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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훗카이도] Day 07 - 다시 한번 삿포로를 향해. 그리고 즐거운 점심식사. 스시 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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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훗카이도] Day 07 - 다시 한번 삿포로를 향해. 그리고 즐거운 점심식사. 스시 젠

추락천사 2018. 10. 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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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틀 동안의 꿈같은 온천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노보리베츠를 떠날 날이 다가왔다. 모든 여행은 휴식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나에게 있어서 노보리베츠의 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도 가장 행복하게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떠나는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다. 무언가 여행이 끝나버린 기분이었고 왠지 하루만이라도 더 머물고만 싶었다. 그리던 여행이었고 머물고만 싶은 장소였다. 다시 여행을 하게 된다면 이런 곳에서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하지만 아쉬움만으로 이 장소를 마무리하기엔 너무 좋은 추억이 많이 쌓여버렸다. 그래서, 이 아쉬움은 나중을 위한 기쁨으로 잠시 마음 한 켠으로 갈무리하고 좋은 기분으로 보내주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조식을 먹기위해 식당으로 내려왔는데, 역시나 해산물로 가득한 아침 한상이 차려져 있었다. 아침부터 이렇게 거하게 먹을 수 있으려나 하는 걱정은 그저 기우일 뿐. 음식이 신선하면 그게 언제일지라도 거북스럽지 않게 다 먹을 수 있었다. 평소에 잘 먹지 않는 해산물부터 생선 그리고 채소들까지 무엇하나 불편한 게 없었다. 차리는 사람이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 지 알 수 있는 듯 한 아침 상차림 덕분에 조금은 처질 수 있는 아침이 상쾌해졌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나니 이제 정말 이곳을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너무나 즐거운 추억을 준 노보리베츠에 감사하며 드디어 노보리베츠를 떠나 삿포로로 향하는 송영버스에 몸을 실었다.



 앞 서 얘기했던 것 처럼, 노보리베츠에서 운영하는 많은 온천에서는 이렇게 삿포로를 오가는 송영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가격도 500엔/1인 으로 매우 저렴하고 출발시간도 체크아웃 하는 시간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일정상 큰 무리가 없다면 되도록 송영버스를 이용하는 걸 추천하고 싶다.



 잠시 눈감고 일어나니 어느새 JR타워 앞에 버스가 도착했다. 떠난지 이제 겨우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왠지 반갑게 느껴지는 건 이제서야 여행에 적응됐다는 신호인데... 아쉬운 건 여행은 겨우 오늘을 포함해 이틀밖에 남아있지 않았다는 사실. 그동안 여행을 하면서 느낀 건 한달 간 떠났었던 남미 여행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 아, 집이 그립다. " 라고 생각한 여행이 없었다는 거다. 이번 여행 역시도 떠날때는 분명 아쉬움이 발목을 잡고 있을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차라리 여행지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이렇게 한 장소에 편안함이 느껴지기 시작해버리면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서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걸 경험을 통해 알기 때문이다.



 뭐, 아쉬움은 아쉬움이고 일단 오늘 하루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다시 눈밭에 캐리어를 끌기 시작했다. 이쯤 되니 눈으로 뒤덮힌 거리도 그리고 그 위를 캐리어를 끌고 걷는 것도 그리 낯설지 않았다. 처음엔 이게 꽤나 불편했는데... 일단, 짐을 숙소에 맡겨놓고 바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JR타워 스텔라 플레이스 6층으로 향했다. 아침식사를 그렇게 거하게 했는데 무슨 바로 점심식사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게 식사 후 체크 아웃까지 시간도 좀 여유로웠고, 이동 시간에 체크 인까지 하고 나니 벌써 점심식사 시간이 되버렸다. 절대 매일 먹으러만 다니는 건 아니었다. -_-;



 사실 처음에 먹으러 가고 싶었던 건 한국에서 꽤나 유명한 하나마루 초밥집이었으나, 보이는 것 처럼 이미 점심시간에 대기번호가 150번이 넘어갈 정도로 줄이 길게 늘어서있었다. 물어보니 대략 1시간이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일단 아내와 찻잔 셋트를 사기 위해 근처 백화점으로 이동했다. 일본 특유의 아름다운 다기들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는데... 아직도 여전히 30분이 넘도록 기다려야 된다는 슬픈 소식. 이미 장시간 이동과 쇼핑으로 지칠대로 지쳐버린 몸과 마음으로 이렇게 하염없이 기다리기에는 (그것도 30분 후에 우리 순서가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상황)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차선으로 이곳 8층에 있는 스시젠으로 방향을 틀었다.



 물론, 이곳도 어느정도 웨이팅이 있었으나 10분내에 입장이 가능하다는 말에 다시 한번 기다림. 다행히 약속한 10분이 지나자 바로 우리 이름을 호명했다. 슬슬 배고픔에 짜증이 나려고 했는데... 만약 계속 하나마루에서 기다렸다면 꽤나 지쳐버리지 않았을가 생각한다. 역시 밥 먹기 위해서 너무 오래 기다리는 건 내 성격에 맞지 않은 듯 하다. 자, 밥 먹으러 갑시다!



 다찌 자리에 앉아서 먹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이미 그곳은 만석이었던 관계로 일반 테이블로 이동. 우리가 앉아있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일어나고 다시 체워지는 걸 보면 이곳 역시 잘 알려진 맛집인 듯 싶었다. 그건 상관없으니 빨리 초밥을 줬으면 하는 생각 뿐이었다. 배고프다 배고파.



 런치 메뉴를 먹기에는 시간이 살짝 넘어서 아주 조심스럽게 '런치 메뉴가 가능한가요?' 라고 물어봤는데 너무나 쿨하게도 괜찮다고 해서 런치 메뉴 2개를 주문했다. 물론 런치 메뉴 이면서 가격도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배고픈 만큼 맛있게 먹을 자신은 있었다. 당연히, 초밥을 먹을때는 맥주 한잔은 기본으로 마셔줘야하기 때문에 생맥주도 한잔 추가로 주문했다.



 연어와 참치는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멋진 식감과 풍미를 가지고 있었다. 단지 아쉬웠던 건 바로 가리비. 원래부터 조개류의 초밥을 많이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본에서 먹었던 초밥류에서 비린맛을 느끼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이 녀석은 조금 비리고 질긴 편이었다. 아마도 내가 해산물을 잘 즐기지 못해서 조금 더 예민한 것도 있긴 했지만 아쉬운 건 사실. 그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예상대로 가격에 비해서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수준의 초밥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초밥중에는 이 계란 초밥(타마고)도 포함되어있는데, 이렇게 특이한 모양의 타마고는 처음 먹어보는 거 같았다. 사실 다른 초밥류는 생선의 신선함에 달려있다고 하면 타마고 만큼은 순수하게 초밥집의 실력으로 결정되는 종류인지라 이걸 먹을때면 좀 더 혀에 집중해서 먹곤 한다. 역시나 살짝 아쉬움. 타마고는 입에 닿을때는 표면의 부드러움이, 그리고 입안에서 씹을 때면 단 맛과 함께 폭신함이 느껴져야 하는데 이 녀석은 타마고라기 보다는 빵 혹은 카스테라에 가까운 식감이 나오는 게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아마도 런치 시간이 거의 끝나갈때쯤에 와서 그런게 아닐까 하고 이해해보기로 했다. 

 전체적으로는 가성비에 충실한 메뉴 구성과 맛 그리고 질도 나쁘지 않았으나 몇 개 메뉴에서는 아주 살짝 아쉬움이 남는 그런 음식점이 아닌가 싶다. 절대 후회하지는 않겠지만 런치 셋트를 먹으면서 너무 기대를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딱 가격 만큼의 음식이 나오는 곳.



너무 배고팠는데, 맛있게 잘 먹고갑니다. 자 이제 다음 장소로 이동합시다. 오늘은 몹시 바쁜 하루니까 말이죠.


[지출 내역]

 1. 스시젠 : 3,996엔 (1,674엔 x 2ea + 648엔[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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