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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훗카이도] Day 04 - 아름다운 눈의 절경(1), 흰 수염 폭포 / 청의 호수(아오이이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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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훗카이도] Day 04 - 아름다운 눈의 절경(1), 흰 수염 폭포 / 청의 호수(아오이이케)

추락천사 2018. 8. 2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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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으로 유명한 훗카이도에서도 비에이는 그 아름다운 절경 덕분에 '겨울이 만들어낸 절경'으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덕분에 여행을 오기 전에 그 절경이 만들어내는 감동에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제 하루종일 겪었던 눈보라 때문인지 '오늘 그냥 돌아갈까?'란 생각을 잠깐 했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눈이 무섭기도 했었고, 이렇게 여행하다가 산에서 조난당할수도 있겠단 생각까지 했으니 말이다. 내가 너무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는지 아내 역시도 눈이 너무 많이 오면 삿포로로 돌아가자고 애길 해줬다. '일단 날씨 좀 보고 결정하자.' 라고 했지만 어차피 눈이 내릴거면 출발하기 전에 내렸으면 하는 맘도 있었다. 산 속에서 갑자기 내리는 눈에는 정말 답이 없으니 말이다.



 어제 있었던 눈폭풍의 흔적은 저렇게 쌓인 눈으로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조금은 얄미울정도로 화창한 날씨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 마냥 불안해하기 보다는 현재를 즐기자는 생각에 일단은 Go.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는 방송에서도 몇 번 소개되었던 '흰 수염 폭포'다. 머물던 숙소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덕분에 20여분 정도 차를 몰고 가다보니 금새 목적지에 도찰할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만난 완전한 설국. 훗카이도에 와서 지긋지긋하게 본 눈이지만 이곳에 오니 또 새롭다. 완전히 얼어붙어버린 폭포와 그 주위에 쌓여있는 눈. 그리고 그 옆으로 흐르는 물이 이루는 풍경에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광활한 대지나 커다란 산이 보여주는 것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 사진 찍을 준비를 하고 나서는 한 동안 그 풍경을 감상했다. 왠지 다시는 보기 힘들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눈이 오든, 바람이 불든 그저 현재를 완벽하게 즐기는 김보희 양. 오늘도 눈 만난 강아지 마냥 신났다. 참 부러운 성격이다. 여행을 하면서도 종종 복잡한 현실의 생각에 잠기는 나와는 달리 이 여행에 온전히 집중하는 보희를 보다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고맙고 감사하다.



 사실 얼어붙은 폭포 그 자체가 풍기는 아름다움보다도 그 주위를 둘러쌓고 있는 풍경이 이곳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느낌이다. 인간의 흔적이라고는 달랑 이 다리하나만 존재하는 공간. 그래서 마치 내가 자연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만든다. 그냥 바라만 보는 게 아니라 하나 된 느낌. 폭포 단 하나만을 바라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든다면 아마도 그게 이유가 되지 않을가 싶다.



 오늘 하루동안 다녀야할 곳이 많은 관계로, 3~40분 정도의 감상을 마치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로 했다. 시간이 있다면 이 풍경을 벗삼아 하루 정도 머물다가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게 또 맘처럼 쉽지 않다. 아쉬움이 더욱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줄거라 위안하며 뒤돌아 섰다.



 다행인건지 아니면 일부러 그렇게 선정한건지 모르겠지만 비에이에 있는 관광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대부분 모여있기 때문에 차만 있다면 반 나절만에도 다 돌아볼 수 있다. 우리는 근처에 있는 '청의 호수'로 이동했다. 도착하자마자, 눈만난 강아지마냥 신난 김보희씨는 앞장서기 시작했다. 신났구나 신났어. 



 청의 호수는 일본어로 아오이이케라고 불리는데, 원래부터 존재하던 호수는 아니라고 한다. 1988년에 발생한 화산에 의해 마을에 흙탕물 피해가 발생하자 이듬해 이를 막기 위한 댐을 조성했는데 이 때문에 비에이에서 온 물이 모여 호수를 이루게 됐다고 한다. 만약 우리처럼 겨울이 아닌 계절에 올 수 있다면 청(靑)색의 호수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 눈으로 뒤덮힌 호수의 숲을 보는 것도 겨울만의 장점이 아닐 가 싶긴 하다. 비옥한 대지에 뿌리 내리고 살아가야할 나무들이 인간들에 의해서 물에 잠기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 만들어진 장관이 감탄스러운 건 어쩔 수 없는 이기심인가 싶다. 미안하면서도 감사한 복잡한 기분. 

 아, 기분이 살짝 처질 뻔 했다. 기분을 환기시키려고 주위를 둘러보니 역시나 언제나 기분좋은 분께서 신나 있으셨다. 그래, 신나게 놉시다. 그럽시다.



 사실 청의 호수 자체가 주위의 숲을 함께 포함하고 있어서 호수 뿐 아니라 주변 산책로도 꽤나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 바퀴 산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그냥 눈과 나무밖에 없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눈과 나무'가 만들어내는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안에 들어가서 느껴본다면 분명 그 분위기에 취할 수 있을 거다. 눈이라는 - 그것도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 흰 백의 아름다움은 누구라도 사랑할 수 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다행히 날씨가 도와줘서 종일,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다. 그래. 어제의 고생은 오늘 이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한 작은 양념 정도였다고 생각하자. 그렇게 생각하자.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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