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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훗카이도] Day 03 - 비에이의 동화같은 숙소, 쉐라팡 펜션(Chez Lapin)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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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훗카이도] Day 03 - 비에이의 동화같은 숙소, 쉐라팡 펜션(Chez Lapin)

추락천사 2018. 5. 2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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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에이에 도착하자마자 쏟아지는 엄청난 눈에, 오늘 하루의 일정을 취소해야되나 하고 잠시 고민했지만 그리 길지 않은 일정에 하루를 다 버리는 게 아까워서 일단은 비에이의 풍경을 감상하기위해 출발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의 선택이 그렇게까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줄은 상상도 못했던터라 살짝 들떠있기까지 했다. 이런 눈과 함께 바라볼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는 기대감. 하지만 우리는 좀 더 이성적인 선택을 했었어야 했다.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기 10여분이 지나자 이제는 거의 눈 앞을 가늠하기 힘들정도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중간부터 눈이 좀 잦아들어서 안심했던 게 막상 산길로 접어들자 더 심해지기 시작해서 이제는 돌이키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그렇게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사이 결국 일이 터졌다. 방향 감각이 사라졌던 건지 아니면 잠깐 제정신(?)이 아니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내 키만큼 쌓인 눈벽에 자동차를 그대로 돌진해버린 거다. 한 10초 정도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고민하고 난 뒤에 혹시라도 도와줄 사람은 없나 하고 차에서 내렸지만 그 누구도 우리만큼 용감하진 않았나 보다. 지나가는 차가 한 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사고는 살다가 거의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될지 계속 고민하다가 이대로는 차가 아예 눈에 파뭍힐 거 같아서, 일단은 후진으로 차를 꺼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혀 움직이지도 않는 차. 거의 포기하고 있을 때 쯤 차가 살짝 뒤로 움직이는 느낌이 났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바퀴 주위의 눈을 정리하고 다시 한번 크게 힘을 줘 차를 밀어보니 차가 쑥! 하고 빠지는 게 아닌가. 거의 눈물날만큼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이때부터 든 생각은, 어떻게하면 다시 숙소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는가 밖에 없었다.



 네비가 가르쳐주는 길은 이미 눈이 너무 쌓여서 막혀있는 게 태반이었고, 새로운 길은 혹시라도 막다른 길은 아닐까 고민되어 쉽사리 시도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재설차들이 수시로 길을 내주고 있어서 완전히 고립되는 것 만은 막을 수 있었다. 



 간신히 마을로 들어와서 찍은 셀카. 완전 젖어버린 머리카락이 그 날의 사투(?)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저 웃음을 짓기 위해서 눈밭을 굴러다닌 던 걸 생각하면 정말... 그래도 고립되지 않고 돌아왔으니 다행이 아닌가. 다시한번 사람들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혹시라도 비에이에 도착해서 눈이 심하게 온다 싶으면 괜히 돌아다니지 말고 빨리 숙소를 향해 운전 방향을 잡도록 하자. 그리고 주인아저씨에게 오늘 돌아다닐만한지 꼭! 확인하자. 우리가 숙소에 돌아가서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하자 주인 내외분들 모두 ' 이 사람들 재정신인가? ' 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드디어 보인다! 다른 차들이 보인다!


 그렇게 우리는, 그날의 수 많은 계획을 뒤로 한채 숙소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자연의 위대함(?)을 몸소 체험한 3시간동안의 사투. 다시는 자연에게 까불지 말자.


[숙소정보]

1. 숙소명 : 쉐라팡 펜션(Pension Chez Lapin)
2. 주소 : 33 Go 니시 7 센키타 가미후라노 정 소라치 군 홋카이도 071-0507 일본
3. 가격 : 18,000엔(1박, 2인)
4. 맵코드 : 349 609 868
5. 사이트 : http://www.geocities.jp/usaginoiekamifu/index.html


 숙소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정면으로 보이는 커다란 창문이 눈에 보인다. 마치 파노라마 처럼 한 벽면을 전부 차지하고 있는 창문 덕분에 마치 자연속에서 식사를 하는 거 같은 기분까지 느끼게 해준다.



 혹시라도 이곳에 묵을 예정인 분들은 반드시 석식/조식을 신청하도록 하자. 일단, 주변에서 제대로 식사할 곳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아주머니가 정성껏 차려주시는 음식이 생각보다 꽤(왠만한 식당보다) 맛있다. 특히 짧은 여행중에 숙소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일정이라면 이렇게 식사를 하면서라도 그 숙소의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나쁜 선택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단, 도착하자마자 맛볼 수 있는 석식.



 분위기를 내보려고 테이블위의 조명을 빼곤 모두 꺼버렸는데, 좀 전에 봤던 거실의 창문을 그대로 바라보면서 식사할 수 있는 구조로 배치되었다. 

<저녁식사>


 메인요리는 치킨스프카레지만, 난 저 고슬고슬하게 잘 익은 밥이 너무나 맛있었다. 굳이 많은 반찬이 없어도 이 정도의 밥이라면 그냥 김치찌개만 있다면 진수성찬같은 기분이 날 정도. 게다가 다른 반찬들도 맵거나 짜지 않고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졌다. 아침부터 운전 때문에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 수준이었는데 덕분에 서서히 힐링될 수 있었다.



 이런 날 맥주한잔이 빠질 수는 없는 법. 얘기드리면 삿포로에서만 판매하는 삿포로 클래식을 마음껏(?) 주문할 수 있다. 추운날 따뜻한 방안에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 맥주를 가장 맛있는 게 마시는 방법중에 하나이지 않을 가 싶다.


<침실>


 침실은 호텔의 그것보다는 훨씬 더 가정집의 느낌이 났다. 정말 푹 잠을 잘 수 있는 공간. 호텔에서 잠을 자고나면 편하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푹 잠들지는 못한다. 그냥 대낮에 낮잠을 자는 기분이랄까? 게다가 이런 나무나무한 인테리어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관리하기 힘들고 아늑하게 꾸미기 어려워서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인테리어 꿈나무인 나에겐 이렇게나마 대리만족할 수 있다는 게 그저 행복할 뿐이다.


<아침식사>


 아침식사 역시 오직 우리만을 위해 준비해주신다. 흔한 샌드위치와 차 그리고 샐러드지만 뷔페의 차가운 아침과는 차원이 다르다. 조용한 거실에서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먹는 아침이라니. 혹시라도 아침부터 샌드위치가 부담스러울지 몰라 준비해주신 호박죽까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좀 더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커피 한잔과 함께 거실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조용한 음악 거기에 맛있는 커피까지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치는 않으니 말이다. 물론, 이제 집 밖으로 나가면 저 눈과의 사투를 다시 한번 벌여야 하지만 말이다.



 계획이 틀어진만큼 속상한 마음으로 향했던 숙소였다. 도착하기까지 긴장하면서 간 탓에 조금은 짜증도 난 상태였다. 하지만 도착해서부터 다시 새로운 목적지로 향하는 순간까지 무엇하나 우리의 마음을 감싸주지 않는 게 없었다. 음식의 정성과 친절한 주인부부, 그리고 아름다운 집까지. 여행의 숙소라기 보다는 나중에 내가 살고 싶은 집에 다녀온 기분.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전해준 주인 아주머니의 메세지를 남겨본다.


Good bye 쉐라팡(Chez lap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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