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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Day 28 - 부에노스 아이레스 도심을 거닐다 (2), 푸에르자부르타(FuerzaBruta) 공연 본문

여행/남미_2016

[아르헨티나] Day 28 - 부에노스 아이레스 도심을 거닐다 (2), 푸에르자부르타(FuerzaBruta) 공연

추락천사 2017. 11. 26.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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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텔모 시장을 돌아보고나서, 계속 비가 내리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비가 그쳤다. 덕분에 계획했던 100% 관광객모드 여행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일단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우리의 청와대와 같은 대통령 궁(Casa Rosada). 분홍색 집이라는 이름 답게 모두 분홍색 벽돌로 지어졌다. 




 안으로 들어가서 좀 더 구경해보고 싶었지만 당일 무슨 행사를 하는 날인지 입구에 들어가는 게 통제되어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대통령 궁을 바로 뒤로하고 바라보면 정면으로 보이는 작은 동상이 있을 거다. 바로 그 주변을 5월의 광장(Plaza de mayo)라고 부르며 많은 사람들이 기리고 있었다. 1810년 5월 25일 이 광장에서 자치 정부 설립과 독립 선언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국가의 큰 행사나 집회가 있을 때는 이곳에 수 만명의 사람들이 모인다고 하니 꽤 의미있는 공간인 듯 싶었다.

 이곳이 개인적으로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졌던 건 이런 집회의 장소가 대통령 궁 바로 앞에 위치했다는 점이었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시민들과 그것을 당연한 듯 지켜주는 정부라니. 낯설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오늘의 가이드를 맡은 김보희씨. 나보다야 길 눈이 밝으니 잘 찾아갈거라 의심치는 않지만, 그래도 좀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화이팅 입니다 김보희씨!



 오늘 두번째 목적지인 플로리다 거리(Calle Florida). 5월 광장에서 한 블록만 걸어가면 나오는 거리로 다양한 가게들이 많아서 볼거리가 충분하다. 거리에 차가 없는 도로이기 때문에 다니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참고로 아르헨티나의 환전이 필요할 때는 이곳 거리에서도 환전이 가능하니 급할 때는 이용하길 바란다.



 옷가게부터 은행까지 평범한 모양을 한 건문들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였다. 중세시대에서 건물을 그대로 가져와서 이곳에 옮겨놓은 것 마냥 건물이 풍기는 위엄이 어마어마했다. 이거 원 무서워서 입구에 들어가겠나 싶을 정도의 느낌이랄까. HSBC 건물은 열려 있었으면 안을 구경해보고 싶긴 했는데...



나이키 보고 싶난 김가이드.


 꽃파는 꽃집 아저씨. 너무 포스가 있어서 꽃 구경하러 가까이 가기 힘들정도였다. 아저씨 조금만 웃어주세요.



 이제 한국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동네서점이다. 물론, 일반 서점처럼 엄청 작은 규모는 아니지만 이런 중형 서점외에도 아직 이곳에는 소형 서점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제 대형 서점들 외에는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든 유통구조가 굳어져버린 게 아닐까 걱정이 된다. 



 거리의 이곳저것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하늘에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했다. 보통은 이정도 어두어도 야경을 구경한다거나 저녁을 먹으러 이동하는데 오늘은 남미에 와서 처음으로 공연을 보는 날이기 때문에 조금 일찍 오늘의 일정을 마치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공연장. 오늘 보는 공연은 한국에서도 내한공연을 했던 푸에르자부르타(Fuerza Bruta)이다. 공연장으로 향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공연에 대한 정보는 1도 없는 상황이었다. 어떤 형식으로 하는지, 누가 나오는지, 무슨 내용인지... 혹시 대사가 전부 스페인어로 나오는건 아닌지 걱정되긴 했지만 이제와서 안다고 달라질 건 없어서 그냥 공연장으로 향했다. 약간 음침한 공연장.  비가와서 그런건지 아니면 원래 이런건지 몰라도 비오는 분위기와 맞물려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붉은색 조명으로 가득찬 공간이 나왔다. 약간 헤드윅 분위기의 공연인가? 하는 정도의 느낌만 들 뿐 아직도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공연이 시작하기 마지막 순간. 내 뒤에있는 저 청년이 V자를 하고 있는 걸 이제야 발견했네. 어쨌든 이 순간 이후로 그렇게 환상적인 공연이 펼쳐질 줄은 상상도 못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공연 중간 사진을 좀 더 찍고 싶었으나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사진을 찍느라고 시간을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 봐왔던 공연중에서는 가장 사람을 흥분시키는 공연 중에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말하나 통하지 않는 외국 땅에서 만난 공연 치고는 만족도 100%. 내한 공연 때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동영상과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온 몸이 완전히 젖어버렸다. 그 만큼 신나고 격렬했던 공연.


 그렇게 격렬한 공연을 뒤로하고 젖은 몸으로 버스에 올라탔다. 자칫 민폐가 될 수 있었는데 다행히 사람이 거의 없어서 큰 민폐를 끼치지는 않았던 듯 싶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공연이 끝나고 집에 오는 길은 뭔가 기분이 허해진다. 감정이 확 끌어올랐다가 갈곳없이 사라지는 기분.

 하지만 오늘처럼 완전히 날려버리고 나면 허하기 보다는 여운이 남는다. 그날 들었던 음악들이 머리속에 떠다니고 그들의 연기가 선명히 기억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말 꽉차게 움직인 하루. 비가 오기도 하고 극장을 잘못 찾기도 하며 조금 헤매는 하루였지만 모든 일정이 다 만족스러운 날이었다. 집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오늘 하루가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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