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즐거움

[일본/훗카이도] Day 06 - 텐호(天鳳) 라멘, 노보리베츠에서 만나는 따뜻한 한끼 식사 본문

여행/일본_훗카이도_2017

[일본/훗카이도] Day 06 - 텐호(天鳳) 라멘, 노보리베츠에서 만나는 따뜻한 한끼 식사

추락천사 2018. 9. 26. 12:45
반응형


 노보리베츠 온천 마을의 경우 대부분의 아침 / 저녁식사를 숙소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일반 음식점들이 많이 있는 편이 아니다. 가뜩이나 없는 음식점들이 오픈하는 시간도 점심시간이 다 되서야 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게 꽤나 어렵다. 그래서 왠만한 음식점에 들어가려도 해도 점심 시간 전 20~30분 정도의 웨이팅은 기본이니 혹시라도 여유롭게 점심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미리미리 가고 싶은 가게를 골라놓고 오픈 전 기다리는 걸 추천하고 싶다.

 아내와 나는 아침부터 상다리가 휘어질만큼 거한 식사를 하고 온 터라 점심식사까지 무겁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점심 전에 지옥 계곡을 2시간이나 돌아다녔지만 여전히 뱃속에서는 아침 식사의 흔적이 거의 사라지지 않고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결정한 건 가벼운 라멜 한끼. 물론, 이곳에 오기전에 가기로 한 가게가 있었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하고 있지 않았는데, 문제는 그 가게가 예고(?)없이 휴점을 해버린 것. 그때까지도 이렇게까지 음식점을 찾는 게 어려운일이 될 거라곤 상상하지 지 않았는데, 거리를 걸으면 걸을수록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확인할 뿐이었다.

 어딜가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사람이 없는 곳은 메뉴가 시원치 않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직 check in 시간도 여유가 있었으니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곳으로 가 웨이팅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바로 텐호 라멘가게. 



 가게 입구에서 저렇게 기웃거리는 이유는 내부에 있는 자리가 20여개 뿐이었는데, 그 외에는 마냥 이렇게 밖에서 기다려야만 했기 때문이다. 웨이팅을 해도 이렇게 추울 때는 밖에 자리를 마련해주는 데 익숙했었는데 참 오래간만에 노숙 웨티잉을 해본다. 그래도 어쩌랴, 이곳은 다 이렇다는 걸...



 물론, 찾는 건 몹시나 쉽다. 노보리베츠 마을 자체가 그리 크지 않을 뿐더러, 음식 가게가 모여있는 거리는 대부분 한 거리에 모여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가게 앞에 이렇게 사람들이 줄 서있는 것도 장관이라면 장관이 아닐가 싶다. 이쯤 되면 가게가 더 생길 법도 한데... 어쨌든 모든 기다림은 그 끝이 있는 법. 한 20분 정도 기다리고나니 드디어 우리 차례가 돌아왔다. 들어오자마자 받게 된 메뉴판. 일본어로 되어있으면 어떻게하나 고민했는데 관광지인 만큼 영어로 된 메뉴가 있어서 음식을 고르기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고른 라멘은 '가볍운 한끼' 컨셉에 맞게 Spicy Miso Ramen, Corn Ramen 그리고 Gyoza 총 3종류의 음식을 주문했다. 참고로 이곳에서는 음식을 만드시는 셰프 한분과 주문/서빙을 맡으신 종업원 한 분, 총 두분이서 운영하는 가게이기 때문에 그리 체계적으로 주문을 접수하고 있지는 않다. 즉, 누가 눈을 빨리 마주치고 주문을 빨리 하느냐에 따라서 음식이 나오는 시간이 정해지는 편이니 최대한 빠르게 서빙하시는 분과의 아이 컨택트가 중요하다. 



 아늑한 가정집을 개존한 듯한 내부는 전형적인 일본의 노포를 연상케 한다. 이런 집에 들어와서 앉아있을때면 모던한 음식점보다는 훨씬 더 따뜻한 느낌을 받게 된다. 내 집에서 먹는 것 만큼은 아니지만 마치 집밥을 먹는 듯한 분위기니까 말이다. 만약 내가 나중에 어떤 가게를 열 게 된다면 손님들에게 이런 느낌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인테리어다. 물론, 그것까지 생각해서 만든거 같지는 않지만...



 눈치껏 재빠르게 주문한 음식은 20여분 기다리니 곧 나왔다. 사실 Miso ramen의 경우에는 평소에도 자주 먹던거라 그리 낯선 비쥬얼과 맛이 아니었지만 Corn ramen은 지금껏 한 번도 먹어본적이 없던지라 그 맛 자체가 몹시 궁금했다. 그 베이스가 되는 육수는 미소라멘을 기본으로 한 거 같지만 옥수수를 기본으로 한 이유 때문인지 살짝 느끼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속이 더부룩할 정도로 아침식사를 거하게 하고 난 다음이라 오히려 이렇게 부드러운 식감의 라멘이 미소 라멘보다도 처음에는 더 맛있게 느껴졌다.

 아쉬운 게 있다면 먹으면 먹을수록 그 느끼함이 사라지지 않고 입안에 머문다는 사실. 다행인 건 함께 주문한 Miso ramen의 매운맛이 그 느끼함을 잡아준다는 것. 혹시라도 궁금함에 Corn ramen을 주문하고 싶다면 그 느끼함을 잡아줄 수 있는 라멘을 함께 주문하길 권하고 싶다.



 음식을 먹다보니 함께 주문한 교자가 나왔다. 뭐, 교자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먹어도 맛있을 수 밖에 없는 반칙 아이템. 살짝 부족할 법한 라멘의 뒷 마무리를 교자로 하니 완벽한 한끼가 완성됐다. 

 앞 서 얘기했던 것 처럼 노보리베츠에는 그리 많은 음식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점심으로 먹기에는 살짝 부담스럽거나 이미 아침에 먹었던 메뉴를 판매하는 음식점들이 있어서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게 쉽지많은 않은 일이다. 만약 이미 우리와 같이 숙소에서 아침을 거하게 먹고 지옥 계곡 투어를 마치고 온 사람들이라면 가벼운 한끼 식사로 이곳에 다녀오는 건 어떨지 얘기해주고 싶은 기분이다.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듯 하니 말이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