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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훗카이도] Day 03 - 준페이, 추운 도시에서 만나는 따뜻한 음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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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훗카이도] Day 03 - 준페이, 추운 도시에서 만나는 따뜻한 음식

추락천사 2018. 5. 15.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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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내가 있는 곳이 땅인지 하늘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내리는 눈을 뚫고 비에이까지 30여분 정도 운전을 하고있자니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아무리 운전을 오랫동안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여기 날씨는 좀 과하다. 운전을 하기에는...



 오늘 점심을 먹기 위해 달려온 준페이에 다다라서는 거의 하늘에서 비오듯 눈이 오기 시작했다. 이제 그냥 아무대나 들어갈까 고민할 때즘 나타난 준페이.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기쁨 보다는 '이제 살았다.'라는 안도감이 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냥 들어가기는 아쉬워서 입구에서 찍어본 사진. 그날의 날씨가 조금은 느껴지길 바라며...



 준페이에 들어가기 전 둘러본 주변 차들의 상태. 옆에 완전히 묻혀버린 자동차를 보자니, 나중에 있을 내 차의 상태가 두렵기는 했지만 그래도 일단 '지금'은 살고 봐야했다. 제발 운전할 수 있을 수준으로만 눈이 쌓이길 빌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막상 안으로 들어가니 뭔가 옛 다방(?)같은 느낌의 분위기에 살짝 놀랐다. 일본스럽다고 하기엔 그리 정갈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시골스럽다고 하기엔 뭔가 상업적으로 느껴졌다고나 할까. 심지어 저 체크무늬의 테이블보는 이곳이 일본인지 대학로인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그래도 내겐 눈보라속에서 만난 대피소 같은 공간이기 때문에 이 정도 모습도 감지덕지 여기기로 마음먹었다. 조금 기대감을 낮추고 다시한번 돌아본 공간은 뭔가 '남산돈까스'가 어울릴 거 같은 장소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 음식점이 음식만 맛있으면 그만이지!



 처음오는 음식점에서 메뉴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겠다면 음식점에서 추천하는 메뉴를 골라보는 걸 추천해주고 싶다.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먹어봤을테니 기본 이상의 맛은 할테고, 음식 회전율도 좋을테니 재료도 상대적으로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중요하건 음식 고르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겠지만... 어차피 뭘 먹어도 모험이라면 빠르고 안전하게 고르는 게 상책이다. 너무 고민하지 말자.

 그렇게해서 고른 메뉴는 에비동과 가츠동. 일단 음식까지 고르고나니 드디어 몸도 마음도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아, 내가 비에이에 도착하긴 했구나.' 하는 안도감과 동시에 밥집에서만 느껴지는 따뜻하고 달달한 기운까지. 



 이제야 정말 얼굴에 웃음이 난다. 물론 앞으로 헤쳐나가야할 엄청난 눈보라가 저 밖에서 기다리고 있지만 그것보다 더 앞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는 건 에비동과 가츠동이었다. 빨리 나오란 말이다!


 

 먼저 나온 에비동. 메뉴가 도착하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아, 그냥 4피스 짜리로 시킬 걸' 있었다. 보자마자 느껴지는 저 바삭함. 거기에 흰밥과 소스까지 합쳐지면 굳이 먹어보지 않더라도 맛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나온 메뉴를 물릴 수도 없으니... 혹시라도 이곳에 오실 분들은 고민하지 말고 4피스로 주문하길 권한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아! 월척이다!


 곧이어 도착한 가츠동. 이것 또한 비쥬얼이 장난이 아니다. 그냥 돈까스라고 하기에는 그 묵직함이 어마어마하다. 이렇게 보는 것보다 자른 단면을 보면 그 묵직함이 더 확실히 다가온다.



 저 두꺼운 고기와 얇은 튀김옷이 보이는가? 사실 튀김옷이라는 얇디 얇은 옷을 입었다 뿐이지 이건 그냥 고기 그 자체였다. 돈까스라고 하기 보다는 고기 튀김같은 느낌이랄까. 가츠동의 매력은 이 고기보다도 짭잘하게 졸여진 그 소스에 있었다. 살짝 퍽퍽하게 느껴질만한 고기의 두께였는데도 소스가 그걸 대부분 가려주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사람들로 가득찼다. 간간히 한국말도 들리는 걸 보니 이미 한국에서도 유명한 식당이란 게 느껴졌다. 그리고 눈 때문에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하는 건 우리와 크게 다를바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여기있는 사람들에게 준페이는 맛있는 식당이기도 하지만 절실한 대피소이기도 한 듯 하다. 그래, 모두 무사히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길 빌게요. 안전운전 합시다.



 음식을 다 먹고 밖으로 나오니, 엄청난 눈이 내 차를 뒤덮고 있었다. 다시 한번 운전하는 게 겁나는 순간이었지만 이제와서 발걸음을 돌릴 길도 없었기에 내친 걸음 그냥 앞으로 나가기로 했다. 앞으로 있을 어마어마한 사건을 지금 이 순간에는 전혀 알지 못한 선택이긴 했지만...

 제대로 된 맛있는 양식(?)을 맛보고 싶다면 그리고 더이상 운전할 수 없을 정도의 폭설을 만나서 대피해야 한다면 이곳 준페이에서 에비동과 가츠동을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적어도 후회하지 않을 음식을 만날 수 있을 듯 하다.




[지출 내역]

1. 에비동 + 가츠동 : 2490엔 (1100엔 + 139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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