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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훗카이도] Day 01 - 삿포로 맥주박물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의 즐거운 만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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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훗카이도] Day 01 - 삿포로 맥주박물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의 즐거운 만남

추락천사 2018. 1. 3.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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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주처럼 너무 쉽게 취하지도 않고, 와인처럼 접하기 힘들지 않기에 최근에는 매일 저녁 맥주한잔을 마시고 잠드는 게 버릇이 되었다. 최근에는 수제 맥주집도 많이 생겨서 내 입맛에 맞는 맛있는 맥주를 골라서 마실 수 있지만 매번 그런곳을 찾아다니는 것도 힘든 일이니 시중에 파는 맥주 중에서 찾는 게 내 일상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그렇게 여러 맥주를 마시면서 내 나름대로의 순위를 정해본 결과 가장 마음에 드는 맥주는 역시 독일의 밀맥주인 파울라너. 최근에 만원에 4개 묶음으로 많이 파는 편이라 내 행복지수를 높여주는 녀석중에 하나다.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맥주는 꽤 각축을 벌이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삿포로 맥주. 

 이곳 삿포로에서는 삿포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2가지 존재한다. 오늘은 그 중에 하나인 삿포로 맥주 박물관을 방문하기로 결정하고, 라멘요초쿄에서 삿포로로 가기위해 도호선을 이용하기로 했다. 삿포로 맥주박물관은 라멘요코쵸에서 4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그리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오늘 밤 늦게까지 계획이 있는 우리에게 체력 안배는 필수. 라멘요코초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호스이스스키노역에서 맥주 박물관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히가시쿠야쿠쇼마에역을 이용했다. 몇 정거장 되지도 않는데 250엔이라니.




<일본의 무시무시한 교통비>


 4정거장 지나니 바로 이름도 발음하기 힘든 히가시쿠야쿠쇼마에역에 도착했다.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삿포로로 이동해서 라멘먹은 것 뿐이니, 제대로 된 여행의 첫 발걸음이라 나름 긴장도 됐다. 3번 출구로 나와 주위를 둘러보니 뭔가 한국의 옛 모습을 보는 느낌이었다. 요즘 한국에 육교가 있었나? 싶을 만큼 낯선 육교의 모습. 그런 옛스러운 모습에 너무나 어울리는 1층에 위치한 카페. 돌아오는 길에 꼭 들르리라 마음먹고는 바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국의 옛 모습이 떠오르는 육교>


<그냥 지나치기 너무 아쉬웠던 Cafe>


 조금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점점 더 한국의 옛 모습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높은 건물은 커녕 건물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은 동네라 그런지 걷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소복하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만큼 쌓인 눈들조차도 분위기에 녹아들어 괜히 귀여워보였다. 



<옛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동네>


 이런 길을 5분쯤 걷다보면 높은 굴뚝을 뽐내듯 세워놓은 붉은 건물이 보인다. 바로 이곳이 삿포로 맥주박물관. 첫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그 안에 그렇게까지 넓은 공간이 있으리라 상상하지 못했고 여행의 마지막에 이곳에와서 엄청난 쇼핑을 할 거란것 또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드디어 보이는 삿포로 맥주박물관>


 뭐라고 쓰였는지는 모르지만, 모두들 사진을 찍는 거 같아서 우리도 사진 한장. 빨리 맥주를 먹고 싶어서 건물안으로 잽싸게 들어갔다.

 



<우리 도착했습니다!>


 맥주 박물관이라고해서 뭔가 '박물관스러울'거라고 생각하고 입구로 들어섰는데 보이는 풍경은 예상과는 달리 그냥 일반 펍과 다를바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3잔의 맥주를 들고 얘기하고 있는 모습이 지금 우리가 일본에 와있는 건지 아니면 영국의 어느 술집에 들어와있는 건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여긴 어디지? 펍인가, 박물관인가>


 자리에 앉아보니 왜 사람들이 3잔의 맥주잔을 들고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삿포로 맥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셋트같은 느낌일가. 일단, 맥주를 사기 위해서는 일본 어느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자판기에서 표를 뽑아야 한다.



<어딜 가나 만나는 표 자판기(?)>


 표를 들고 수줍게 다가가면 알아서 맥주를 3잔 따라준다. 생맥주라니! 일본에 와서 삿포로 생맥주를 먹어볼 수 있다니! 기다리는 게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빨리 마시고 싶어서 살짝 조바심이 났다. 나부터 주시면 안되나요...?



<수줍게 다가가는 뒷모습>


 마치 자로 잰것처럼 일정한 거품의 양을 보고있자니 이곳에서 하루에 얼마나 많은 맥주를 따르고 있는지 그 내공이 느껴질 정도였다. 먼저 가장 진한색을 보여주는 블랙라벨. 이 녀석은 맛으로 즐기기 전부터 진한 향으로 먼저 다가온다. 코 끝에서 느껴지는 홉의 향 덕분에 진한 맛이 더 '찐'하게 변한다. 중간에 위치한 삿포로 클래식. 삿포로에서만 판매한다는 이 녀석은 아무리 마셔도 질리지 않는 신기한 마법을 보여준다. 거짓말을 조금 보탠다면 거의 매끼 이녀석을 벗삼아 식사를 했던 거 같다. 가장 마지막은 가장 거친맛을 보여준 카이타쿠시 맥주. 개척시대의 맥주를 표방한 이 녀석은 이곳 맥주박물관과 삿포로 맥주팩토리에서만 만날 수 있으니 딱 한잔만 마실 수 있다면 이 맥주를 권하고 싶다.



<맥주의 과거/현재/미래를 한 자리에 모아보다>


 여기에 맛들어진 안주가 하나만 있었더라도 훨씬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겠지만 안주가 없기에 맥주 맛 자체를 더 깊이 느낄 수 있어서 그 사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얼른 사진 찍고 마십시다! 



<행복합니다!>


 맥주를 다 마시고나서 삿포로 맥주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2층 구경도 했지만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건 가볍게 스쳐지나고나서 바로 밖으로 나왔다. 미리 듣기는 했지만 이제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의 모습이 마치 초저녁 같아 보여서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길어진 저녁시간이 밤을 좋아하는 아내와 나에게 있어서는 더 반갑고 고마웠다. 하나 둘씩 켜지는 조명은 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만은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었다.

 


<그냥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따뜻해지는 불빛들>


 크리스마스에 온 걸 환영해주는 듯이 꾸며놓은 나무. 크리스마스를 크리스마스답게 보내기 위해서 온 여행인데 역시 잘했다 싶었다. 눈과 아름다운 조명, 그리고 알록달록 꾸며놓은 트리. 이보다 완벽한 크리스마스가 어디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


<건물도 조명을 받아 반짝>


 조금더 오랫동안 이곳을 돌아다니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다음 일정이 있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참고로 삿포로 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맥주박물관 입구에 있는 정류장에서 88번 혹은 188번을 타고 이동하면 된다. 188번을 타면 2~3정거장만 가면 삿포로 역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88번을 타면 스스키노역을 돌아서가니 목적에 맞는 걸 잘 찾아서 이용하도록 하자.



<다시 삿포로 역으로...>


 일본에 와서 이제 겨우 두군데를 돌아봤을 뿐인데, 해는 이미 보이지 않을만큼 기울어져 있었다. 저녁이 긴 훗카이도의 선물같은 날씨에 감사하며 이곳을 여행지로 결정한 그리고 무리를 해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맞춰온 이유인 삿포로-뮌헨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기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지출 내역]
 1. 지하철 : 250엔 x 2
 2. 맥주 : 6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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