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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7week (22.10.16 - 10.22) 마지막(?) 외출 그리고 금융 시스템에 등록하다. 본문

아빠의 육아일기

[육아일기] 7week (22.10.16 - 10.22) 마지막(?) 외출 그리고 금융 시스템에 등록하다.

추락천사 2022. 12. 3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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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만난 이후로 모든 게 새롭게 다가왔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들을 맞이해서 계획 보다는 당장의 실행을 위해 고군분투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를 앉는 것 부터 시작해서, 목욕시키는 것, 외출하는 것, 거기에 먹고 재우는 것 까지... 사람이라면 당연히 할 줄 안다고 생각하는 모든 행위를 도와주어야 했다. 그렇게 모든 게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하던 하루하루가 지나가고나니 이제야 조금은 루틴한 하루가 돌아오고 있었다. 

 태호는 점점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조금, 말 걸어볼까 하면 잠들어버렸다. 이렇게 곤히 잠들어있는데... 도저히 깨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루종일 크게 하는일도 없는데 왜 이렇게 떡실신 하는 것 같은 포즈로 잠드는 걸까. 그래도 깊이 자는게 건강에도 좋으니 다행이다 생각하기로 했다. 잘 먹고, 잘자고, 잘 소화시키고 아프지만 않으면 당장 바랄게 없다. 아프지 말자.

 

 이번주는 드디어 정말 오롯하게 우리들만으로 태호를 케어해야되는 시간이 도래한다. 3주 동안 도와주시던 산후도우미분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새벽 아이를 케어하던 아내에게 유일한 휴식을 주시던 아주머니가 오지 않는다는 사실 만으로도 걱정이 태산같이 쌓여만 갔다. 그래서 아내에게 산후도우미 연장에 대해 물어봤는데, 어차피 우리 둘이서 해야할 일이라면 그냥 조금 일찍 시작해도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거라며 나보다 훨씬 더 태연하게 상황을 받아들였다. 

 산후도우미분의 퇴소(?) 마지막 날 조심스럽게 아내와 함께 외출해도 될지를 물어봤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마지막 날 만큼은 부부가 함께 외출하시곤 한다면서 조심히 잘 다녀오라고 해주셨다. 그렇게 아내와 나의.. 앞으로는 한동안 없을 거 같은 둘 만의 외출을 시작했다. 

 어디를 다녀와야 될 지 아내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 왠지 모르게 나 혼자 비장해져서는 반드시 특별한 곳을 다녀와야 할 거 같은 강박에 휩쌓였다가, 생각해보니 아이를 맡기고 제 시간에 돌아오지 못하는 것도 너무 큰 민폐라 집에서 30분 내의 거리에서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정자역 근처의 오마카세를 예약해뒀기에 그 근처에서 멀지 않도록 동선을 정하기로 했다. 가장 처음으로 들리기로 한 곳은 장욱진고택. BTS RM 의 방문 덕분에 언론에 오르내리긴 했지만, 그 전부터 충분히 유명한 화가였기에(물론, 난 이번에 처음 그의 그림을 접했다) 그림에 대한 기대 반 오래간만에 아내와 차 한잔 마시는 기쁨에 대한 기대 반을 가지고 그곳으로 향했다.

 

 아내와의 외출이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차 한잔을 둘이서 조용히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이 낯설만큼의 시간이었다. 오늘 하루에 있었던 일을 나누고 내일 뭐할지 하나씩 짚어보는 게 이리도 어려운 일인 줄 몰랐다. 그런 기분을 뒤로하고 먼저 차를 주문했다. 나는 오래간만에 모과차를 아내는 대추차를 주문했다. 예상했던 모습에 예상했던 맛. 음료 자체에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는 아니었다. 그저 장욱진 화백이 말년을 이런 곳에서 보냈구나 하는 기분으로 세월을 읽다 나오면 될 거 같다. (그러고보니 차를 마시는 이 장소가 장욱진 화백 생전에 있던 곳이었나?) 
 카페 뒷편에 자리잡은 작은 갤러리를 둘러보니 그의 그림이 생각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너무 무리하지 않는 그림체도 좋았고, 복잡하지 않은 색감도 마음에 들었다.

 

 한적한 고택을 지나 서로에게 기념할만한 날이 있으면 찾아가는 스시쿤. 이곳의 오마카세가 맛있기도 하지만, 우리가 결혼하고 처음으로 함께 간 스시집이라 이렇게 뭔가 축하할 거리가 생기면 가끔씩 찾아오곤 한다. 이곳보다 맛있는 곳은 더 많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만 여기로 발걸음을 향하게 된다. 하지만, 아마 앞으로 이곳을 다시 방문할 일이 있을가 싶다. 예전보다 짧아진 코스와 접대하는 분위기. 그리고 새로 옮겨진 장소의 느낌 모두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단순히 아쉬운 식사 한끼 정도가 아니라 함께 추억할만한 공간이 사라진 기분.

 

 앞으로 1~2년 동안은 마음편히 하기 힘든 둘만의 데이트 마지막 장소는 카페거리에 있는 작은 커피숍. 언제나 가벼운 마음으로 한바퀴 둘러볼 수 있는 장소였는데... 그래도 아쉬움 보다는 앞으로 펼쳐질 일들에 대한 기대감이 훨씬 크다. 겪어본적 없는 일들이기에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있지만, 혼자가 아닌 둘이기에 조금은 안심이 된다.

 

 그리고, 아주 작은 이벤트 하나. 드디어 우리 태호에게 통장을 하나 만들어주었다. 아이에게 주는 용돈을 모으는 용도로 만들어봤는데... 출생 신고할때랑은 조금 다른 느낌. 뭐랄까, 출생 신고는 세상에 우리 아이의 존재를 알리는 느낌이었다면 통장을 만드는 건 제도권내에 아이를 등록하는 느낌이랄까. 아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기 때문에 준비해야될 건 주민등록 등본, 가족관계 증명서, 내 신분증 그리고 아이의 인감도장 정도. 완전히 나에 대한 정보를 통해 아이를 등록해야만 하기에 조금은 더 책임감이 느껴졌다. 아직 온전히 자신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랄까. 아빠가 최대한 노력해볼게. 잘 부탁한다. 태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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