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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리 장원막국수, 조금은 색다른 '국수'를 먹고 싶을 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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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리 장원막국수, 조금은 색다른 '국수'를 먹고 싶을 때...

추락천사 2017. 8. 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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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면, 면 요리라면 그게 어떤 종류의 재료로 만들어졌던 싫어하는 게 있었나 싶다. 물론 밀가루로 만든게 가장 맛있고 익숙하지만 메밀 역시 너무 끊어지지만 않는다면 큰 틀에서 '면 요리'라는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이 날은 왠지 평소에 먹던 면 요리가 아닌 조금은 특별한 면 요리가 먹고 싶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면 요리를 먹기 위한 20km 여정을 떠났다.


 도착해보니 시간은 어느새 느즈막한 오후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곳에 오다보면 느낄 수 있겠지만 '고작 면요리'를 먹기위해 이렇게 까지 움직일 필요가 있나 싶을 만큼 꽤 안쪽으로 들어간다. 심지어 시간대를 잘못 맞추면 주차 지옥을 맛볼 수도 있다. 혹시라도 이곳에 올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6시 쯤에는 도착한다는 생각으로 움직이는 게 좋을 듯 하다. 7시가 넘어가면 밥 먹는 시간보다 주차하고 대기하는 시간이 훨씬 길 수도 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다행히 사람들이 몰리기 직전의 시간. 대기인원도 2~3팀 수준이었고 주차도 자리가 여유가 있었다. 외관은 어렸을 적 집안의 행사가 있으면 다녔던 'xx가든'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정겨운 모습. 한 여름이라 그런지 외부의 대기 장소에 대형 선풍기 2대가 몹시 부담스러운 포스로 돌아가고 있었다. 사람을 향해 직분사 하는 게 맞는 용도인지 싶을 만큼의 강풍을 내뿜던 녀석들. 하지만 회전 따위는 원래 기능에 없는건지 아니면 아예 기능을 안 켜논건지 모르겠지만 오로지 앞에 있는 2사람에게만 바람이 오니 더위 많이 타는 분들은 선풍기 앞 자리를 사수해보도록 하자.


  참고로 이곳의 대기 시스템은 겉모습 답지 않게 몹시 현대적이다. 문 앞에 있는 패드에 본인의 번호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대기 번호가 뜬다. 심지어 입장할 차례가 되면 카카오톡으로 메세지를 보내주는 서비스까지 해준다. 그냥 보기에는 몹시 편해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 가장 큰 단점이 존재한다. 바로 카카오톡 메세지를 3번 보낼때까지 손님이 나타나지 않으면 바로 다음 손님으로 넘어간다는 사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님을 번호로 부르는 일도 없다. 그냥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버리니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은 본인 번호가 나올때가 되면 긴장하고 있자.

 물론, 가게 앞의 전광판에서 번호가 뜨긴 한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내 번호를 외치면서 호명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자기 번호는 알아서 자기가 쳉기자.


 입장하곤나면 한장짜리 메뉴판을 받게 된다. 뭐, 메뉴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2사람이 왔다면 가장 기본 코스인 '기름막국수 + 비빔막국수 + 수육 소' 를 주문하도록 하자. 아무리 본인이 비빔막국수를 좋아한다고 해도 여기까지 왔는데 기름막국수를 안 먹고 가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일단, 가장 먼저 수육이 나오는데 이 녀석의 부드러움이 남다르다. 흐물흐물하기 직전에서 멈춘듯한 식감 덕분에 막국수 먹기 전 식욕이 최대한으로 올라갔다. 참고로 수육 소자로 주문하면 '수육으로 배체운다' 라는 느낌 보다는 막국수와 함께 한끼 식사를 맛있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양이 그리 많지 않다.

 그 다음으로 나오는 비빔막국수와 기름막국수. 일단 메밀국수 특유의 끊어짐은 밀가루 기반의 국수보다는 심한 편이다. 하지만 먹기 불편하다기 보다는 호불호가 갈리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하다. 후두둑 끊어지기 보다는 딱~딱~ 끊어지는 느낌이랄까? 밀가루 국수가 너무 질긴 사람에게는 이 식감이 더 좋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비빔양념은 뭐, 예상했던 그 맛. 다행히 설탕 범벅의 일반 음식점 맛 보다는 약간은 씁쓸하지만 메밀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만 양념을 해준다. ' 아 내가 메밀 막국수를 먹고 있구나 ' 라는 느낌.

 가장 인상깊었던 건 사실 기름막국수였다. 기름은 물론 들기름을 사용했었기에 느끼하다기 보다는 쌉쌀한 맛이었는데 기본 간을 뭘로 했는지 물리지 않고 계속 들어갔다. 심지어 중간에 육수를 부어서 먹으면 또 새로운 맛이 느껴졌다. 국수는 비빔국수를 외치던 나에게 꽤 새로운 맛의 세계를 알려준 놈. 차를 몰고 가지 않았다면 막걸리를 한잔 부르는 음식이었다.


  메밀보다는 밀가루. 기름보다는 비빔이 더 맛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갖게 해준 한끼 식사. 언젠가 집에서도 한 번쯤 항상 먹던 비빔국수가 아닌 기름막국수를 해먹어 보고 싶다. 같은 맛이 날지 모르겠지만...


 Tip 하나. 나오는 길에 과자 한 봉지를 꼭 사먹자. 자칫 기름막국수보다도 우선순위에 설뻔 했던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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