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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Day 30 - 탱고(Tango), 본토의 땅에서 느끼는 춤의 열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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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Day 30 - 탱고(Tango), 본토의 땅에서 느끼는 춤의 열기

추락천사 2017. 11. 30.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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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이유에서 였는지는 기억이 흐릿하지만 우연치 않은 기회에 춤(살사)이란 취미를 갖게되었고,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처음보는 사람일지라도 한 곡이 시작되면서 끝날때 까지는 누구보다도 가까운 거리에서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기에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춤을 출을 출 수 있는 장소를 찾아보곤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탱고를 접하기 전이라 어디서든 탱고를 접할 수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와서도 한 번도 그 춤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는 춤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바라만봐야 된다니, 이보다 아쉬운 일이 또 있을 가 싶었다.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 춤을 즐길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이왕 이렇게 된 거 춤을 추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사람들의 공연이라도 보기로 마음먹었다.



 앞서 아르헨티나에 살고 있는 지인 덕분에 좋은 공연을 저렴한 가격에 예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늦은 밤이라 초점이 다 나가버린 사진이지만 이런 흐릿한 사진에서도 그곳의 즐거웠던 기억은 생생히 떠오른다. 아직 들어가기도 전이었지만 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펼쳐질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 때문에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안의 모습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아늑하고 탱고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없이 잘 꾸며져 있었다. 마치 중세 유럽의 만찬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매번 빽빽히 의자로 가득한 공연장에서만 감상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몰입감이었다.



 탱고 공연을 보러온 것 치곤 너무 캐쥬얼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우린 이미 30여일이나 여행을 한 여행객이었기에 그런 채비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다음에 볼 땐 제대로 차려입고 오겠다고 다짐하며 사진 한 잔 찰칵!



 공연이 시작되기 전 저녁식사부터 시작되었다. 이렇게 차려지고 나니 정말 파티에 온 기분이 났다. 공연에 포함된 식사라서 맛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에피타이저로 나온 스프부터 메인디쉬인 스테이크까지 고급 레스토랑에서 나온 음식이랑 별반 다를바가 없었다. 특히 가볍게 나온 글라스 와인이 음식하고 잘 어울려 종일 돌아다니며 피로했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음식을 다 먹고나서 커피한잔이 간절했을 때 나온 에스프레소. 진한 카페인이 몸을 깨워준다.



 드디어 본 공연이 시작됐다. 스토리가 있는 공연이었지만 모두 스페인어로 나와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좀 아쉬웠다. 남미를 여행하면서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것과 못하는 건 정말 즐길 수 있는 범위가 큰 차이가 난다. 특히 투어를 하거나 공연을 보게 될 때면 그 차이가 극명히 벌어진다. 물론, 춤을 즐기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그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이해지 못한채로 바라봐야하는 게 조금 아쉬웠다.

 온 신경이 무대위에 있는 두 사람에게 집중되었던 시간. 결코 화려하지도 요란스럽지도 않은 춤이었지만 충분히 아름다웠고, 멋있었다.



 땡고 공연이 한 곡 끝날때면 중간에 이렇게 멋진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다. 마냥 춤과 노래가 번갈아가며 나오니 눈과 귀가 행복했고, 한 순간도 지루해질 틈이 없었다. 붉은 조명안에 오로지 한 사람한테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몰입도는 정말 최고였다.



 공연에 나오는 모든 곡을 라이브로 연주해주었던 밴드. 나오는 모든 음악이 사실은 MR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멋진 연주를 뽐내주었다. 단 8명이라도 완성도가 있는 밴드라면 다양한 분위기의 음악을 얼마나 수준높게 들려줄 수 있는지 보여줬다. 그들만의 음악으로만 공연을 했더라도 아쉽지 않을만큼의 멋진 밴드였다. 

 가끔 살사바에 가면 DJ들이 엄선한 음악을 들을 수 있곤 한다. 하지만 그 어떤 CD 음질보다도 선율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라이브보다는 느껴지는 흥분감이 떨어진다. 몇번의 연주끝에 가장 완벽한 결과물을 담아낸 게 CD라면 라이브는 비록 상대적으로 불완전할 지라도 살아있는 음악을 들려주기에 더 매력적이다.



 2시간 정도 진행된 공연이 막을 내렸다. 젊은 사람들의 파워풀한 춤부터 이제 60이 넘어보이는 노인분들의 완숙한 춤까지 볼 수 있었기에 2시간은 조금 짧게 느껴질 정도였다. 저녁식사까지하면 거의 3시간이 넘는 시간을 그 안에서 보냈는데, 막상 밖으로 나갈때가 되다보니 타입슬립을 한 것 마냥 찰나처럼 느껴졌다.



 밖으로 나와 넘치는 흥을 주체 못하고 포즈를 취한 김보희양. 춤이 주는 감동이 아직 마음에 남아있는 모양이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좋은 공연 표를 얻게 되었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높은 수준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여행이 얼마 남지 않아 심란했던 날이었는데, 마음과 마음에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만약 기회게 된다면 남미에 다시와서 이곳의 탱고를 몸으로 느껴보고 싶다. 이렇게 공연을 보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기분 좋아지는 데 몸으로 직접 체험하게 된다면 훨씬 더 좋을거라고 생각하니 여행의 막바지에 갑자기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탱고를 배워야겠다는 작은 다짐을 하고 오늘 하루를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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