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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Day 22 - 드디어 바릴로체에 도착하다. 본문

여행/남미_2016

[아르헨티나] Day 22 - 드디어 바릴로체에 도착하다.

추락천사 2017. 10. 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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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아르헨티나에 도착한 건 어제였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원래 목적지인 바릴로체는 이제야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얼마나 엄청난 걸 보여주려고 이렇게 고생시키는 지는 모르겠지만 드디어 계획했던 일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조금은 안심되는 기분. 제발 가는 길에는 별 일이 없길 바라며 새벽 바람에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여전히 겨울임을 보여주는 눈꽃 밭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있었다. 이렇게 한참을 가는 도중에 중간 중간 버스가 멈춰섰지만 뭐, 별일 있겠냐고 생각하고 큰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나 보다. (물론 내가 신경을 썼어도 다른 수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한 번 두 번 멈춰서던 버스가 그 횟수가 잦어들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다시 출발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왔다.



 바릴로체야, 도대체 나에게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거니? 하룻밤 지연시킨 걸로도 모자라서 이렇게 길 바닥에 우리를 버려놔야 겠니? 어쨌든, 다른 방도가 없기에 그냥 하염없이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몇몇 사람들의 신기한 행동에 잠시 고민에 빠졌다. 상식적으로 버스가 멈추면 버스회사에서 다음 버스를 보내주기 전까지는 얌전히 기다려야 되는데 몇몇 사람들은 지나가는 차를 하이킹해서 타고 가는 거다. 이게 지금 글로 표현하면 별 거 아니지만 막상 그 상황에 빠지면 내가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데 맞는 건지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나도 히치하이킹을 해야되나? 그냥 있어야 되나? 이렇게 갈등하고 있는 동안에도 몇몇 사람들은 여전히 히치하이킹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게다가 한 시간이 넘도록 차는 마냥 서있는 게 아닌가. Oh my god.



에라 모르겠다. 그냥 사진이나 찍자.



 거의 2시간 정도를 기다린 끝에 바릴로체로 향하는 버스가 도착했다. 이층 버스였는데, 대체 버스를 보낸 게 아니라 다음 버스에 그냥 사람을 태우는 모양이었다. 역시 남미. 아마 이곳이 한국이었다면 버스 회사에 항의를 했겠지만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거 했던가. 그냥 버스를 다시 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히 여기기로 했다.

 확실히 남미에 오니 많은 것들에 감사하고 여유로워지는 거 같다. 괜히 화낼 필요도 없고, 많은 일들은 별로 큰일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우리는 바릴로체에 도착했다. 일단, 짐을 풀기 위해서 바로 숙소로 이동. 버스를 타고 이동할까도 고민했지만 거리가 그리 멀지도 않았고 중간에 버스가 멈추는 바람에 조금 지친터라 그냥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숙소에 도착한 뒤 짐을 풀고, 오늘의 목적지인 캄파나리오로 가기전 동네를 산책해보기로 했다.



 앞 서 칠레의 도시가 환상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동화의 나라였다면 이곳 바릴로체는 남미라기 보다는 스위스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도시였다. 도시 전체가 겨울이여서 그런지 추운 분위기를 가져오는 것도 그렇고 깨끗하다 못해 조금은 부담스러울 만큼의 정돈됨이 스위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거 같다.

 숙소 근처에 유명한 쵸리판 맛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숙소 위치에서도 크게 멀지 않아서 찾기에 어렵지 않았다. 여러 블로그에 맛집이라고 나와있어서 기대하고 갔는데, 안타깝게도 쵸리판은 다 떨어지고 없었다. 다시는 올 일이 없을 것 같은 가게에서 시그니처 메뉴를 팔지 않는 아쉬움은 정말 글로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여행이란게 다 그럴테니 말이다. 



 아침부터 제대로 먹은 게 없어서 그런지 이 햄버거 역시 맛있음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어설픈 빵은 겉은 잘 익고 속은 부드럽게 유지되고 있었으며 패티는 아쉬울 게 없는 한 끼 식사의 느낌을 주었다. 물론, 너무 기대하면 실망이 큰 법이니 적어도 패스트 푸드점의 그것 보다는 맛있는 걸로 해두자. 혹시라도 궁금하신 분들은 가벼운 한 끼 식사 쯤으로 생각하고 가면 적당할 듯 하다.



 이제 정말 오늘의 목적지인 캄파나리오 언덕을 향해 갈 시간이다. 그 전에 이곳 아르헨티나에서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Sube(수베) 카드를 구입해서 충전해야 한다. 대부분 편의점 같은 곳에서 아래 사진같은 표시를 해두고 있으니 지나가다 보이면 충전/구매를 하도록 하자.



 바릴로체에서 캄파나리오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중. 20번 버스를 타면 캄파나리오 근처에서 내려주니 잘 확인하고 타도록 하자. 배차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아서 수월하게 갈 수 있는 듯 하다.


 버스 진행방향의 반대편으로 이런 간판과 케이블카가 보인다면 오늘의 목적지인 캄파나리오에 도착한 거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하차하니 눈치 껏 잘 내리도록 하자. 



 정확한 시간을 기억이 나질 않으나 아마 오후 5~6시 쯤 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케이블카가 운영하지 않으니 가고 싶으면 걸어올라가는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보기엔 그리 높아보이지 않아도 어둑해질 수 있다는 걱정과 산길을 오르면 요즘 통 안 좋아진 무릎이 또 말썽을 부릴까봐 잠시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빈 손으로 돌아가기도 아쉬워서 반드시 해 지기 전에 내려온다는 각오로 캄파나리오를 올라가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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