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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Day 27 -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 소호(Soho) 거리를 걷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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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Day 27 -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 소호(Soho) 거리를 걷다

추락천사 2017. 11. 1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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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의 피로때문이었는지 오래간만에 늦잠을 자버렸다. 중간 중간 잠에서 깨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엇을 봐야한다는 부담감도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약속도 잡지 않은 몇 안되는 하루의 아침을 온전히 침대에서 즐기고 싶었나보다. 결국 일어난 시간은 10시가 훌쩍넘은 시간이었다.

 에어비앤비로 얻은 숙소는 조식이 나오지 않는 대신 그 안에서 조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어제 봐두었던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기로 결정했다. 산에 오르는 것도 빙하를 보는 것도, 때로는 투어를 다니는 것도 너무나 행복하지만 이렇게 오래간만에 만나는 일상 역시 그에 못지 않게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오래된 도시라는 것을 말해주듯 많은 건문들이 낡은 외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낡은 모습이 어색하거나 새롭게 단장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새로운 것이 나쁜것은 아니듯 낡은 것도 새롭게 고쳐야할 대상이 아니란 걸 이곳 사람들은 잘 알고 있는 거 같다. 



 이곳에서 장을 볼때면 저렴한 와인 가격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다. 아침 저녁으로 가볍게 와인을 즐기기엔 아직 무리가 있는 한국과는 다르게 여기선 왠만한 와인도 1만원이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조금 괜찮다 싶은 와인들도 2~3만원 이하로 구할 수 있으니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천국이 아닐가 싶다.


   


  오늘의 요리사는 김보희. 평소에도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아내에게 이곳의 저렴한 식재료는 그 요리혼을 더욱 불태우게 해주나보다. 분명 아침식사임에도 불구하고 몹시 분주하게, 그것도 2가지 요리를 동시에 하고 계신다.



요리야, 만들어저랏!


 그렇게해서 완성된 오늘의 한상차림. 스파게티와 아보카도 샐러드. 거기에 와인까지 한잔. 사실 알콜이 들어가면 바로 잠들어버리기 때문에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는 잘 마시지 않지만 그 동안 남미를 여행하면서 나름 빡센 일정때문에 참아온 시간이 아쉬워 이곳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시간 될 때마다 한 잔씩 하는 걸로 결정했다. 즐거운 아침 식사!



 배도 든든하게 체웠으니 이제 오늘의 일정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일단, 가장먼저 이곳의 Soho 거리를 구경하기로 결정. 어느 나라든 그곳의 Soho 거리에 구경할 것도, 먹을 것도 가장 많이 있기에 여유로운 일정을 계획한 우리에게 이보다 좋은 곳은 없을 듯 싶었다.

 참고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소호거리는 일반적으로 Palermo metro 근처에 넓게 퍼져있는 구역을 의미한다. 물론 한국처럼 한 거리에 집중적으로 퍼져있지 않아서 "도대체 어디를 말하는거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구역 전체에 넓게 퍼져있어서 나름 다니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기도 하다.



 숙소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익숙치 않은 버스보다는 그냥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가던 도중 만난 과일가게. 이유는 모르겠지만 남미의 가게들은 이렇게 과일들을 먹음직스럽게(?) 진열해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진열 기술이 좋은 건지 아니면 남미의 과일이 유난히 탐스러운건지는 모르겠지만 지나칠때마다 눈이 가게 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만난 또 하나의 부러운 점. 바로 버스였다. Swag 넘치는 저 버스는 보일 때마다 카메라고 찍고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버스 외관을 통일해 놓으면 이용자들이 훨씬 편하게 이용하겠지만 그래도 너무 삭막하지 않은가. 인간의 편의는 잠시 내려놓고 이렇게 도시를 아기자기하게 꾸며놓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봐도 부럽다.



 고즈넉한 건물들이 이 동네의 분위기를 말해주는 거 같다. 시끌벅적하기 보다는 몹시 정적인 모습. 분명 몇년 전에도 이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 같고 앞으로도 그리 크게 변하지 않을 거 같은 기분. 약간 쌀쌀하지만 그 쌀쌀함이 싫지 않다.



 드디어 도착한 Soho거리. 역시 젊은 거리 답게 카페와 악세서리 가게들이 한 집 걸러 하나씩 있었다. 한국의 가로수길의 평일 오후 풍경이랄까. 많은 사람들이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서 한가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종종 느끼는 거지만 이 시간에 이 자리에서 이런 여유를 누리는 사람들은 모두 나와 같은 여행객 들인건가? 기분이 좋다가도 괜히 울컥하며 억울한 기분이 느껴질때가 있다.



 거리의 뒤쪽을 보면 이렇게 노점들이 늘어서 있다. 다들 각자의 상품들을 예쁘게 진열해놓고 손님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긴 여행을 하고 있어서 이런 기념품을 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막상 마지막 도시에 도착하니 너무 자주 봐서 그런지 구매욕이 끓어오르질 않는다. 역시 뭐든지 사고 싶을 때 사고 먹고 싶을 때 먹어야 하는가 싶다.



 야외 수업을 나온 어린 친구들. 어린애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저렇게 천진난만하게 웃는 애들을 보면 같이 따라서 웃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날씨가 추운대도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으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알록달록 예쁘게 꾸며논 건물들


 지나가다가 발견한 햄버거 가게. 배가 고팠더라면 분명 하나 사먹었을텐데 아침을 먹고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냥 지나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하나 주문해서 먹어볼껄... 하는 아쉬움이 남는 곳이다. 누군가 다녀온다면 꼭 어떤 맛인지 알려줬으면 좋겠다. 아... 먹고 싶다.


Burger Joint : Jorge Luis Borges 1766, C1414DGD CABA, 아르헨티나


 조금만 더 길을 걷다보면 이런 어마어마한 노점 행렬(?)을 만날 수 있다. 항상 이런 자리에서 장사를 하는 건지 아니면 한국의 5일장 처럼 날을 정해서 진행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꽤 큰 규모로 행사를 하고 있었다. 어림잡아 수십개의 매점들이 어디서 본적없는 작품들을 가지고 뽐내고 있었다.

 이곳이 어딘지 궁금하신 분들은 구글에서 Plaza Serrano Palermo(plaza, serrano, C1414DFF CABA, 아르헨티나)을 검색하도록 하자. 그 근처를 돌아다니면 쉽게 발견할 수 있을거다.



예쁜 그릇과 모자들


신기하지만 보희는 절대 못하게 할 목걸이


 중간에 멀리서 들리는 음악소리가 있어서 따라가보니 꽤 실력있는 밴드가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들은 얼마나 즐거울까. 자기가 하고 싶을 걸 찾고 그걸 행하고 즐기며, 유지한다는 게 얼마나 많은 노력과 용기가 필요한 걸 알기에 더욱 이런 사람들을 응원하게 된다.



 길거리 곳곳에 그려져 있는 길거리 벽화앞에서 나름 자세잡고 한 컷. 도시가 허락하고 그 규칙안에서 재능있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표현하면 이런 멋진 도시가 만들어 질수도 있다는 사실. 모든 게 꼭 깔끔해야되고, 반드시 정형화되어야 하며 규칙에 맞지 않은 건 금지되어야 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한도내에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면 도시도 이런 살아있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예! 소호 좋아!


 부에노스 아이레스 안에서도 자유로운 도시인 소호(Soho)의 거리를 돌아다녔다. 그곳에 있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고 조금이긴 하지만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가로수길을 시작으로 경리단 길까지 나름 서울의 소호를 만들어나갔던 이들이 쫒겨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언젠간 이런 아름다운 소호를 가질 수 있으려나 하는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아직은 여행중이니 이런 복잡한 생각은 버리고, 현재를 즐겨봐야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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