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즐거움

[일본/훗카이도] Day 02 - 드디어, 초밥을 만나다. 와라쿠 회전초밥 본문

여행/일본_훗카이도_2017

[일본/훗카이도] Day 02 - 드디어, 초밥을 만나다. 와라쿠 회전초밥

추락천사 2018. 4. 23. 22:49
반응형


 오르골 당에서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게 구경하고나니 어느새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나고 말았다. 여전히 밖은 눈 때문에 움직이기가 힘들 지경이었지만 더 이상 지체하다가는 이곳 오타루를 제대로 즐길 수 없을 거 같아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이끌고 다음 장소로 몸을 옮겼다. 여전히 사박하게 나리는 눈. 그래도 아침보다는 눈 발이 많이 약해져서 걸을만했다. 적당한 눈과 시원한 바람. 물론 빙판길이 살짝 위험하기는 했지만 그것 조차도 이곳 분위기와 너무 어울려서 마냥 싫지 않았다. 제발 더 심해지지는 않기를...



 오타루의 중심거리를 걷다보면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은 상점들이 눈에 띈다. 평소에도 군것질이라면 참지 못하는 성격인데, 이곳에서는 완전 봉인 해제. 건물 하나를 지나기가 무섭게 다시 들어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일단 치즈케잌으로 유명한 'Letao(르타오)'. 커피 한잔에 치즈케잌 한 조각 먹는다고 생각하니...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가야할 길이 구만리라 이 녀석을 들고 다닐 수는 없었다. 한국 가면 형이 많이 사 먹을게. 미안하다 얘들아...



 엄청난 케잌의 유혹을 뿌리치고 나오자마자 만나게 되는 두 번째 유혹. 훗카이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제과점인 기타카로(KITAKARO). 바움쿠헨이라는 나이테(?) 닮은 케잌으로 유명한 곳으로, 한 번에 구매하는 갯수가 많아질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신기한 케잌이다. 왠지 걸어다니면서 하나씩 먹기에 나쁘지 않을거라는 말로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Get. 사실 오타루 여행을 마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군것질(?)을 꼽으라면 단연 이 녀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덕분에 하루도 지나지 않아 10개가 다 사라져버렸다는 건 비밀. 



 잠시 방심한 사이에 눈보라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그냥 거센 정도가 아니라 걷는 게 힘들정도가 되더니 나중에는 잠시 눈을 피해서 건물에 들어가야 할 수준까지 심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좋아라 하는 보희의 사진 한장은 보너스.



눈을 뚫고 목적지를 향하여!



 그렇게 한참을 걷다보니(실제로는 10여분 지났을텐데 눈길을 뚫고 오다보니 30분은 넘게 걸은 느낌)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와라쿠(Waraku) 회전초밥 집이 나왔다. 간판이 이렇게까지 반가운게 얼마만인지...

와라쿠 회전초밥(Waraku Kaiten Sushi, 3 사카이마치 오타루 시 홋카이도 일본)



 일단,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해야할 건 번호표를 뽑는 일이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선택을 하고 나면 얼마나 기다려야 될지 가늠이 안되는 번호표를 받게되는데, 내부가 꽤 큰 걸로 봐서는 식사시간 피크타임이 아니라면 15~20분 정도 웨이팅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가 생각된다. 기다리는 동안 돌아본 내부의 모습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갈한(?) 초밥집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저곳에 초밥이 아닌 생선 좌판이 있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듯한 분위기. 약간은 시끌시끌하고 들떠있는 사람들. 이곳이 과연 맛있는 초밥을 만들어줄까? 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초밥을 먹으러 왔으니 에피타이저로 맥주 한잔. 기분 탓이겠지만 일본에서 먹는 생맥주는 2% 더 맛있게 느껴진다. 추운 겨울의 나라에서 눈이 오는 한 가운에 마시는 차가운 맥주 한잔. 목에서부터 위까지 찡하게 그 한기가 느껴진다. 그와 동시에 올라오는 따뜻한 술기운. 이제 몸이 초밥을 받아들일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다.



 회전 초밥집에서는 언제나 첫 접시가 가장 어렵다. 내 손길 하나하나가 모두 돈으로 환산되는 공간에서 덥석 접시를 잡는 건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심호흡 한 번 하고 내 앞으로 옮겨 놓은 첫 접시.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첫 접시 이후로는 마치 코스 요리를 먹는 것 처럼 자연스럽게 차곡 차곡 접시를 쌓아갔다.

 내가 싫어하는 초밥의 3요소는 '1. 너무 적은 밥 양, 2. 꽉 쥐어서 단단해진 밥, 3. 윤기도 물기도 없는 밋밋한 회' 이렇게 3가지 인데 일단 밥양도, 쥠 정도도 그리고 윤기와 물기도 합격. 회전 초밥집이 3번을 만족시키기는 그리 쉽지 않은 편인데 회전률이 높아서 그런지 방금 쥔 초밥마냥 먹기 좋은 촉감이 느껴졌다.



맛있게 한 입!



 한 참을 정신없이 먹다 말고 찍어 본 아내의 뒷 모습. 쌓여있는 접시의 양이 꽤 쌓였는데도 사진이 그리 많지 않은 걸로 봐서는 역시 손은 카메라 보다 빠른가 보다. 다 어디로 간겨.



 다시 한번 정신을 가다듬고 2차전 시작. 이제 배도 든든하게 차기 시작해서 조금은 맛이 강한 종류의 초밥으로 골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최애하는 다마고(계란) 초밥까지 먹고 나면 이제 그날의 초밥 한 상은 마무리 된다. 


 

 일본을 여행하면서 가장 즐거운 건 역시나 초밥을 만나는 순간이다. 물론 조용한 곳 다찌에서 쉐프의 설명을 들으며 하나씩 음미하면서 먹고 싶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 있겠지만 그리 부담되지 않는 가격으로 맛있는 초밥 한 상을 먹고 싶다면 오타루의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 


[지출 내역]

1. 와라쿠 초밥 : 2,935엔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