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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훗카이도] Day 01 - 삿포로 크리스마스 마켓과 오도리 공원, 눈과 함께 만나는 진짜 크리스마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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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훗카이도] Day 01 - 삿포로 크리스마스 마켓과 오도리 공원, 눈과 함께 만나는 진짜 크리스마스

추락천사 2018. 1. 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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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훗카이도에 가고 싶어했던 이유를 꼽으라면 여러가지가 떠오르겠지만 그 중에서 오도리 공원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 만큼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 이 마켓을 보기위해서 무리해서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예매할 정도로 꼭 한번은 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이미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기 너무 어려워서 몇 년 전 부터는 '오늘이 크리스마스던가?' 라고 되물어야 될 정도로 수 많은 날 중에 하나로 바뀐 듯 하다. 물론 특정 종교 행사에 그렇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냐고 되물을 수는 있지만 크리스마스는 그 원래 의미보다도 뭔가 살콤달콤한 느낌이 있다.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섭섭한 하루라고나 할까.

 밖의 날씨가 꽤 추워서 삿포로역에 돌아오자마자 따뜻한 커피 한잔을 주문했다. 앞으로 한동안은 추운 거리를 돌아다녀야 되니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무장완료.



<언제나 커피는 옳다.>


 삿포로 역에서 오도리 공원을 가기 위해서는 지상으로 가는 방법과 지하도를 통해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지하도는 아무리 크더라도 강남역 정도를 상상하는데, 이곳은 그 크기와 연결되는 통로의 수가 상상을 초월한다. 내가 본 출구 번호만 해도 37번까지 있었으니 얼마나 많은 곳을 이어주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아마도 눈이 많이 오는 이곳의 특성상 사람들의 편하고 따뜻한 이동을 위해 이렇게 만들었을거라 생각하는데... 덕분에 삿포로에서 이동할때는 추운 바람을 피할 수 있긴 했다.

 참고로, 삿포로 역에서 지하도로 나오는 입구에는 이렇게 다양한 공연들이 열리곤 한다. 매번 지나갈 때 마다 새로운 공연을 구경하곤 했는데, 이날 공연은 고등학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소녀들이 외발자전거를 타고 (정말 위함하게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기둥사이를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엔 학생들 얼굴을 보고 동아리 공연인가 싶었는데 그 실력이 범상치 않아 보여 꽤 손에 땀을 쥐면서 - 분명 아름다운 공연이었는데 혹시라도 다칠까봐 꽤 조마조마했다. - 관람했다. 공연이 끝나고나서 감사의 의미로 약간의 공연비를 지불하고는 다시 우리의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멋진 소녀들의 공연>


 지하도를 이용해 10분정도 걸어가면 오도리 공원으로 가는 통로로 나갈 수 있다. 워낙 여러 출구가 있어서 적당히 걷다가 아무 출구(?)나 나가도 딱히 관계는 없어 보이지만 2번 / 5번 출구로 나가면 좀 더 수월하게 찾을 수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오도리 공원은 아래 지도에서 보이는 것 처럼 삿포로역과 스스키노역 사이에 가로로 길게 늘어선 공원으로 맛집이나 주요 관광지를 다닐때면 언제나 통과해야하는 곳이다. 내 집앞 공원처럼 보게 될 테니 눈에 익혀두도록 하자.

 


<오도리 공원 위치>


 크리스마스 마켓은 오도리 공원의 끝에 위치하고 있는 삿포로 TV탑 앞에서 열리기 때문에 그곳에 가기 전 오도리 공원에서 열리는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축제부터 구경하기로 했다. 일루미네이션 축제는 몇년 전 부터는 국내에서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익숙한 단어지만 실제로 나가서 감상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조명이 이렇게 아름다울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주었다. 단지 작은 전구들의 나열일 뿐인데도 어디서 어느 순간 어떻게 빛을 발하냐에 따라 이렇게 아름다울수도 있다니.



 겨울이라 그런지 요란한 원색의 조명보다는 흰색 / 푸른색의 조명으로 대부분 꾸며져 있었다. 이게 소복히 쌓인 눈과 어울리면서 내가 원하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이곳에 아름다운 노래만 있다면 더 완벽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정도.

 이 정도 구경했으니, 저 뒤에 보이는 삿포로TV탑 앞에서 열리고 있는 오늘의 진짜 목적지.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향했다.



 사실 오도리 공원에 도착했을 때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보이는 장소가 없어서 꽤나 당황했다. 중간에 보이는 4개의 상점정도가 있었는데, '설마 이건가?' 라는 최악의 상상을 할 정도로 어리둥절한 상태였는데 아내의 빠른 검색 덕분에 삿포로TV탑 앞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조금은 안심했다. 그래도 이것 때문에 크리스마스 이브에 맞춰서 도착했는데...

 다행히 도착한 마켓의 입구는 인터넷에서 몇 번이나 확인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이렇게 입구 앞에 서게 될때면 항상 생각한다. 이제 정말 새로운 곳으로 들어간다는 느낌. 적어도 이 입구로 들어서면서 부터는 밖에서 가지고 있던 고민들은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이 안의 공간을 잘 즐기고 오겠다는 소심한 각오. 매번 나만의 각오(?)로 마음을 다 잡고 입구 안으로 발자욱을 옮겨본다.



<삿포로 크리스마스 마켓 with 뮌헨>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이 줄을 서서 누군가와 사진을 찍고 있는 게 아닌가. 누군가 싶어서 보니 산타클로스! 눈오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산타클로스라니. 혹시나 루돌프도 있나 싶어서 주위를 살펴봤지만 그 정도의 디테일함까지는 없었나 보다. 우리도 줄서서 기념 사진 한장.

 


<메리 크리스마스 산타!>


 역시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그런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축제에서는 사람이 없이 휑한것보다는 이렇게 북적북적한 게 축제 분위기도 나고 더 기분이 좋다. 거기에 사람들의 기분 좋은 기운까지 더해지니 '아, 정말 크리스마스 이브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취하고 싶었던 이 분위기. 오래간만에 겨울의 분위기를 느끼는 거 같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나온 시민들>


 뮌헨과 제휴해서 하는 행사여서 그런지 많은 마켓에서 외국인이 운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나 많은 물건들이 각자의 공방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라 고르는 재미도 쏠쏠했다. 아쉽게도 아직 여행의 초반이라 물건을 사서 보관해두는 게 부담스러워서 선뜻 기념품을 고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예쁜 그들만의 작품들>


 마켓의 중간부분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길레 찾아가보니 이런 신기한 공연을 하고 있었다. 왠지 이곳의 주민들이 동호회 활동을 발표하는 모습으로 보였는데, 그 실력들이 꽤 수준이 있었다. 잠시 감상해보는 시간...



 역시 축제하면 먹거리. 크리스마스 축제인 만큼 생각보다 먹거리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구색은 다 각춰놓은 모양새였다. 물론 이미 점심을 충분히 먹고 온 상태라 따로 사먹은 건 아니지만 그 냄새만으로도 고소고소함이 충분히 느껴진다. 조금만 덜 추웠더라면 맥주라도 한 잔 사먹었을텐데... 아쉬웠다.



<고소고소함이 느껴지는 간식들>


 생각보다 마켓이 넓게 형성되어있어서 끝에 있는 라인은 못보고 돌아갈 뻔 했다. 사람의 발길이 메인 통로보다는 덜한 편이어서 조금은 차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예쁜 조명과 크리스탈 장식, 그리고 정성이 느껴지는 물건들.



<집안에 장식해 놓고 싶은 물건들>


 아내와의 갑작스런 훗카이도행의 계기가 된 삿포로 크리스마스 마켓. 어떤 이벤트를 목적으로 여행을 떠난 게 처음이라 평소보다 더 기대하고, 왠지 조금은 더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너무 기대했다가 실망하면 어떻게하지?' '혹시라도 안 열리면 어쩌지?' 하는 쓸데없는 걱정까지 될 정도. 다행히 삿포로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잘 계최되고 있었고 무사히 도착했으며, 기대했던 것 이상의 분위기를 우리에게 선물해줬다.

 마음이 복잡한 상태로 떠난 일본행이었다. 아직 그 마음이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마음으로 이곳의 입구를 통과했 축제에 참여했다. 다행스러웠던 건 내 복잡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곳은 내가 상상했던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었으며 감사하게도 난 그 분위기에 위로받을 수 있었다.

 이곳에 오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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