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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훗카이도] Day 04 - 아름다운 눈의 절경(2), 사계채의 언덕(시키사이노오카)/크리스마스트리/마일드세븐 언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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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훗카이도] Day 04 - 아름다운 눈의 절경(2), 사계채의 언덕(시키사이노오카)/크리스마스트리/마일드세븐 언덕

추락천사 2018. 8. 26.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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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의 호수에서 잠깐의 산책을 즐기고 나서 다음 코스를 어디로 할지 고민이 됐다. 세븐스타 나무를 보러가고 싶기도 했지만 동선이 살짝 꼬이는 감이 있어서 결국은 사계채의 언덕으로 발길을 돌렸다. 겨울의 사계채 언덕에서는 눈썰매를 탈 수 있다는 얘기도 있어서 오래간만에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을 듯 싶기도 했다.



 잠깐 느껴보는 비에이의 거리. 누구의 발길도 닿지않은 눈밭과 하얀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장관 때문에 마냥 아름답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 거리를 운전하는 건 조금은 긴장되는 일이다. 물론, 나처럼 관광객만 해당되는 얘기겠지만... 이곳 주민으로 보이는 차들은 마치 눈이 없는 것 마냥 잘도 달렸다.

 이렇게 잠깐 차로 달리자마자 사계채의 언덕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겨울 시즌임에도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정말 내가 전세낸 것 마냥 이 설원을 즐길 수 있었다. 그 동안은 그냥 이 눈을 바라만 봤다면 여기서는 그 눈을 실제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혹시라도 눈썰매가 너무 유치해서 안 할 생각이라면 잠시만 그 생각을 접어두고 꼭 경험해보길 바란다. 하얀 설원위를 누구의 방해도 없이 내려가는 기분이 뭔지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시간이 있거나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스노모빌을 빌려서 타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뭐, 위험한 스포츠를 즐기는 편도 아니고 눈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거는 몹시 무서워하는 성격이라 나는 패스하는 걸로. 심지어 스노모빌 뒤에 앉아서 가는 프로그램도 있는 거 같은데... 저건 생각만해도 긴장된다. 물 위도 아니고 이런 눈밭 위에서 밖으로 튕겨나가기라도 한다면 다치지 않을까? 뭐, 충분히 안전하니까 하는 걸테지만 그래도 너무 위험해 보인다.



 눈이 너무 예뻐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조심히 삼각대 세우고 사진 한잔 찰칵. 그러고 보니 이렇게 둘이서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 있어도 그냥 셀카 정도. 역시 둘이서 다니는 여행의 단점이라면 함께 찍은 사진을 남기는 게 쉽지 않은 점 이다. 뭐 그 정도 불편함은 감수해야겠지만...

 


 지금 보니, 내리는 눈 때문에 더 분위기 있게 찍힌 거 같다. 마치 의도한 것 처럼... 그리고 저 뒤에 보이는 나무도 꽤나 유명한 거 같은데, 검색해봐도 어떤 나무인지 알 수 가 없어서 그냥 이름모를 '멋진 나무' 정도로 기억해두려고 한다. 하얀 설원 위에 도도하게 혼자 서 있는 모습이 외로워보이기도 하고 올곧아 보이기도 하다. 가끔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안삼아 너무 외로워 하지 않았으면 한다.



 비록 중간에 엎어질뻔한 동영상이긴 하지만 하얀 설국에서 타는 눈썰매가 얼마나 기분 좋은지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동영상을 하나 올려본다. 근데, 정말 거의 엎어질뻔 하긴 했네.



 자, 이제 다시 다음 장소로 이동하자. 매번 출발하기 전에는 차를 향해 얘기한다. '잘 부탁합니다.'



 다음 장소는 비에이에서 가장 외로운 나무인 '크리스마스 트리' 이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사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저 멀리 떨어져있는 나무를 보는 것 뿐이다. 처음엔 왜 나무에 접근하지 못하게 했나 싶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게 오히려 더 아룸다운 풍경을 만들어 준게 아닌가 싶었다. 멀리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나무 자체만이 아니라 그 주변까지 한꺼번에 보게 했기 때문이다. 멀리서 바라봐도 주위에 걸리는 건물 하나 없이 오롯이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저 주변으로 사진찍는 사람들이 가득했다면 얼마나 별로 였을가 싶다. 멀리서 바라보기에 더 아름다울 수 밖에 없는 풍경이 조금은 신기했다. 안타까운 건 조금 전 만났던 그 나무보다도 훨씬 더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이 나무의 운명. 평생 사람도 친구도 없이 허허 벌판에서 평생을 살아갈 저 나무가 왠지 모르게 사무치게 외로워보였다. 



 아무리 멀리서 사진을 찍어봐도 보이는 건 이 나무 한그루 뿐이었다. 아름다운 만큼 괜히 슬퍼졌다.

 이제 다음은 비에이 명소(?) 중 마지막 코스인 마일드세븐 언덕이다. 역시나 주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차로 잠깐 운전했을 뿐인데 도착했다. 하지만 다른 곳과는 달리 언덕의 중턱까지는 걸어서 올라가야만 사진을 찍을만한 장소가 나오기 때문에 길가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는 뭔가 통화하고 있는 것 처럼 사진이 찍혔다. 어디다가 전화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전혀 없는데... 어쨌든 여전히 신나있는 김보희씨. 언덕 중턱이라고 해봤자 사실 2~3분만 올라가면 되기 때문에 금새 도착할 수 있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나무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도록 처리를 해뒀다. 이런 건 참 잘해둔단 말이지. 



 사실 저 곳보다는 더 잘 찍히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이미 다른 관광객들이 점유(?)하고 있어서 우리는 조금 한산한 장소에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사진 장소를 섭외(?)하고 있는 동안에도 열심히 셀카를 찍고 있는 셀카의 장인 김보희씨.



이 곳에서 찍은 사진들



 하루종일 패딩을 입고 찍은 사진들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외투를 벗은 김보희씨. 덕분에 이날 찍은 사진중에 가장 잘 나온 사진이 나왔다. 스마일!



물론, 이런 사진도 찍었지만...



 열심히 사진을 찍고 내려와보니 거의 크리스마스 트리급의 외로운 자판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뭔가 이 동네는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 뭔가를 두는 게 전통인 모양이다. 자판기가 그 자리에 있는 것 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이 녀석은 뭔가 특별해보였다. 새하얀 세상에 오직 자신만의 컬러를 가지고 있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하루종일, 비에이의 설경을 보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녔다. 뭔가 비슷한 거 같으면서도 다른 매력을 풍기는 이곳의 명소를 보다보니 하루의 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지나가버렸다. 물론 운전하는 게 살짝 힘들긴 했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더 느끼고 얻는 게 많았다. 복잡한 머리가 맑아진 기분. 보기에 참 좋았고,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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