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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Day 26 - 모레노 빙하 유람선 투어, 조금 더 가까이서 만나는 절경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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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Day 26 - 모레노 빙하 유람선 투어, 조금 더 가까이서 만나는 절경

추락천사 2017. 11. 1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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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이란 언제나 그렇듯 매일 매일이 새로운 만남으로 가득하다. 아니 새로운 만남을 갖기 위해 항상 새롭고 신기한 곳을 찾아다닌다는 표현이 더 적당할지 모른다. 같은 장소를 가거나 비슷한 풍경을 보기위한 일정을 짜는 건 여간해선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 엘 칼라파테에 왔다면 모레토 빙하를 한 번만 보고 가는 건 어쩌면 다시는 보지 못할지도 모르는 이 절경에 대한 예의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곳을 여행하더라도 비슷한 모습조차 다시는 볼 수 없다면 긴 여행안에서 내 눈에 두 번 정도 담아두는 건 사치라기 보단 후회가 없기 위한 당연한 결정이 아닌가 싶다.



 아직은 해가 그 모습조차 보이지 않은 새벽녘. 이 강물에 빠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둠이 가득하다. 20여일이 넘어가면서부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점점 힘들어져 갔지만 그래도 기다리고 있을 절경을 생각하면 다시 힘이 난다.

 맛있는 음식에 어울리는 에피타이저가 나오는 것 처럼 출발하자만난 일출은 이미 피로를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아름다웠다. 날 것의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익숙해질만도 한 데 이런 풍경 앞에서는 아직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좀 전의 일출이 시작되자마자 언제 어두웠냐는 듯이 구름 하나 없는 하늘이 나타났다. 다들 지친 몸을 이끌고 하나둘씩 갑판위로 올라와 깨끗한 하늘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우리도 질세라 셀카 하나. 분명 겹겹이 옷을 입고 왔는데도 한기가 옷 속으로 스물스물 들어온다. 거기에 강바람까지 더해지자 한국의 겨울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추위가 밀려왔다.



 그런 추위에 떨면서 서 있는 사람들이 안쓰러웠는지 유빙들이 눈요기라도 하라며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수백년을 쌓이고 조금씩 강물쪽으로 밀리다가 제 할일을 다하고서는 흘러내린 녀석들. 



 그렇게 한시간여를 달려가다보면 저 끝에서 이 유빙들의 시작지인 빙하가 보이기 시작한다. 맑았던 하늘도 이제 곧 비를 쏟을 것 처럼 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운치를 가져다 준다. 강 위의 유람선에서 크기가 짐작도 되지 않는 빙하와 주변의 산, 거기에 압도될 만큼 가득찬 구름까지 함께하니 그 분위기에 취하기 시작한다. 



 더 가까이 가고 싶었지만 유빙들이 너무 많아서 더 이상 접근이 어려워보였다. 아쉽기도 했지만 덕분에 주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뷰를 얻었다는 거에 만족하며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추위에 지쳐가는 몸을 녹이기 위해 잠시 들어와 코코아를 한잔 마셨다. 역시 언제 어디서나 가장 중요한 건 TPO. 따뜻한 이불 속에서 먹는 호빵, 집에 와서 하루를 마치고 가벼운 안주와 함께하는 맥주 그리고 추울 때 실내에 들어와서 마시는 코코아. 완벽하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중에 유람선이 잠시 멈춰서길래 뭔가 싶어서 나와보니 유빙이라고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큰 녀석이 옆에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어떤 녀석인지 궁금하기도 전에 일단 사진부터. 어디서 뭘하고 있다가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지만 역시 이곳은 눈도 귀도 쉴 틈을 주질 않는다. 신기하고 즐겁다.


다 먹어버리겠다!



 이렇게 놀다보니 어느새 오늘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유빙이나 빙하가 조금은 정적인 모습이었다면 이 녀석은 지금이라도 물처럼 흘러내릴 것 처럼 역동적인 느낌을 주고 있었다. 살아움직이는 느낌이 든다는 게 바로 무엇인지 보여주기로 작정이라도 했는지 결들 하나하나가 폭포수의 그것과 하나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여기에도 왔습니다!



 너무 피곤했는지 돌아오는 길에는 완전히 잠들어 버렸다. 이제는 다시는 눈에 담을 수 없는 풍경들과의 마지막 인사. 앞으로도 묵묵히 이곳에 있을 녀석들이 너무 빨리 녹아버리지 않도록, 그래서 다른 이들도 이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Good bye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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