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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Day 23 - 엘 칼라파테(El calafate)를 향하여... 하루종일 이동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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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Day 23 - 엘 칼라파테(El calafate)를 향하여... 하루종일 이동하다

추락천사 2017. 10. 3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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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미를 여행하면서 참 다양한 이동수단을 겪고 많은 당황함을 넘겼지만 이날 하루의 일정 만큼은 참 상상하기 어렵기도 할 뿐더러 국내 이동을 하면서 무려 2번의 환승을 하는 경험까지... 이 모든일의 전조는 그날 아침부터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몹시 단촐한 아침식사. 생각해보면 이곳 남미의 조식에서 과일이 없던 건 처음이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빵과 커피, 그리고 우유만 있어도 충분히 행복한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참고로, 바릴로체에서 엘 칼라파테를 가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버스를 타고 37시간 동안 장거리 이동을 하는 방법과 우리 같이 시간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비행기편(6시간)으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뭐, 여유가 있다면 버스를 타고 이동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시간이 금인 직장인들에게는 버스를 탈 만큼의 시간 여유가 없으니 본인의 상황을 잘 생각해서 선택하도록 하자.



 단촐하지만 그래도 분위기 만큼은 뉴욕(?)의 냄새를 풍겼던 조식. 그리 긴 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국내선을 거의 6시간이 넘도록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스케쥴이기 때문에 든든히 먹어둬야 했다.



 오늘 아침의 당황스런 상황 첫 번째. 분명 숙소에서 표시해둔 버스 정류장의 위치에서 하염없이 기다려도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가 오지 않는 게 아닌가. 30분이 넘게 기다린 끝에 더 이상 지체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주위에 물어보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한 블럭 위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는 걸 알고 그곳에서 탑승. 

 아래 보이는 버스 정류장에서 72번 버스(15페소/1인)를 타면 공항으로 갈 수 있다. 혹시라도 이곳 주위에서 헤매는 사람들은 아래 사진을 보고 잘 기억하도록 하자. 이곳 바릴로체로 넘어오던 고행을 생각하면 도시간 이동이 남미에서는 자칫 스케쥴을 엄청 꼬이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긴장이 됐다.



 일단 버스를 타고나니 1차 안심. 부지런히 움직이느라 제대로 씻지도 못했지만 어쨌든 공항에 무사히 도착! 이제 여기서 비행기만 타면 만사형통이다. 날씨도 우리 마음을 아는지 괜히 불안하게 비를 내려거나 하지 않았다. 다행이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비행기를 탑승하라는 방송이 나오질 않는다. 기다리는 도중에 연착이 된다는 방송과 함께 한시간 뒤에나 출발한다는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뭐, 출발 안한다는 것도 아니니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결국 비행기는 2시간이 넘도록 출발하지 않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거의 3시간 뒤에나 출발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이유라도 설명해줬으면 하는 아쉬움. 그래도 일단, 비행기는 출발한다. 오예!

 그런 기쁨도 잠시. 곧 비행기에서 승무원들이 뭔가를 얘기하는데... 알고 보니 '또 알 수 없는 이유로' 바릴로체에 바로 가지 못하고 로사리오란 도시에 잠시 들린다고 한다. 응? 왜지? 우리는 바릴로체에서 남쪽으로 향해야 하는데 로사리오는 북쪽에 있는 도시가 아닌가. 뭐, 이미 날 태운채로 이동하는 비행기에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우리를 안전하게 이동만 시켜달라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첫 번째 환승. 이제 어디로 이동하나 싶었는데, 우리의 최종 목적지였던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간다는 게 아닌가. 응? 왜지? 이쯤되니 슬슬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뭐, 오늘 안에 도착은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부처가 되가는 느낌.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하자 다시 환승을 해야된다며 우리를 안내하는 직원. 저 표시가 항공권을 대신하니 잘 보관하고 있어야 했다. 덕분에 미리 부에노스 아이레스 땅을 밟아 봤으니 좋아해야 하나?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나 처럼 뭔가 포기 상태가 된 건지 표정들이 한결같이 밝았다. 그래 여행하는데 이왕 벌어질 일에 스트레스까지 받으면 본인만 손해 아닌가. 그렇다고 신들릿 듯한 영어로 가서 따질수도 없는 노릇이고.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무려 국내선 2번의 환승 끝에 엘 칼라파테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하자고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 장면이 꽤 감동적(?)이서 동영상으로 남겨둔 거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참고로 이곳 남미에서는 비행기가 착륙하면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전통(?)이 있나보다. 그 동안 국내선으로 이동하는 동안 대부분의 비행기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준 걸 보면 말이다. 오늘이 다른 날과 달랐던 건 사람들의 박수와 함께 환호성이 튀어나왔다는 것 정도랄까.



 아침일찍부터 엘 칼라파테에 가기 위해서 무려 비행기를 2번이나 갈아타고 이동을 했다. 시간이 아까워 비행기를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12시간 가까이 걸려 이동하고보니 중간엔 짜증 비슷한 감정(?)과 더불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거 같아 허무한 느낌까지 들었지만, 함께 이동했던 다른 사람들의 밝은 기운 덕분에 덩달아 나도 이 비행을 즐기기 시간한 거 같다.

 가끔은 여행을 하면서 원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그리고 계획했던 일이 틀어질 때도 있다. 그럼에도 웃을 수 있는 그들의 여유가 부러웠고 나도 덕분에 망처버릴 수 있었던 추억을 이렇게 웃으면서 기억할 수 있게 됐다. 여행은 모든 순간이 즐겁고 그걸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는 건 내 자신의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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