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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Day 08 - 쿠스코 근교여행 (친체로,살리네라스,모라이,오얀따이땀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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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Day 08 - 쿠스코 근교여행 (친체로,살리네라스,모라이,오얀따이땀보)

추락천사 2017. 8. 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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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가면 평소보다는 일찍 일어나게 된다. 왠지 하루 하루가 아쉽기 때문이랄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침은 언제나 바쁘다. 분명 전날 짐을 다 쳉겼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특히 오늘은 쿠스코 근교 투어를 한 뒤에 마추픽추로 올라갈 수 있는 아구아스깔리엔떼로 이동할 예정이기 때문에 조금은 더 정신이 없었다.

덕분에 아침을 허접지겁 먹은 뒤 어제 예약해둔 투어사의 버스를 찾아 탑승했다. 한국사람은 커녕 동양인도 하나 없는 버스지만 이쯤되니 슬슬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Tip 1. 오전에 출발해서 일정이 다 끝나면 대략 3시쯤 오야따이땀보에 도착합니다. 페루레일을 이용해서 아구아스깔리엔뗴까지 가실거라면 4시나 그 이후로 예약하면 여유롭게 타실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Tip 2. 근교 투어를 갈 때 짐이 너무 많다면 숙소에 짐을 맡기고 가는 것도 방법이다. 필요한 짐만 가지고 마추픽추를 다녀온 뒤 쿠스코로 돌아와서 찾으면 된다.


01. 친체로(Chinchero)

 작은 시골마을이지만 잉카시대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을 뿐 아니라 직조공정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장소도 있어서 시간이 있는 분들은 한 번 쯤 들러봐도 좋을 거 같다. 참고로 친체로 입구에서 구매하게 될 표가 친체로, 모라이, 오얀따이땀보, 피삭까지 묶여있는 패키지 표이기 때문에 구매하게 된다면 절대로 잃어버리면 안된다. (80sol / person)






 중간에 넓직한 광장에 하약 벽돌, 그리고 위에는 적색의 지붕이 올려져있는 걸 보면 이곳에까지 스페인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들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괜히 슬프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일본의 흔적을 보면서도 외국인들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아니, 나 자신부터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반성해본다.




 


 날도 좋고 바랍도 좋아서 그런지 들판 곳곳에 이렇게 뭔가(?)를 말려 놓은 걸 볼 수 있다. 이게 뭔지 궁금하긴 했는데...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그냥 넘어가는 걸로. 아, 지금보니 더 궁금하네. 이거 뭐지? 여기 외에도 아찔하게 펼쳐져있는 계단식 논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이런 곳에서 일을 하고 살아갔다는게... 참 신기할 뿐이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바람만 좀 세게 불어도 굴러떨어질 거 같은데.

 겁이 없는 건지 도저히 다른 대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인간의 적응력이란 대단하다.







 사실 친체로는 보이는 것 처럼, 그냥 작은 시골마을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유적을 기대하거나 눈을 떼기 힘들 정도의 정교한 조각상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을 달래고자 친체로를 떠나는 길에 작은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이 문 앞에 차를 세워줄텐데 우리나라의 쇼핑 강매 같은 일은 없으니 안심하고 가서 구경하고 오시면 된다. 안에서 실제로 어떻게 만드는지 꽤 Active하게 설명도 해주니까 궁금하신 분들은 집중해서 듣도록 하자.




 이런 분위기에서 수업(?)이 진행된다. 따뜻한 차도 나오고 앞에서 막 배틀(?)도 짜고 염색도 하고 하다보면 시간이 금새 지나간다. 설명을 다 듣고나면 이제 자유시간. 이곳의 작품(?)들은 왠지 모르게 수작업으로 했을 거 같고, 고 퀄리티일 거 같고, 다른데서는 구할 수 없을 거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지만... 이 녀석들을 여행 내내 쳉기고 다녀야 한다는 부담감에 일단은 눈으로만 즐기고 말았다. 여행 막바지에서도 만날 수 있다면 꼭 한국으로 데려가 주마. 기다리고 있거라.







02. 살리네라스(Salineras)

 앞 서 도착한  친체로가 어디서 본듯한 시골마을의 분위기였다면 이곳 살리네라스는 생전 처음보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래와 같은 골목길을 지나자마자 평쳐지는 풍경은 참, 뭐라고 표현하기도 힘들만큼 경이로웠다. 특히 졸졸졸 흐르는 물길을 만들어 논 모습을 보면, 인간이 노력하면 어느정도까지 해낼 수 있는지 - 오히려 지금의 과학 발전보다 - 더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잠깐이나마 자연에 적응한 인간이 만든 멋진 풍경을 감상해보자. 어딜봐도 같은 풍경. 그리고 같은 감동이 느껴진다. 감동을 느끼는 동안 궁금해졌다. 왜 이들은 여기까지 와서 염전을 일궜으며, 이 소금은 어디서 온건지. 가볍게 구글링을 해봤지만 정확한 정보를 주는 곳은 없었다. 바다의 소금은 순환된다고 쳐도 이 산속의 소금은 어떻게 계속 해서 나오는걸까? 아는 분이 있다면 답변이라도...








 살짝 무섭긴 했지만(혹시나 떨어질까봐)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은 용기를 내서 기념사진 찰칵. 밑에 내려가면 조금 더 멋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안전을 위해서... 참는 걸로.







 여행 다니면서 기념품 같은 걸 잘 못사는 성격인데, 이곳에서 만큼은 좀 과하다 싶을 만큼 구매했다. 첫번째로 여행다니기 전후로 스테이크에 확 꽂혔는데 그때 맛있는 소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두번째로는 다른 기념품은 각 나라 혹은 동대문에 가서도 살 수 있을 거 같은데 여기 소금 만큼은 구하기 힘들거 같은 느낌. 덕분에 지금도 집에는 이 당시 구매한 소금들이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혹시라도 집에서 스테이크 해먹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사도록 하자. 







03. 모라이(Moray)

 모라이 입구에 들어서면 저런식으로 형성된 계단식 농경지가 엄청난 규모로 펼쳐져 있다. 왼쪽 중간부분에 걸어가는 사람이 보인다면 그 규모를 간접적이나마 가늠할 수 있을 듯 하다. 이곳이 모종의 의례장인지 혹은 실험용 경작지인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한 거 같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에게 그게 무슨 중요한 문제인지 싶다. 어떤 용도로 사용했든 그 당시 사람들이 이곳을 이렇게 만들어서 사용을 했고, 그걸 바라보는 지금 나의 기분은 경이로움으로 가득차있으니 말이다.






 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호젓하게 서있는 한 그루의 나무(나무가 맞으려나?)를 만날 수 있다. 주위의 다른 녀석들과 확연히 달라서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듯한 느낌까지 주는 녀석이다. 그 당당함 때문인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눈치보면서 아무도없길 기다려 사진 한장! 저 위에 멋진 새가 한마디 앉아있었다면 훨씬 더 멋진 그림이 나올 수 있었을텐데, 저 넓은 하늘 어디에도 새 한마리 보이지 않던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호젓호젓하니까 외롭지 않게 한 컷!




 아래 길들을 따라서 걷다보면 어느새 2~30분은 휙 지나가고 만다. 물론, 다양한 길을 통해 좀 전에 봤던 농경지를 한 바퀴 둘러보는 코스도 있지만 슬슬 지쳐가는 체력 + 배고픔 때문에 그 정도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다. 주변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 위주로 돌아보고 쉬엄쉬엄 걸었다.

 혹시 체력에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꼭 크게 한 바퀴 돌아보도록 하자. 여행에 있어서 눈으로 바라보는 것과 사진으로 남기는 것, 그리고 내 발로 밟아서 그 위에 서보는 건 다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해 준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더 힘들더라도 그 주위를 돌아보며 그 사람들이 바라봤을 시선으로 나도 함께 바라볼 껄... 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기운 있으신 분들은 저 멀리 코스까지 한 바퀴 돌고 오시나보다. 힘 내세요!



04.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

 모라이를 뒤로하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오얀따이땀보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부터는 약간 배도 고프고 힘들도 들어서 5%정도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투어를 진행한 거 같다. 여행할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체력을 키워야 볼 수 있는 것도 많고 보는 것에서 느끼는 것도 더 많은 거 같다. 일단 체력이 떨어져서 '아... 조금 힘든데?'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여행의 감동은 반토막나기 시작한다. 그 반감기는 1시간 정도?

하지만, 이 것만 끝나면 맛있는 점심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그것도 뷔폐!) 그걸 기대하면서 마지막 코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거 참 마지막 코스치고는 보이는 웅장함이 좀 과하다. 하지만 뭐 여기까지 와서 '못 올라가겠습니다.' 라고 말할 이유도 없으니 힘내서 위를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참고로 이곳 오얀따이땀보는 페루의 성스러운 계곡 중심지에 있는 마을로 오얀따이 장군이 파차쿠텍 잉카의 딸과 사랑에 빠졌지만 비천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결국 결혼을 하지 못했다는 몹시 슬픈(?) 전설이 내려온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이곳의 유적지에 있는 돌들을 순전히 사람의 힘으로 옮겨서 만들었다는 점이다. (물론 그때 증기기관이 있을리 만무했겠지만...) 거기다가 더해서 아래 보이는 돌 틈 사이에 한치의 틈새도 보이지 않는 게 느껴지는가? 도대체 돌을 다듬는 기술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돌사이의 틈을 저렇게 만들어 낼 수 있단 말이가.








 드디어, 쿠스코 근교 투어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곳에서 피삭(Pisac)으로 이동하는 코스가 하나 더 남았지만 우린 여기에서 바로 아구아스 깔리엔떼로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그 전에 기다리고 기다렸던 점심 식사! 앞 서 몇 번 언급했지만, 이곳에서는 모든 예약이 종이로 이루어진다. 즉, 종이 안에 쓰여진 내용이 계약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된다. 별거 아닐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내와 나는 자칫 낭패를 당할 뻔 했었다. 우리 여행 패키지에 점심이 포함되었다고 분명 언급이 되었고 돈도 지불했는데 예약 종이에 그 내용이 빠져있던 것. 그래서 가이드는 우리에게 점심을 제공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 다행히 친절한 페루인 답게 그곳과 전화 통화를 열심히 한 뒤 마무리했지만... 투어할 때는 반드시 서로 얘기한 내용이 다 포함이 되어있는지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할 것을 권하고 싶다. 투어 코스, 시간등을 명시하는 건 기본중의 기본이다.






점심을 먹고나서 일행과 헤어진 다음 걸어서 15분 정도 움직이면 기차역(?)을 발견할 수 있다. 가는 길이 어렵지는 않으나 혹시 모르니 주변 사람들에게 꼭! 물어물어 찾아가자. 마추피추로 갈 수 있는 길목 아구아스 깔리엔떼로 가기위해서는  페루레일과 잉카레일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데, 우린 페루레일로 결정. 미리 예약을 다 하고 왔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표로 교환만! 참고로 페루 레일 가격은 인당 128$ 정도 했으니 참고 바란다.

페루레일 예약 사이트






 투어도 끝났고, 페루레일 표 교환도 완료했으니 한시간 정도 이제 여유시간이 생겼다. 최근에 빡빡한 일정에 치여 여행 노트를 정리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짬나는 시간 동안에는 노트 정리와 앞으로의 일정을 다시 확인. 따뜻한 커피와 시원한 음료는 덤으로...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면서 느끼는 건 언제나 기록은 기억보다 정확하다. 특히 그날의 감정들 만큼은 기억만으로 되새김질 하기엔 무리가 있는 부분이 많다. 행복한 사진에서는 느낄 수 없는 힘들고 지친 기억들. 단 한권의 노트지만 여행의 감정들이 담겨있는 소중한 기록이 되어주고 있다.







 오늘의 기나긴 여행의 종착지인 아구아스 깔리엔떼에 도착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 늦어 뭔가 하기로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그 고즈넉한 분위기가 여행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있었다. 그리고 아쉽게 이날 찍은 사진은 없지만 페루 레일의 인연으로 Facebook 친구가 된 두 명의 어린 청년과의 좋은 인연도 생겼다.







 조금은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잉카 문명이 남긴 흔적을 보며 걸었고, 그 정점을 보기 위해 이곳으로 이동했다. 조금 지치고 피곤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은 이 공간들 중 눈으로 담을 수 있는 건 다 담아가고 싶었다. 내일이 기대된다.

[지출 내역]

쿠스코 근교 투어 입장료 : 160sol (80sol / person)

소금 구매 : 18sol

콜라 구매 : 5sol

페루레일 :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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