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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공중그네(오쿠다 히데오 作) - 가볍지만 여운이 남는 책

추락천사 2017. 12. 3.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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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국내도서
저자 : 오쿠다 히데오(Hideo Okuda) / 이영미역
출판 : 은행나무 200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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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읽어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한동안 책을 손에서 놨더니 읽는 데 부담스러운 책 보다는 하루 이틀동안만에 다 읽고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책부터 다시 시작해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표지의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별 고민없이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내용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다섯가지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각각의 인물들이 '이라부'라는 조금은 특이한 정신과 의사를 만나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짧지만 자세히 그려준다는 내용이다. 당연히 각자가 가지고 있던 고민들은 주인공(인지 아닌지 구분이 잘 안가긴 하지만) 이라부에 의해서 해결되거나 해결의 실마리를 잡게되고 권선징악의 그것과 같이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한 번 쯤은 실패하거나 이라부의 조언에 의해서 더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싶긴 했지만 그랬다가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하는 데 너무 오랜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조폭이란 게 원래 그런 거야. 모두들 약한 부분이 있으니까 오히려 죽어라 뻗대는 거지. - p. 65

 자신의 처지 때문에 무섭고 약한 부분을 어쩔 수 없이 감춰야 하는 조폭의 모습. 감추기 위해 더 아파하는 모습이 나의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프고 힘들때마다 다른이에게 응석부리는 것도 문제지만 본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게 때로는 해결의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알리는 자체가 아니라 그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는 게 더 현명한 법이다. 


 순식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말의 힘을 새삼 깨달았다. 왜 조금 더 빨리 대화를 나눠보지 않았을까. 초등학생 시절로 되돌아가 새 친구도 다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p. 123

  말이란 언제나 그렇다. (조금 이기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정확히 말하고 제대로 전달했다면, 그리고 그 일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면 말하는 순간부터는 내 어깨에 있던 고민의 일부가(때로는 전부가) 상대방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나에겐 죽을 것 같았던 고민이 상대방에게는 깃털보다도 가벼운 일일 때도 많다. 그럴때면 내가 왜 이 말을 안하고 혼자 가슴앓이 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사실 말하는 것 자체에 필요한 용기를 생각하면 '그냥 말해!' 라고 쉽게 얘기하기도 어렵긴 하다. 하지만 기억하자. 당신의 얘기를 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일에 관심이 없거나 함께 해결해주려 노력하거나 둘 중 하나의 태도를 보이지 얘기를 한 사람을 죽이자고 덤벼드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으니 말이다. 겁내지 말자.


 그런 행동을 1년 동안 계속해봐. 그럼 주위에서도 포기해. 성격이란 건 기득권이야. 저놈은 어쩔 수 없다고 손들게 만들면 이기는 거지. - p. 151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부럽기도 한 성격이다. ' 난 원래 이런 놈이야. ' 라고 스스로를 규정지은 사람은 인간관계의 문제를 제외한다면 삶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꽤 편한 상황을 만들어간다. 거기에 주위사람들까지 그 규정지어진 성격을 인정하기 시작한다면 이제 모든 상황은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된다. 여기서 끝난다면 뭐 그 사람의 '기득권'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대부분의 사회생활은 그렇게 쉽게 일이 풀리지 않는다. 그 사람에게 가야할 일들이 나에게 돌아온다거나 그 사람의 편의를 위해 내가 희생해야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게 된다. 물론 나 역시 그렇게 행동하면 그만이지만 그런 성격은 후천적으로 만들어지긴 쉽지 않다. 그저 내 주위에 그런 사람이 없길 바랄 뿐이다.


 하는 수 없이 다쓰로도 거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휩쓸리는 거겠지.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렇지만 기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 하고 싶었던 것이다. - p. 170

 분명 괜찮을 것이다. 그런 기분이 든다. 무너져버릴 것 같은 순간은 앞으로도 여러 번 겪을 것이다. 그러 때마다 주위 사람이나 사물로부터 용기를 얻으면 된다. - p. 304

 앞 서 말한 '기득권 적인 성격'을 가지지 못해서 인지 아니면 그저 유리멘탈을 가지고 있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주위에서 혹은 회사일이 나를 향해 '죽어라, 죽어라!' 할 때면 누군가에게 기대어 그 사람의 결정에 따라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분명 '내가 결정한 게 아니야. 이건 너의 책임도 있어.' 라는 책임전가의 마음도 분명 존재한다. 기댄다는 건 내 상황을 해결해주기 위한 마음과 더불어 나에게만 주어진 책임을 나눠줬으면 하는 마음도 같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기댄 누군가는 고맙게도 그 마음을 다 알면서 기꺼이 내 책임을 나눠가질때가 종종있다. 그럴때마다 약한 내 모습에 화가 나기도 하면서 줄어든 책임과 결정들 덕분에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한다. 미안하지만 감사하고 창피하지만 다행이다 싶다.


 그의 소설을 읽다보니 마치 내 마음속 약한 마음을 들킨 거 같아 스스로에게 눈치를 보게 된다. 가볍게 읽고자 한 소설책에서 이런 기분을 받다니 그리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킬링 타임만 하게 만드는 소설을 읽고 난 뒤에 느끼는 공허함보다는 이런 창피함이 오히려 더 낫기도 하다. 

 하루만에 다 읽어버린 책이지만 생각은 하루만에 끝나지 않을 거 같다. 그의 다른 책들이 궁금하다.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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