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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Day 11 - 라스 벨라스(Las velas), 태양의 섬의 느리지만 아름다운 식당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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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Day 11 - 라스 벨라스(Las velas), 태양의 섬의 느리지만 아름다운 식당

추락천사 2017. 9. 10.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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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이란 건 눈으로 즐기는 게 반, 먹는 게 반이라고 했던가. 태양의 섬에 와서 티티카카 호수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나니 이제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좀 더 쉬곳 싶었지만 태양의 섬에 오기 전 부터 꼭 한 번 가고 싶었던 식당으로 가기로 결정한 건 그 식당의 약간은 황당한 소문을 익히 들었기 때문이다.

 전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을 뿐더러 주문이 들어간 뒤에야 근처에서 재료를 조달해서 한땀 한땀 만들기 시작하는 신기한 식당. 덕분에 하루 종일 5~6개 이상의 주문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전설의 식당. 자칫 하루밖에 없는 태양의 섬 저녁 식사를 대충 때울 수 있기 때문에 부랴부랴 식당을 향해 움직였다.

 식당을 가기 전 약간 시간이 남아서 동네 구경도 할 겸 살짝 도는 길을 택했다. 역시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길이 한정되어있기 때문에(차가 다니긴 하는 걸까?) 이런 말들이 사람과 함께 걸어다닌다. 덕분에 지나다니는 길 중간 중간에 말들의 배설물이 도사리고 있으니 발걸음 하나하나 조심하도록 하자.



 태양의 섬 이란 말 때문인지 유난히 태양 빛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어느 곳에 앉아도 따뜻하게 내리쬐는 태양 빛이 덥지도 불쾌하지도 않아서 마냥 쉬고 싶게 만든다. 이곳 사람들이 느긋하게 보이는 것도 아마 나와 같은 기분을 하루종일 받기 때문이지 않을까? 바쁘게 살아왔던 생활들이... 참 허무하게 느껴진다.



 섬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북섬을 돌아서 가도 쉽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식당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표지판이 쉽게 눈에 띄기 때문에 구글 맵만 잘 보고 다닌다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이 표지판이 없다면, 정말 내가 제대로 가고 있나 싶을 만큼의 황당한 숲길이 나온다. 하지만 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게 아니니 걱정 말고 직진하자. 

 설마 저긴가? 하는 건물이 나온다면 바로 그곳이 오늘의 목적지임에 분명하다. 가는 내내 다른 건물을 보지는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건물 앞에 가기 전까지는 '이곳이 오늘 문을 여는 건 맞나?' 싶을 만큼 황량하다. 사람도 없고 안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느낌도 없을 뿐더러 가게 자체가 '나 지금 영업하고 있습니다.'란 그 어떤 단서도 찾기 힘들 만큼 조용하다. 



 일단, 도착했으니 우리와 함께 온 루시도 사진 한 컷. 왜 썩소를 짓고 있는 모양으로 찍혔지? 어쨌든 뒤로 보이는 저 풍경이 이 가게가 독점한(?) 풍경이라니...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 아닌가 싶다. 이 정도 풍경이라면 주변에 멋드러진 카페가 즐비할텐데 말이다.

 하지만, 여긴 남미이고 볼리비아이며 그 안에서도 태양의 섬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이곳의 주인아저씨인 두 분. 일단, 아저씨가 보이면 주문부터 해놓자. 앞에 얘기했지만 주문 순서대로 음식 준비를 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2시간안에 음식을 먹고 싶다면 선 주문 후 감상이다. 농담으로 들리겠지만... 뭐, 겪어보면 안다. 주문하자.



 일단, 무사히 주문을 마쳤으니 이제는 다시 주위 풍경을 구경하는 시간. 식당 앞에 이런 풍경이 펼쳐질 수 있단 사실에 새삼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고층 빌딩의 스카이 라운지에서 마천루를 바라보는 풍경도 나름대로 멋지고 매력적이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감동을 준다. 절로 숨이 쉬어진다고나 할까.

 특히나 저녁 노을이 지는 순간의 풍경만큼은 넋을 잃고 바라볼만큼 아름답다. 굳이 이곳 식당이 아니라도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만큼 말이다.



 우리가 이곳에 간 시기는 남미의 겨울 시즌이라 야외에서 식사를 하기엔 추웠지만 여름이나 가을쯤만 됐어도 이곳 야외에서 먹는 호사를 누리는 것도 좋을 듯 해 보였다. 밤이 되면 불빛하나 없이 너무 어두워지는 게 흠이긴 하나 티티카카 호수를 바라보면서 저녁을 먹을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오래된 가스 오븐 하며, 정말 제대로 운영되는 가 싶을 만큼의 정리되지 않은 카운터. 그나마 테이블 만큼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총 4 테이블 밖에 없으니 밖에서 먹을 게 아니라면 4등안에 들어야 된다. 



 도착해서 주문을 한지 2시간만에, 자리에 앉은 시간부터 따지면 한시간이 넘게 기다린 끝에 가장 먼저 우리 음식이 나왔다. 여유롭게 카드를 하던 외국인 커플도, 혼자 책을 읽던 사람도 한 순간 모두 우리 테이블에 시선이 쏠린다. 역시 한국인의 부지런함이 여기에서 득이 된달까.

 약간 아쉬웠던 건 우리를 제외한 다른 테이블에서는 모두 송어 요리를 시켰다는 점. 아마도 이곳 대표 요리가 아니었을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다시 주문했다가는 이곳에서 밤을 새야 할 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냥 미리 주문한 두 요리로 만족하기로 했다. 물론, 이 요리들 역시 (기분탓인지 모르겠지만) 몹시 건강한 느낌이었다. 

 주문을 한 뒤 그제서야 밖에서 채소를 가져와 하나씩 손질하는 거하며, 어둑해지자 머리에 후레쉬를 쓰고 일하는 모습까지 Organic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는 조리과정을 보고나니 음식 자체보다도 그 과정에 이미 반해버렸다고나 할까.


 뭐든지 바쁘게만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거 같다. 하지만 이곳 식당에 앉은 뒤 부터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 처럼 당연한 듯 한끼 식사를 위해 수 시간을 기다리고 기꺼이 그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이상해야 하지만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성격이 급하다고 생각했는데 음식을 기다리는 내내 전혀 조급하지도 이상하지도 않았다. 내가 바뻐하는 건 어쩌면 급한 내 성격이 아니라 너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의 속도에 억지로 나를 맞추려 드는 것 때문이지 않을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한 끼의 식사를 한 걸음 한 걸음 느긋한 속도로 즐기고 싶은 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식당이다.


 [지출내역]

 저녁식사 : 110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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