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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훗카이도] Day 01 - 겨울의 나라를 향해 떠나다 본문

여행/일본_훗카이도_2017

[일본/훗카이도] Day 01 - 겨울의 나라를 향해 떠나다

추락천사 2018. 1. 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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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게 갑작스러웠던 여행. 갑작스런 여행 취소와 새로운 여행 계획. 중간에 일정이 꼬이는 바람에 급 수정되는 여행 루트까지 뭐 하나 쉽게 가는 게 없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일단 비행기표만 끊어놓으면 여행을 시작되기 마련이다. 24일 새벽은 다가왔고 다행히 우리는 출발 준비를 마쳤다.

 비행 출발시간은 8시 35분. 집에서 출발한 시간이 5시 30분 경이었으니까 시간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 연말 그리고 주말이 겹친 수원 인계동의 모습을 생각하지 않은 게 실수였을까. 집 앞을 나서서 택시를 잡으려고 했는데, 그 흔한 택시가 한대도 보이지 않았다. 카카오 택시를 불러봐도 묵묵부답. 게다가 길 건너 홈플러스 앞에서는 십여명의 사람들이 택시를 잡으려고 줄 서 있는 게 아닌가. 모범 택시를 불러봐도 역시나 콜이 없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전화를 하려고 잠시 멈춘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시작부터 아찔했지만 비행기만 탈 수 있다면 야 이런 쫄깃함은 얼마든지 겪어줄 수 있었다.

<간신히 공항행 6시 버스 탑승 완료>


 새벽에 도착한 인천공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아무리 연휴전 주말이라고 하지만 시간에 비해서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뉴스를 살펴보니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서 비행기 연착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보였다. 한 번 시작된 연착이 뒤로 이어지는 비행기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항공기가 제시간에 출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까지만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만든 스케쥴이라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당일 출발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오면 여행의 의미가 반감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제시간에 출발하길 혹은 오전 중에라도 출발하길 바라며 기다렸다.

 비행 출발시간이야 이제 우리 손을 떠난 상황이고, 그냥 이제부터 시작되는 우리의 연휴를 즐기는 게 최선이었다. 크리스마스와 함께 연말이 다가와서 그런지 공항 곳곳에서는 'Happy New year 2018'을 기리는 장식들이 꾸며져 있었다.


<새해가 정말 오긴 오는구나>


 여행을 가기 전 로밍을 할지 아니면 포켓와이파이를 이용할지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길 찾거나 할 때 구글맵을 이용할 일이 많을 거 같아 포켓와이파이로 결정했는데, 이번 일본 여행 준비과정에서 가장 잘 한 결정중 하나가 아닌가 싶었다. 구글만세, 인터넷 만세.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7번 게이트 옆에서 찾기만 하면 끝난다. 우리 외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살짝 걱정했는데 도착에서 찾기까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역시 모든 게 빠른 한국. 그러고보니 여행을 하면서 그 나라의 USIM을 구매해서 사용해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Wifi를 대여해서 가본적은 처음인 거 같다. 왠지 여행이라하면 인터넷보다는 실제로 그 나라를 보고 즐기는 데 집중해야 할 거 같아서 그동안은 피해왔던 건데... 

 이미 인터넷에 익숙해져 있고, 하고 싶지 않을때는 꺼두면 될 뿐이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닌 거 같다. 편한 길이 있는데 굳이 피할 이유도 없고. 



<인터넷이 없으면 살 수 없어요>


 대부분의 비행기가 줄줄이 연착을 알리고 있는 가운데 다행스럽게도 일본행(그것도 우리를 태워줄) 비행기 만이 정시 출발을 알려주고 있었다. 비가 계속 내리고 해무도 가득한 가운데서 언제라도 연착을 알릴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다행이다 싶었다. 다른 비행기들도 되도록이면 긴 연착이 되지 않도록 한쪽 마음엔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계속해서 상황을 체크하고 있었다. 처음엔 부슬부슬 내리던 비도 어느새 굵어져서 이제는 꽤 을씨년스럽게 굵은 비를 내리고 있었다. 

 


<굵은 비가 계속해서 내리고 있다>


<이제는 기다리는 일 뿐>


 한참을 그렇게 초초하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연착없이 정시 출발한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비행기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여행 시작전부터 꽤 많은 이벤트들이 었었지만 어쨌든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었다. 정말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자 잠시지만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사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직전까지도 회사일 때문에 머리속이 복잡한 상황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는 게 최선인지 나 스스로도 잘 판단이 서지 않는 상황. 물론, 그 상황에서 내가 한국에서 일을 처리할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행을 가는지 여부가 중요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마음의 짐이 있는 상태로 여행길에 올라본게 처음이라 마음이 좋지많은 않았다. 이 비행기 문을 통과하면서 그 마음의 짐들이 머리속에서 잠시나마 멀어지길 바라는 기대를 안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안녕, 한국. 기다려라 일본>


 정확하게 2시간 30분동안의 비행. 아침부터 피곤했는지 비행기안에서는 잠시 간식(?)시간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숙면모드였다. 덕분에 출입국카드도 작성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피곤은 꽤 가신 상태. 대부분의 나라를 1번의 경우 최소 10시간의 비행으로 도착한 거에 비해서는 거의 부산 수준의 이동만으로 도착해서 그런지 내가 정말 외국에 온건지 살짝 헷갈리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시차도 없지 않은가! 그나마 창 밖으로 바라본 설경이 정말 내가 훗카이도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나게 해줬다. 앞으로 끊임없이, 때로는 지겨울 정도로 보게 될 눈이었지만 일단 첫 만남이었기에 반갑기 그지없었다.

 


<반갑다 훗카이도>


 아래 사진 한장이 내가 일본에 도착했을 때의 정신상태를 말해주는 듯 싶다. 아직 내 몸의 모드는 '한국 고민남'을 빠져나오지 못했는데 외국에 도착한 상황.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디며 뭘 해야할지... 그나마 이 사진 한장이 촛점이 맞았을 뿐(아쉽게도 배경에...) 나머지 사진들은 술 취한 사람이 찍은 마냥 엄청 흔들려있다. 하지만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해서 가야할 곳이란 삿포로 역 뿐이었으며 그곳에 가기 위한 가장 편한 방법은 JR 기차를 타는 거다. 물론 버스를 이용하거나 렌트를 하는 방법도 있으나 왠만하면 삿포로까지는 기차를 타고 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훗카이도에서 그것도 겨울시즌에 렌트카를 이용하는 건 비에이를 여행하는 아주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권하고 싶지 않고, 버스는 JR 기차에 비해서는 2배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맘 편히 기차를 이용하도록 하자.

 


<난 누구, 여긴 어디>


 훗카이도, 그것도 관광지에서 JR 기차를 이용하는 건 아주 쉽다. 제자리에 서서 고개를 45도 정도 위로 들고 아무 표지판이나 보면 JR 기차를 타는 방향이 적혀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글로 친절하게 말이다. 이곳에 도착해서 놀란 건 대부분의 표지판에 영어/중국어 표기와 함께 한국어 표기도 적혀있다는 사실이었다. 오사카를 다닐때는 그렇게 의식하지 못했었는데, 이곳에 오니 한국인 관광객이 꽤 많이 이곳을 다녀간다는 사실을 이런 표기에서 느낄 수 있었다.



<고민하지 말고, JR Train을 향해 나아갑시다>


 일단, 일본에 도착했으니 포켓와이파이가 얼마나 잘 작동되는지 확인할 시간이다. 리셋금지라고 큼지막하게 적혀있으나 어떻게해야 리셋을 하는지를 모르니 그냥 저건 무시하는 걸로. 작동방법은 별거 없다. 그냥 전원키고 Wifi 연결하듯이 ID/PW를 입력하면 바로 접속완료다. ID/PW는 기기 뒷편에 적혀있으니 그걸 참고하기로 하자. 인터넷 속도 자체를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한국에서 쓰던것과 큰 차이를 못느낄 정도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여행지는 물론, 허허벌판(?)에서도 꽤 빠른속도로 접속이 가능하니 인터넷을 애용하는 사람들 특히 2사람 이상 여행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다. 

 


<인터넷 만세!>


 앞 서 얘기한 것 처럼, JR 기차의 경우에는 일단 표지판을 열심히 따라가다보면 만날 수 있게 된다. 정 못찾을 거 같으면 중간에 사람들에게 '와따시와 JR~~~' 정도만 얘기해도 대부분 방향을 잘 가르쳐주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그것보다 일본여행이 처음이라면 아래 기계를 만나는 순간 살짝 멍해진다. 나에게 도대체 뭘 원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녀석. 하지만 별거 없다. 일단, 이 기계를 보기전에 기계 위에 있는 열차 맵을 잘 보도록 하자. 그 맵을 보면 가고자 하는 역 아래에 가격이 적혀있을 거다. 삿포로 역의 경우에는('17.12월 기준) 신치토세 역에서 1070엔에 갈 수 있다. 그렇다면 아래 그림 1번 영역에서 함께 가는 인원수를 누르고, 2번 영역에서 1070엔을 클릭한다. 그 다음에 Purchased amount에 나온 합계 금액만큼 기계에 넣으면 끝. 옛날 우리나라에서 쓰였던(지금도 쓰이고 있나?) 표를 받으면 그걸 들고 JR 기차를 타러가면 된다.



<날 처음 당황하게 만든 녀석>


<고작 널 만나기 위해서...>


 무려 만원정도되는 탑승권을 구매한 것 치고는 꽤 초라해보이는 열차가 도착했다. 내가 새마을호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궁화호 정도는 올 줄 알았거만... 그래도 일본 주요 관광지를 다니려면 계속해서 만나고 친해져야되는 녀석이니 이뻐해주기로 했다. 시차도 없이 옛날 우리나라에서 봐오던 전철표까지 만나서인지 몰라도 아직 여행을 왔다는 제대로 된 실감이 나지 않던 찰나 창 밖으로 소복히 쌓인 눈이 보였다. 사람이 발길이 전혀 닿지 않게 '소복'이란 단어가 너무나 잘 아얼리는 모습으로 그자리에 놓여만 있는 눈송이들. 이 풍경을 보고 있을때야 비로소 이곳에 왔다는 실감이 든다.

 


<그래도 만원인데... 너무 한 거 아니니...>


<어딜가나 보게 되는 소복히 쌓인 눈>


 이 열차를 타고 30여분을 가게되면 앞으로 수번은 넘게 드나들게 될 교통의 중심지, 삿포로역에 도착하게 된다. 어느곳을 가고 싶더라도 일단 이곳을 거쳐갈 수 밖에 없는 역이기 때문에 걸으면서도 주변을 눈에 익혀두도록 하자.

 아침부터 정말 정신이 없었다. 고작 6~7시간 전에 분명 한국, 그것도 수원의 내 방에 있었던 거 같은데 지금 난 훗카이도의 중심인 삿포로역에 서 있다. 머리속에 복잡한 고민들은 아직 완전히 지워버리지 못했지만 한국을 벗어난다는 것 만으로도 그리고 이 시원한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덕분에 조금씩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앞으로 펼쳐질 일주일 동안의 여행. 겨울의 나라라 불리는 훗카이도에서도 '눈의 도시'로 유명한 비에이, 온천 하나만으로 전국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노보리베츠 그리고 아름다운 도시 오타루까지. 하나씩 눈에 담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기대되고, 즐겁고 설렌다.


[지출 내역]
 1. JR기차 (신치토세 - 삿포로역) : 1070엔 x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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