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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이야기] KAGUA BLANC(카구아 블랑) - 8% 본문

맥주 이야기/벨기에

[맥주이야기] KAGUA BLANC(카구아 블랑) - 8%

추락천사 2018. 8. 16.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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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주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결심한 건 '마트에 있는 맥주는 올 해 안해 다 마셔본다.' 였다. 일단은 두서없이 손에 집히는대로 고르긴 했지만 왠지 모르게 마트의 오른쪽 가장 윗줄에 놓여있던 이 맥주만은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정갈하고 예쁜 병이 시선을 끌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맥주의 몇 배나 비싼 가격 때문이었다. 

 물건을 구입함에 있어서 보편적 가격이라는 게 존재하는 데 나에게 있어서 맥주의 보편적 가격은 5천원에서 1만원. 그 이상의 가격이 책정된 맥주는 뭔가 과소비스럽고 내가 만나기엔 조금 이른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날 나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싶었던 바로 그날. 작은 망설임을 뒤로 하고 이 맥주를 골랐다.

 이 맥주를 만나서 손에 쥐고 집에와 맥주잔에 따를 때까지 단 한번도 '일본 맥주' 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아니, 저 라벨을 하고 다른 나라에서 만들었다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일본 맥주가 아니라고 말하기 역시 힘들다. 분명 일본 회사에서 만들었으나 실제 생산을 벨기에서 하기에, 일본의 정서(?)가 녹아든 벨기에 맥주라고 하는 게 옳은 표현이지 않을가 싶다.



홈페이지가 풍기는 느낌 역시 카구아 블랑 맥주를 마셨을 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깔끔하고 정갈한 이미지. 역시나 몹시 일본스러웠다. 


 생산지 : 벨기에

 스타일 : Belgian Strong Ale

 시음 : 병을 열때까지만 해도 향이 코를 자극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잔에 따르자마자 순식간에 풀 내음이 퍼지기 시작한다. 짙은 호박색 혹은 황금빛의 색깔이 마치 정돈된 파스텔 계열처럼 느껴진다. 일단 한 목음 마시면 상큼함과 약간의 시큼함이 올라온다. 금방 가실줄 알았던 이 느낌이 맥주를 다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혀 끝에 잔상처럼 남아있는다. 적당한 탄산 덕분에 청량감이 훨씬 오래 간다. 유자의 단 맛과 원인모를 쓴 맛이 안정되게 서로를 잘 떠받치고 있는 느낌이다.


 가격에 비해서는 조금 가벼운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 덕분에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릴 만한 맥주가 하나 더 생긴 기분이다. 언제나 곁에 두고 마시긴 조금 부담스럽지만 생각날 때 어느 자리에서건 꺼내 마실 수 있는 맥주가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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