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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헌 - 만두가 아니라 딤섬이 먹고 싶을 때

추락천사 2017. 11. 19.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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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부터 만두는 튀겨서 먹거나 구워서 먹거나 혹은 쪄서 먹거나 어떤 조리방법을 사용하더라도 그저 그 존재만으로도 군침을 돌게 만드는 음식이었다. 그래서 우리집 냉동실에는 언제 어떤식으로 먹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항상 만두가 한 두 봉지씩은 비취되어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생전 듣도보도 못한 '딤섬'이란 녀석이 나타나더니 아주 가끔 뜬금없이 만두가 먹고 싶어져야 될 순간에 떠오르곤 했다. 막상 먹고 보면 '아... 그냥 만두나 먹을껄.' 하고 후회하게 되지만 그래도 이유없이 생각나게 된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딤섬은 결혼식장 뷔페에서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녀석을 호기심삼아 집어오거나 차이나팩토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녀석을 발견하곤 별 생각없이 들고와서 남기고 마는 존재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내게 아내가 '맛있는 딤섬'을 파는 곳이 있다며 소개해준 장소가 바로 '몽중헌'. 꿈속의 집이란 그럴듯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식당이라 기대감 15%정도를 가슴에 품고 딤섬을 먹으러 무작정 청담동으로 갔다.

 일단 위치는 '맛 없으면 망할 것 같은' 청담동 주택가 한 복판에 있었다. 기대감 5% 중도 추가 상승.



 생활의 달인은 나중에서야 발견했지만 어쨌든 딤섬을 만드는 모습이 장인의 오오라를 풍기고 계시는 거 같아서 슬슬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사실 이곳에 오기전에 여의도의 모 식당에서 웨이팅 한시간이란 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돌린 터라 살짝 짜증이 나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맛없는 음식이 나오면 오늘 하루 기분이 꽤 안좋아질 거 같았는데, 약간 안심이 됐다. 제발 기대했던 만큼의 음식이 나오기를...



 뭐 먹을지 고민중인 보희. 기껏해야 고급만두 정도로 생각했는데 종류가 꽤 많았다. 고기 위주의 딤섬은 꽤 느끼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딤섬으로는 마라소룡포와 구채교를 주문했고, 입가심을 위해서 송이 우육탕면을 함께 주문했다.



 아무래도 식사시간이었던 지라 주문한지 20여분이 지나서야 딤섬이 나왔다. 물론 만두처럼 큼지막한 크기를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소룡포의 크기는 거짓말 조금 더 보태서 500원짜리 동전만한 게 나와버려 '이거 더 주문해야되나?' 라는 생각이 10초 정도 들었다.

 그에 비해서 구채교는 완전 알차고 큼직한 게 먹기에 딱 좋아보였다. 물론 3개라는 게 함정.



 뭐 부터 먹을까 생각에 잠긴 사이 등장한 송이 우육탕면. 아... 이 녀석, 수육 먹으러 갔더니 김치가 더 맛있었던 때처럼 딤섬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운 비쥬얼과 깔끔한 국물맛을 내뿜고 있었다. 색도 맛깔스럽게 잘 섞어놔서 일단 기본 점수는 먹고 들어간다.



 어라. 그런데 소룡포 이 녀석을 한 입 베어물자 그 안에서 나오는 육즙이 심상치 않았다. 마치 물만두를 금방 건져올려서 먹은 것 처럼 가득찬 고기 육즙이 입안에서 퍼지기 시작하는데... 왜 이렇게 이곳 딤섬을 맛있다고 하는 지 알 거 같았다. 물론, 비교군이 결혼식 뷔페와 차이나 팩토리 뿐이지만 그냥 그 음식 자체만으로 놓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물론 구채교 역시 살이 꽉찬 새우와 적당히 익은 부추가 식감과 맛을 다 잡아주고 있지만 내 입맛에는 소룡포가 훨씬 더 맛깔스러웠다. 역시 고기가 정답인가.

 모 만화에서는 소룡포를 먹기 전에 반드시 살짝 구멍을 뚫어서 육즙을 수저위에 풀어놔야만 입천장을 다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뭐 그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아~ 따뜻하네.' 정도?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우육탕면은 국물도 국물이지만 그 면발이 일품이었다. 아무리 국물속에 담궈 놓아도 절대 불지 않을 거 같은 탱탱함이 주는 식감은 굳이 딤섬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음식 수준이 높다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후식으로 나오는 망고슬러쉬. 처음엔 '이 추운날 샤베트를 준단 말이야?' 라고 생각했지만 한 입 먹고 나니 정말 생망고를 갈아 만든 거 같은 식감의 망고슬러쉬였다. 뭔가 더 넣은 거 같지만 내가 이연복 셰프도 아니니 알 길은 없었다. 어쨌든 망고의 상큼한 기운으로 앞 서 먹었던 딤섬과 탕면의 기운이 사라졌다.



 우리가 더 먹고 나오는 동안에서도 저 좁은 주방안에서 열심히 조리를 하고 계시는 달인 3분. 덕분에 기분 좋게 한 끼 먹고 갑니다.



 그냥 집에가기 뭐해서 근처에 있는 아워베이커리에서 가벼운 후식. 역시 후식은 맛있는 커피와 달달한 디저트가 최고인 듯 싶다.



 모르는 게 죄는 아니지만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게 또 자랑은 아니다. 혹시라도 자기가 알고 있는 딤섬이 결혼식 뷔페정도라면 이 참에 맛있는 딤섬의 기준을 알아보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


딤섬이 생각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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