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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Day 04 - 69호수(Laguna 69)트래킹, 애증의 공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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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Day 04 - 69호수(Laguna 69)트래킹, 애증의 공간

추락천사 2017. 7. 3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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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라즈란 도시는 사실 69호수를 위해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당연한 코스' 처럼 여겨지고 있다. 예약하는 것부터 움직여서 다시 돌아오는 것 까지 one-stop 서비스로 운영될 정도니 누구나 쉽게 혹은 당연하게 참여하고 있는 듯 싶었다. 하지만 다녀오고 난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몹시 힘듭니다. 지금 당신이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이미 힘들게 상상하고 있고 그것보다 더 힘들다고 생각하신다면

조금 더 쓰세요.

 이 정도 생각을 하고 움직여야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내가 왜 돈을 쓰고 여기에 있지?' 상태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고산지대에서 힘든 산행을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마음으로라도 다잡고 가지 않으면 그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테니 꼭! 마음을 다잡고 가길 바란다.

  69호수 투어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대부분의 숙소에서 69호수투어 예약을 받고 있으며, 만약에 받지 않는다면 근처에 있는 투어사에서 예약을 한 뒤 숙소만 알려주면 된다. 그럼 새벽에 숙소앞으로 Pick-up 차량을 보내준다. 가격은 80sol (40sol/person)이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69호수 투어는 새벽에 출발하기 때문에 대부분 조식이 시작되기 전에 버스를 타야만 한다. 그래서인지 올라가기 전 잠시 식당에 들려서 아침을 먹을 수 있게 해주는데, 생각보다 아침이 나쁘지 않으니 한끼 정도 가볍게 해결하고 올라가길 권장한다.



[69호수 투어 초입 식당 - 아침식사]



 지금 차려져있는 식단의 가격이 약 9sol. 이것 외에도 다양한 음식들을 판매하고 있으니 살짝 보이는 메뉴를 참고!



[배고파, 배고파]

[식당 전경]



 식당에서 2~30분 정도 머물다보면 곧 출발하자는 소리가 들려온다. 버스가 여러대있으니 잘못타지 않도록 조심하자. 버스에 실려서 움직이다 보면 공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20sol(10sol/person)이니 미리미리 잔돈을 준비해서 가도록 하자. 이곳까지는 별 감흥이 없다. 새벽이라 정신이 없기도하고, 나름 고산지대에 적응된거 같은 착각도 생겨서 '왠지 나는 고산지대 체질인거 같아.'라는 말도 안되는 자신감도 만들어진다.

 식당에서 조금만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애머랄드 색의 아름다운 호수가 눈앞에 보인다. 왜 이런식인지는 모르지만 보기만해도 기분이 좋아지는(날이 따뜻하다면 몸을 담궈보고 싶은) 색감이다. 일행이 있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딜보나 아름다운 풍경들...]



  드디어 69호수가 있는 공원에 도착했다. 입구에 내려서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걷다보면 왠지 아바타에나 나올 것 같은 작은 밀림의 풍경이 펼쳐진다. 너무 아기자기하게 펼쳐져있어서 더 이 세상같지 않은 느낌. 그 안에서 계속 걷다보면 69호수라는 이름때문에 생겼던 긴장감들이 조금씩 풀려간다.



[씩씩하게 앞으로]

[아바타의 그곳]

[아바타의 그곳(2)]



  첫 번째 맛뵈기 코스를 지나면 두 번째 평야가 나타난다. 산 사이에 끝도없이 펼쳐져있는 평야라니. 실감은 둘째치고 이런 풍경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눈을 땔수가 없었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한동안 앉아서 감상하고 싶었던 공간이었다. 물론 조금 걷다보면 뭔 배변물이 그리 많은지 제대로 걷기도 힘들 정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새벽의 공기도 상쾌하고 바람도 적당했으며, 물소리도 듣기에 좋았다.



[입구이자 너무나 아름다운 공간]

[걷기에 참 좋다]

[Welcome!]

[이제 시작이다]



 두 번째 코스인 평야지대(?)를 지나고 나면 드디어 꼴닥고개가 나온다. 숨넘어 갈 정도의 오르막길이 끝도없이 펼쳐져있는 이곳. 거이 3시간 가까이 쉼없이 고산지대를 올라가는 느낌은... 뭐랄까, 충분한 각오가 필요한 일이다. 그만한 각오가 있다면 올라가는 길의 뒷편으로 펼쳐져있는 아름다움을 볼 서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가 생각된다. 너무 앞만 보고 가기엔 그 뒷편으로 펼쳐진 모습이 아쉽고 아깝다. 계곡 사이로 뻗어있는 물줄기나 군데군데 떨어지는 폭포들, 그 안에 자기 생명을 뽐내며 피어나는 꽃들까지 무엇하나 아름답지 않고 개성있지 않은 것이 없다.



[힘들다고 놓치기엔 아름다운 풍경들]

[힘들다고 놓치기엔 아름다운 풍경들]

[힘들다고 놓치기엔 아름다운 풍경들]

[힘들다고 놓치기엔 아름다운 풍경들]



 그렇게 한시간이 넘게 올라가다보면 너무나 반가운 호수가 나타난다. 순간 모든 피로가 날라가고 그 아름다움과 성취감이 온몸을 휘감지만... 착각하면 안된다. 이 녀석은 69호수가 아니다. 그저 중간에 나타나 우리를 위로해주는 녀석일 뿐. 아직 한 참 남았다. 하지만 그 빛깔과 경치만큼은 69호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많이 즐겨뒀으면 좋겠다. 이곳에서 가볍게 쉬어가는 사람들도 있으니 그 틈에서 따뜻한 물한잔과 요기를 하고 다시 출발하자.



[첫 번째 호수]

[첫 번째 호수]



 힘내서 올라가다보면 이제 본인의 체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받는 단계가 온다. 처음엔 20보 1배(?) 하다가 슬슬 10보 1배로 줄어들더니 이제는 그냥 막 쉰다. 어제 윌카코차의 경험이 없었더라면 포기했을지도 모를 만큼의 힘듬. 여기서부터 배경이 눈에 잘 안들어오는 집중의 경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오로지 완주하겠다는 목표 하나로 오르기 시작한다.



[아... 힘들다]



 고의는 아니지만 이때부터 사진이 거의 없다. 나와 아내 모두 사진을 찍어야 된다는 생각보다 완주해야 하나는 일념으로 걷기만 한건지... 다음 사진은 바로 69호수 도착사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쉽다. 분명 뒷편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절경들이 있었을텐데 그걸 눈으로도 사진으로도 담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걷다보면 결국은 69호수에 닿게 된다. 정말 오르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몇 번 헤치고 나가다보면 나타나는 호수의 모습. 그 아름다움보다도 도착의 쾌감이 더 크다면 거짓말일까? 어쨌든, 너무나 보고싶었던 69호수에 도착했다.



[69호수 전경]

[69호수 전경]



 호수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하지만 눈으로 둘러쌓인 풍경은 결코 범상치 않은 느낌을 우리에게 준다. 모든 긴장이 풀어지면서 한 숨 자고 싶은 기분마져 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느릿느릿 올라온 탓인지 어느새 내려가야 한다는 신호가 울린다. 올라온 길을 생각하면 그냥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마져 들지만, 그래도 발걸음을 내딛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그래, 내려가자.



[내려가는 뒷모습]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내려가는 길은 그래도 한 호흡에 끝낼 수 있었다. 한시간 정도? 물론, 내가 초반에 너무 뒤쳐져서인지 나 때문에 일행이 기다리긴 했지만, 어쨌든 올라왔던 것 보다는 훨씬 수월했으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이렇게 약 8시간(이동시간 포함)의 69호수 투어가 끝났다. 새벽부터 시작해서 해질녘까지 계속되는 강행군 때문에 조금(아니 엄청) 지쳐버렸다. 어제의 윌카코차 등산에 이어 오늘 69호수 투어까지... 결국 이틀동안 오후 7시 취침의 위업을 달성했다. 여행 초반부터 조금 달렸나 싶지만 그래도 이렇게 남미를 만났고, 난 잘 적응하고 있었다.

[이날의 지출 - 125.6sol]

1. 69호수 투어 - 80sol (40sol/person)

2. 아침식사 - 9sol

3. 슈퍼마켓 - 물 6.1sol + 스니커즈 10.5sol = 16.6sol

4. 입장료 - 20sol (10sol/p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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