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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1. 우리집 인테리어 이야기 - 컨셉 정하기 본문

인테리어/인테리어 컨셉 고민

[인테리어] #1. 우리집 인테리어 이야기 - 컨셉 정하기

추락천사 2019. 2. 1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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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가장 오랜시간 지내는 공간을 꼽으라면 단연 회사지만, 내 몸과 마음을 온전히 충전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다른 곳도 아닌 바로 '집'이다.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져서 더 이상 아무것도 하기 싫다가도 주말이 지나고 나면 다시 한 주를 보낼 수 있는 에너지를 체울 수 있는 공간. 그렇기에 온전히 내 생활 패턴, 감성 그리고 취향에 맞도록 집을 꾸미는 일은 옷을 사거나 좋은 직업을 얻는 것 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기 전에는 부모님의 집에 살고 있었고, 결혼 후에는 집을 꾸미는 일 보다는 내 삶을 즐기는 일에 집중하다보니 이미 만들어져 있는 집의 분위기에 나를 맞춰 살기 바빴다. 그렇게 30여년을 넘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보내는 시간들이었지만 집이 나에게 주는 안식이 결코 나빴던 건 아니다. 집이란 공간만이 줄 수 있는 아늑함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 형태에 관계없이 존재만으로도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있던 아주 작은 아쉬움. 존재하는 집에 내 몸을 맞추는 게 아니라 오롯히 우리 가정만을 위한 집을 꾸미고 싶은 마음.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결정된 이사를 시작으로 나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누군가에겐 그저 '인테리어 업체가 알아서 해주는' 집꾸미기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인테리어는 아름다운 집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작은 전구 하나의 위치도 내가 아니 우리의 생각이 담겨 있는 안식처를 만드는 작업이다. 그러니 아주 특별히 아름다울 필요는 없느나, 무엇하나 나와 아내의 생각이 들어가길 간절히 원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왜? 란 질문에 내 생각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냥 이게 유행이니까.' 혹은 '업체 추천으로...' 란 말은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었다. 괜한 고집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 만큼 나에게 있어서 집이 가지는 의미가 크니까 말이다.

 그래서, 인테리어 업체를 만나기 전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1.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 존재해야 한다.

 집안을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아름답게 꾸미는 건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우리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 정도는 만들어두고 싶었다. 하나의 강렬한 기억이 다른 기억들을 연결시켜주는 것 처럼, 내가 우리 집을 생각했을 때 당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길 바랐다. 앞으로 이야기하겠지만 이번 집에서 그런 역할을 할 장소는 바로 베란다를 확장하면서 만들어낼 '평상'이 될 예정이다. 봄/가을에는 앉아서 차를 마실 수 있고, 겨울에는 눈오는 풍경을 말없이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 10년이 지나고 20년이 되가도 기억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2. 공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공간을 즐긴다는 건 그 공간에 존재하는 향/소리/빛/아름다움에 만족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내가 얘기하는 즐거움이란 주로 '소리'에 집중되어있는 편이다. 귀가 예민해서 엄청난 사운드 시스템을 구성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다고 방 하나를 통채로 음악 감상을 위해 꾸밀 수는 없는 노릇이니, 거실을 그런 공간으로 꾸미기로 했다. 그렇다면 몇 가지 타협해야할 문제가 있다. 아름답고 좋은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은 정해진 예산으로 꾸미기에는 무리가 있을 뿐더러 전체적인 집안의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 그래서 적당한 수준의 스피커(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 한도내에서)와 더불어 집안 곳곳에 주백색 ~ 주황색 조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할 수 있다면 3000K 이하의 완전 전구색을 배치하고 싶긴 하지만 이 부분은 인테리어 업체의 조언도 필요할 듯 하여, 너무 고집부리지는 않기로 했다. 


 3. 휴식을 취할 수는 공간은 오롯이 휴식에 집중되어야 한다.

 집안에서 온전히 휴식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은 안방의 침대와 화장실의 욕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안방의 침대가 존재하는 공간은 안방내에서도 침실의 기능을 하는 공간을 가벽으로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화장실의 욕조는 나중에 따로 설명하겠지만 일반 욕조가 아닌 조적욕조를 하기로 했다. 그 만큼 욕조 공간을 넓게 쓸 수 있을 뿐더러 내가 원하는 타일을 배치할 수 있기에 큰 고민없이 결정한 부분이다. 아쉬운 건 많은 예시가 있는 편이 아니라는 점 정도.


 4. 부엌은 처음상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오피스텔에 10년 정도 살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을 꼽으라면 바로 부엌이다. 작은 냉장고, 원치 않는 배치, 마음에 들지 않는 싱크대 색. 뭐 이 정도는 그냥 살면서 적응할 수 있지만 가장 참을 수 없던 건 조금만 방심하면 밖으로 넘처 흐르는 주방 방 살림살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주방 인테리어를 하면서 집중했던 건 '언제라도 원한다면 이사온 날과 같은 수준으로 정리할 수 있는' 주방 공간 확보였다. 덕분에 업체와는 참 많은 회의를 해야했지만 앞으로 10년이 넘도록 살아야 하는 장소인데, 이 정도 수고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모습이 나와만 준다면 말이다.


 이제 한달여 후면은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된다. 지금도 업체와 많은 얘기른 나눴지만 앞으로도 공사가 끝나게 될 그날 까지는 분명 많은 수정과 결정의 시간이 반복될거다. 그 과정을 기록하고 나중에 열어봤을 때, 내가 왜 이런 공간을 원했는지 기억해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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