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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Day 03 - 와라즈(Huaraz), 아름다운만큼 힘들었던 도시. 윌카코차(Wilcacocha)를 향해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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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Day 03 - 와라즈(Huaraz), 아름다운만큼 힘들었던 도시. 윌카코차(Wilcacocha)를 향해서...

추락천사 2017. 7. 3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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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밤샘 버스를 타고 드디어 와라즈란 도시에 도착했다. 사실 와라즈는 #69호수투어 이라는 극악한 트래킹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다양한 컨텐츠가 존재하는 도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단지 하나. #69호수투어 를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녀온 사람들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긴 '힘들고, 힘들며, 힘들다'라고 하는 트래킹이 어떤 걸까하는 호기심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새벽녘 도착한 우리의 숙소]



 숙소에 얼른 짐을 풀고, 오늘은 뭘 할까 고민을 했다. 도착하는 시간도 애매하고 고산지대의 압박감이 한층 더 강하게 느껴져서 이날은 왠지 쉬고 싶었지만 다음날의 트래킹을 미리 경험해보기 위해서 근처의 워밍업 트래킹 코스를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가벼운 복장을 하고 출발!

 #윌카코차(#wilcacocha)를 가기 위해선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크게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갈 수 있는 콜렉티보를 이용해서 가기로 하고 콜랙티보를 탈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와라즈의 풍경]

[와라즈의 풍경]

[아킬포 호스텔]
Antonio Raymondi 510, Huaraz, 페루


 중간에 종종 나타나는 작은 공원들을 지나 우리가 향하는 곳은 한국인에게 특히 유명한 아킬포(Akilpo) 호스텔이었다. 그 호스텔 바로 앞에 우리가 타야할 콜렉티보 정류장이 있기 때문에 어딘지 잘 모르시는 분들은 그냥 아킬포 호스텔을 찾아가자. 아킬포 호스텔을 등지고 바로 앞을 쳐다보면 아래같은 벽이 보일거다. 여기에도 정류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기다리다간 낭패를 본다.

 아내와 나도 이곳에서 10여분 기다리다가 뭔가 이상한 걸 깨닫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지금 사진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아래와 노란색 벽이 나타나는데 이곳에서 기다려야 윌카코차로 가는 버스가 나온다. 모르면 물어보자. '콜랙티보, 윌카코차' 이 두마디만 해도 갈 수 있다.



[이곳에서 기다리면 안된다.]

[여기에서 콜랙티보를 잡아야 한다]



 지금 사진에서 보이는 10번 버스를 타면 윌카코차에 안전하게 데려다주니 걱정말고 타길 바란다. 가격은 인당 1sol 왕복 2sol이면 된다. 이 녀석을 타고 한참을 가다보면 아래와 같은 가게가 나온다. 미리 윌카코차를 간다고 하면 내려주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 아래와 같은 풍경이 나오는지 잘 확인하고 내리길 바란다.



[윌카코차 입구]



 걷다보면 중간에 작은 가게가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가다가 꽤 목이 마르기도 하고 당도 꽤 떨어지니 이곳에서 음료랑 물을 구입해서 가는 걸 권하고 싶다.

 산행을 많이 안해봐서 그런지 뒷산 같은 느낌의 산에서도 이런 풍경들이 보인다는 게 참 신기했다. 민둥산이면서도 그 주변의 풍경들은 마치 고대 유적에 와있는 느낌을 줄 수 있다니... 한 걸음 한 걸음이 (적어도 이때까지는) 상쾌하고 기분 좋았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고산지대라서 그런지 걷는 게 생각보다 수월하지는 않다는 정도?



[윌카코차 전경]


[윌카코차 입구]

[적어도 이때까지는... 힘이 있었구나]






[윌카코차를 올라가며...]



 이 산을 30분 정도 올라갔을 까? 뭔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이곳을 소개받을(?)때는 분명 워밍업, 가벼운 산, 적당한 운동이란 단어가 사용됐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고작 30분의 등산만으로 숨은 물론이거니와 체력도 꽤 떨어지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정확히 얘기하면... 힘들었다.




[힘들다 힘들어...]

[...... 아오 ......]



 중간중간 나타나는 동물들 덕분에 아주 심심하지는 않았지만, 예상했던 것 과는 달리 너무 힘들어서 주변의 경관이 잘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불어 오늘 이렇게 힘든데 도대체 내일은 얼마나 힘드려고 이러나? 하는 생각까지 겹쳐져서... 산행이 아니라 고행이 계속되고 있었다.






 한, 2~3시간 쯤 걸었나? (사실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질 않는다.) 어떤 길이든 걷다보면 끝이 보이는 것 처럼 이 산행도 결국은 그 끝자락을 보여줬다. 이쯤 되면 쇼생크 탈출같은 극적인 연출은 아니더라도 환희와 기쁨의 세레모니 정도는 있어야 되는데...



[윌카코차 호수]

[아... 힘들었다.]



 아래 사진이 내 몸상태를 말해준다. 저 상태로 정말 잠들어 버렸다.
 꽤 오랜시간 체력을 보충하고나서, 해가 지기전에 내려가야된다는 생각하나로 몸을 일으켰다.



[푹... 잠들었다.]



 호수 근처에 몹시 귀여운 양들이 있어서 사진 한장 찍어주고(아내는 이때도 체력이 남아있었다. 나와는 달리...) 주변 한번 슥~ 둘러본다음 바로 하행을 시작했다.





[양이다!]



 잠을 한 숨 자서 그런지 하행길은 산행길에 비해 풍경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길도 험할 뿐더러 차는 도저히 다닐 수 없을 것 같은 이곳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눈에 띄고, 높은 산 사이로 굽이굽이 흐르는 강의 모습도 보였다.



[작은 집 하나]

[강이 흐른다]



 중간에 만난 고양이. 이라누나가 생각나서 사진을 찍어주려 했지만 눈도 마주치질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느낌이랄까? 내가 접근해도 그냥 무시하고 지나간다. 씨크한 녀석.



[고양이 한마리]

[날 무시한 녀석...]



 산에서 내려오는 중간에 우리를 발견하자마자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아이들이 있었다. 적어도 2~300미터는 되어보이는 거리였는데, 무슨 일인지 우리를 향해 너무 빨리 뛰어오길래 살짝 무섭기도 할 뻔. 어쨌든 중간에 사라졌기에 잊어버리고 천천히 내려가고 있는데 바로 아래처럼 두 녀석이 길 중간에 줄을 치고 통행료(?)를 걷고 있었다. 물론 몹시 귀엽게 하는 거였지만... 왠지 주면 계속 이런 행동을 할 거 같아서(물론 지금 이러고 있는 걸 보면 많은 사람이 주지 않았을가 싶기도 하지만...) 모른 척 하고 지나갔다.



[무서운 아이들...]



 그랬더니 남자애가 우리를 향해 짱돌(정말 맞으면 큰일날 거 같은...)을 던지는 게 아닌가! 너무 놀랍기도 하고 이게 뭔 일인가 싶기도 해서 잠시 얼음. 하지만 뭐... 이것도 이곳의 문화인가 싶어서(그리고 말도 안 통하고) 그냥 돌아섰다. 괜시리 씁쓸한 마무리였다.

  좀 전에 내린 곳의 길 건너에서 기다리면 10번 버스가 온다. 그걸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면 끝! 이날은 5시쯤 일정이 끝난 걸로 기억하는데 그냥 기대로 잠들어 버렸다. 저녁 먹는 것도 잊고 12시까지 자다가 그때쯤 살짝 일어나서 간식을 먹고 다시 잠들었다. 다음날 새벽에 떠날 (오늘보다 훨씬 힘들) 69호수투어 때문에 걱정이 되긴 했지만 걱정보다 쏟아지는 피로를 견딜 체력이 더 이상 남아있질 않았다.

[이날의 지출 : 26.2sol]

 콜렉티보 : 4sol (2sol x 2)

 과자 : 20.2sol

 잉카콜라 : 2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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