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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Day 25 - 피츠로이 트레킹(Fitz Roy), 멀리서도 느낄 수 있는 웅장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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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Day 25 - 피츠로이 트레킹(Fitz Roy), 멀리서도 느낄 수 있는 웅장함

추락천사 2017. 11. 8.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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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미를 다니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트레킹 코스를 만나게 된다. 어떤 코스는 올라가는 것 자체가 고행일 정도로 힘들어서 주변을 느낄 겨를도 없이 그저 정복했다는 사실만 남는 경우가 있는 반면 어떤 곳은 약간은 산책하는 느낌으로 느긋하게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평지로 이루어졌으면서도 주변 경관은 잊혀지지 않을 만큼 멋진 장소도 있다. 물론 전자의 경우가 무조건 힘들기만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산악인도 아니고 기억 나는 거라곤 힘든 뿐인 트레킹 코스는 크게 기억에 남지 않아 추천하고 싶지가 않다. 

 오늘 가게될 코스는 굳이 비교하자면 후자에 가까운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중간에 살짝 힘겨울 코스가 십여분 이어지긴 하지만 대부분의 산 길이 주변 경관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을만큼 경사가 심하지 않으며 그 주변 경관 역시 빼어나서 엘 칼라파테에 온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가야될 곳이라고 생각이 든다. 

 피츠로이 트레킹(Fitz Roy)은 아침 7시쯤에는 일어나서 준비해야 갈 수 있는 만큼 엘 칼라파테 시내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물론 묵고 있는 숙소 앞까지 픽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니 조금만 부지런히 움직이도록 하자. 픽업 트럭을 타고 30~40여분을 달리다보면 정말 쌩뚱맞은 곳에 정차를 시켜준다. 어딘가 싶었는데, 중간에 차를 마실 수 있는 휴게소 같은 공간이었다. 왠지 중국 관광을 하면서 쇼핑몰에 들린 기분이었지만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서 봐주는 걸로...



 시내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눈이 여기서는 지천에 널려있었다. 마치 갑자기 한 겨울로 이동한 듯한 느낌이었지만 그 만큼 오늘 가야할 곳 역시 눈 덮힌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줄거란 기대감도 높아져 갔다. 제발 눈 때문에 트레킹이 취소되는 일만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피츠로이로 향했다.

 다시 1시간 여를 달려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피츠로이에 도착한다. 이곳의 아름다운 자연이 그냥 유지되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해주듯 반드시 이곳에서 교육을 받아야만 트레킹을 시작할 수 있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설명해주기도 하지만 주된 내용은 등산하는 코스에 대한 내용. 다양한 코스가 존재하고 있으며 본인의 스타일과 체력에 맞게 선택해서 이동하면 된다.



 비시즌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다. 눈 쌓인 풍경과 이곳의 상점들이 보여주는 예쁜 마을 풍경을 볼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랬다면 사람들도 엄청많았을테니 그냥 조용한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마을은 마치 계획된 도시처럼 모든 길이 반듯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덕분에 길 찾기는 편했지만 저 멀리까지 그저 찻길을 걸어가야만 하는 사실이 조금 아쉬웠다. 구불구불하지만 마을이나 산을 통과할 수 있는 길이 다니는 재미가 있는데...



 큰 길을따라 10여분을 내리 걷다보면 오늘의 목적지인 피츠로이 트레킹 코스의 입구가 보인다. 입구 안쪽에 코스별 시간이 나와있으니 원하는 코스까지만 무리하지 말고 걷고 오면 된다. 우리는 이미 69호수에서 충분히 극한의 코스를 겪고 왔으니 가장 먼 코스로 결정하고 트레킹을 시작했다.



 트레킹 시작길은 주위 경관을 감상하기 힘들정도로 오솔길 같은 숲길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원래 목적이 조금은 편안하지만 주변 광경을 편안히 감상하기였기 때문에 뭔가 시작부터 불안했다. 이런 길만 계속 걷다가 정상에 가서야 다 보이는 건 아니겠지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기우를 비웃듯이 10여분 올라가자마자 이렇게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때 이후로는 중간 중간 이런 멋진 모습을 배경삼아서 트레킹을 이어갈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호사스런 트레킹이 아닌가 싶다.



 겨울이기 때문에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들을 내밀고 있지만 그 가지들이 하얀 눈과 맞물려서 나름 운치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산길은 그저 트레킹을 할 때 길을 잃지 않을만한 수준으로만 되어있고 인공적인 구조물은 전혀 준비되어있지 않았다. 덕분에 가지와 눈으로 만들어낸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 건 아닐까 생각한다.


자, 씐나게 갑시다!



눈 꽃이 핀 것 처럼 아름다운 모습. 



 아래 표식을 보게되면 이제 Laguna De los Tres 호수까지 가야될 두가지 갈래길이 나온다. 뭐, 어느쪽이든 크게 다르지 않으니 편할대로 선택하면 된다. 단, 돌아오는 길이 위험할 수 있으니 되도록이면 4시 이전에는 모든 트레킹을 마칠 수 있게 속도를 내도록 하자.



 트레킹 2시간 반만에 도착한 Laguna De Los Tres 호수. 남미의 여느 호수가 그렇듯 주변에 어떤 높은 건물들이 없어서 시야가 확 트이는 기분이 든다. 도착하자마자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았던 공간을 찾아서 발자국 남기기. 분명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사진의 셔터를 눌렀는데 어느샌가 카메라 렌즈의 시야 안으로 들어와서 찍혀버린 낯선이의 흔적. 



 한창 트레킹을 하고나니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혹시나 몰라 가져온 사과를 정말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우고는 앙상한 사과알만 들고 사진 한 컷. 열심히 셀카를 찍기위한 다짐을 보여주는 셀카봉까지 함께 찍혔다.



자, 이제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갑시다!



 이곳까지 오는 길이 그리 어렵지 않아서 돌아가는 길에 대한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사실 저 사진을 찍고 나서 엄청나게 헤매고 말았다. 분명 지도에 나온대로 방향을 잡고 갔는데 그 길 끝이 막다른 숲일 때의 기분.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날은 어둑어둑해지는데... 아주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역시 그럴때는 걷고, 걷고, 열심히 걷는 수 밖에 없다.



걸읍시다. 열심히!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을 더 지체하고서야 드디어 미로(?)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다시 보이는 저 풍경이 감동스러웠던 건 단지 아름다워서 뿐만 아니라 다행히 해 지기전에 길을 잘 찾았다는 안도감도 한 몫을 한 거 같다.



내려가는 길도 조심조심.



 올라가던 길도 그리 어렵지는 않았지만 내려오는 길은 역시나 더 수월했다. 남미에서 즐겼던 트레킹 중에서는 가장 기분 좋게 즐겼던 트레킹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멋진 풍경, 완만한 산세. 거기에 호수의 그림같은 모습은 보너스라고 생각하면 이만한 트레킹 코스가 있을 가 싶다. 왠지 계절마다 가지고 있는 나름의 모습들이 있을테니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4계절 언제 오더라도 만족스러운 얼굴을 보여줄 거 같다. 한 숨 쉬어가고 싶은 날 한 꼭지 여행 코스에 넣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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