. ' 로 시작해서 ' 아. 일본이지! ' 까지 한 15초 정도 걸린 거 같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걸린 이유는 바로 저렇게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있는 태호 덕분이었다. 울지도 않고 자기 할일(?)만 하고 있는 태호를 보고 있자니 다시 삶에 활기가 돈다. 당연히 아직 글도 읽을 줄 모르는 아이이기 때문에 만지면 음악이 나오는 책을 사줬다. 역시나 누르면서 좋아라 한다. 누가 만들었는지 참... 감사하다.

 

오늘 하루도 잘 부탁한다. 태호야. 아빠도 힘내서 열심히 여기저기 다녀볼게! 근데 너무 싫어하는 표정 아니니?!

 

 이곳 호텔의 아침 조식은 너무 좋아서 행복한 수준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뭔가 아쉬움이 느껴질 정도도 아니었다. 나름 구성도 괜찮았고 맛도 나쁘지 않았다. 아직 태호가 호텔 조식을 먹을 수 있는 개월수도 아니었기 때문에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냐 없냐도 관심사는 아니었다. 그래도 뭔가 시그니처 메뉴 한 두개 정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 정도랄까. 그래도 역시 조식은 오무라이스로 시작하면 반은 먹고 들어가는 법이다. 

 

아침 산책

 아침을 먹고나서는 (앞으로 매일하게 될) 아침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엔 너무 아쉬운 날씨였다. 호텔 주변에 산책로가 나쁘지 않게 펼쳐져 있어서 2~30분 정도는 돌아다니면서 주변을 거닐만 하다. 

 이렇게 호텔 주변을 걷다가 3월에는 오픈하지 않는 호텔 내 야외 수영장을 구경가기로 했다. 사실 오키나와하면 야외 수영장을 즐겨줘야 제 맛인데 아쉽게도 3월에는 오픈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픈 해줘도 좋을 거 같은 날씨인데... 그렇다고 이 좋은 풍경을 안보고 넘어가는 것도 아닌 거 같아 사진이라도 남겨두기로 했다.

  사진을 찍고 나니 더 들어가고 싶어졌다. 인피니티 풀장에 누워서 넓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본다는 상상만으로도 벌써부터 가슴이 뻥 뚤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 정도의 아쉬움은 남겨둬야 다음에 다시 올 명분이 생긴다고 스스로를 이해시키며 발걸음을 돌렸다. 정말 무거운 발걸음을...

 

 다시 숙소로 돌아와 태호와 제대로 된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물론 그 전에 태호와의 독서(?) 시간을 잠시 갖기로 했다. 굳이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내 작은 꿈이 있다면 나른한 주말에 태호랑 같이 책을 읽는 게 자연스러운 관계가 되는 것 정도. 아직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책을 싫어하지는 않는 거 같아 다행이다 싶다.

 

 얼굴도 씻고 예쁜 옷도 입었으니 이제 나갈 준비는 완료. 오늘의 컬러는 옐로우. 내가 좋아라하는 모자까지 쓰고 나니 세상 귀요미가 되었다. 오동통한 손가락에 터질것 같은 허벅지까지... 모든 부분이 킬포다. 언젠가는 너만의 취향이 생기겠지만 적어도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까지는 아빠의 취향에 맞춰다오. 

 그럼 이제, 정말 밖으로 나가자. 

 

세소코(SESOKO) 해변

 세소코 해변은 숙소에서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세소코섬에 위치하고 있다. 고운 모래에 예쁜 섬들이 모여있는 해변은 아니지만 눈에 걸리는 거 하나없이 넓게 펼쳐진 바다를 만날 수 있는 장소다. 해변도 꽤나 길게 펼쳐져 있어서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디에 자리잡을 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세소코 해변에 도착하면 근처에 바로 주차장이 있으니 주차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태호를 유모차에 실은 뒤 한 2~3분 쯤 길을 따라 내려가면 바로 해변이 보인다. 아! 그러고보니 이번 여행을 위해 급하게 휴대용 유모차를 구매했다. 줄즈 휴대용 모델인데, 여행을 가는 모든 어머니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집에 이미 유모차가 하나 있는데 굳이 더 필요할까 고민하시는 분들은 그냥 고민하지 말고 구매하자. 하루라도 빨리 구매해서 가지고 다니는 게 이득이다. 아이가 이제 6개월 밖에 안됐는데 괜찮을가 처음엔 조금 걱정되었지만 여행 내내 다녀본 결과 머리를 고정할 수 있는 베개만 준비하면 크게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화창한 날씨에 비해서 바람이 좀 강하게 불어 태호가 감기에 걸리지는 않을가 살짝 걱정이 되었다. 여행와서 가장 서러운게 아픈건데 그것도 내가 아니라 태호가 아픈건... 정말 생각만으로도 서러웠다. 일단 내 몸으로 바람은 잘 막아보고, 앉을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견한 나름 우리들만의 아지트. 그림자와 햇볕 사이에 자리잡아 너무 더우면 그림자 속으로, 좀 춥다 싶으면 햇볕 있는 쪽으로 옮겨앉을 수도 있었다. 바람이 너무 불어서 돌 2개와 유모차까지 자리잡아둬야 간신히 돗자리가 어디 도망가지 않을 거 같았다. 세소코 해변 입구 근처에 이런 장소들이 있으니 아이가 있다면 잘 체크해두자.

 

 이 영상을 보면 어느정도 바람이 불고 있는지 느껴질 듯 싶다. 저게 나름 바위 밑에 있어서 이 정도지 걷다보면 더 심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 정도 햇볕 아래에서 바람도 살랑살랑 불었으면 너무 덥지 않았을가 싶기도 했다. 나에게 손해가 아니라면 가능하면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 와중에 태호는 귀엽구나.

 

 원래는 좀 더 예쁜 포즈로 찍어주고 싶긴 했는데 아직 허리에 힘이 없어서 그런지 의자에 앉혀서 사진을 찍으면 저렇게 흘러내려버린다. 최선을 다한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몸은 한없이 녹아내리는 모습. 이날 해변가에서는 다 이 포즈로 사진을 찍은 듯 싶다. 그래 태호야 너는 최선을 다했다. 인정한다!

 처음보는 해변가의 모레가 신기한지 돗자리에 앉혀놓으니 그 앞에 가서 떠날줄 모른다. 그렇다고 용기 충만해서 모래밭에 뛰어들지는 못하고 그냥 손가락 정도 까딱까딱하는 쫄보 태호. 

 너무 햇볕에 오랫동안 가까이 있던 거 같아서 잠시 그늘 안으로 피신시켰다. 엄마 품에 안겨서 그런지 어느때보다도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엄마가 그리 좋더냐! 그래도 웃으니 아빠도 좋구나. 지금부터는 자리도 잡았겠다, 엄마 아빠가 번갈아가면서 태호 사진을 찍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풍경 사진이 하나도 없이 전부 태호 사진이란 게 놀라울 따름이다.

 그래서 찾아본 우리 가족 사진. 그 흔한 가족사진이 세소코 해변을 나올 때 쯤에야 나온다. 하지만 아쉽거나 슬프거나 하지 않다. 이 귀한 시간에 태호의 사진을 하나라도 더 남길 수만 있다면 가족 사진 쯤이야... 그래도 다음에는 좀 더 많이 찍어둬야겠다고 소심하게 결심하긴 했다.

 

 그렇게 나름의 태호 첫 해변 나들이를 끝마쳤다.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여서 그런지 아니면 태양빛은 뜨겁고 그늘은 추웠던 날씨속에 있어서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피곤하면서도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태호 밥 먹을 시간도 다가오고 있어서 얼른 점심 식사를 위해 길을 보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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