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즐거움

[일본/훗카이도] Day 07 - 삿포로의 심장, JR타워와 다시 방문한 다루마 본문

여행/일본_훗카이도_2017

[일본/훗카이도] Day 07 - 삿포로의 심장, JR타워와 다시 방문한 다루마

추락천사 2018. 10. 21. 09:39
반응형

 마루미커피에서 조용히 커피한잔을 마시고나니 벌써 해가 지고, 저녁이 됐다. 이제 삿포로의 도시 모습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JR타워만 둘러보고나면 오늘 하루의 일정이 거의 다 마무리. 종일 걸어다닌탓에 살짝 지치기도 했지만 남산에서보는 서울의 모습만큼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다면야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한국에 살면서도 남산타워를 다녀온일은 2~3번 밖에 되지 않은 듯 싶다. 그 중에서 타워 위까지 올라간건 1~2번 정도 되려나? 한 도시의 모습을 오롯이 내 눈에 다 담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데, 그 동안 가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관심이 없었던 듯 싶다. 한국에 돌아가면 꼭 다시 남산 타워도 가봐야겠다는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면서 JR 타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별 생각없이 걷던 중에 도시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하얀색 목조건물을 발견했다. 130여년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고 있는 삿포로시의 관광지중 하나인 '삿포로 시계탑'이다. 정식 명칭은 '구 삿포로 농학교 연무장'. 지금도 매 시간마다 종소리를 알려주며 그 시간이 틀린적이 없다고 한다. 낮에는 내부를 구경할 수 있으며, 그 시간에 맞춰 가면 시계의 동력인 시계추를 돌리는 것도 함께 볼 수 있다고 하니 시간이 맞는 사람들은 오랜 역사도 느낄 겸 내부 구경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듯 하다.

 아쉽게도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너무 늦은 저녁이라 겉 모습밖에 볼 수 없었다. 기계 장치가 100년이상 그 형태를 유지하는 것도 신기한데 여전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걸 보니, 이 시계를 만든 사람도 그리고 그것을 유지 하고 있는 일본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살짝 밖으로 나와 찍으니 온화했던 풍경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귀신의 집 같은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사실 근처의 건물들은 모두 현대식 빌딩으로 바뀐 것에 비해 이 건물만 하얀 목조건물에 주위는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만 있으니 살짝 으스스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다. 

 이제 진짜로 오늘의 목적지인 JR타워를 찾아가야 한다. 헌데, 어느 곳으로 가든 JR타워 방향이라고 적혀있긴 한데 그 입구를 찾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모든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거 같은데 어딜 가도 입구가 나오지 않는 그런 신비한 경험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삿포로의 지하도가 우리나라의 강남역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거대할 뿐만아니라 연결된 건물이 워낙 많아서 더 쉽지가 않았다.



 패기 넘치는 엘리베이터. 38층 외에는 어느곳도 들릴 수 없다. 뭐, 간단하니 좋네. 38층으로 향한다.



 이곳에 올라와서 보니 계획도시로 건설되었던 삿포로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사실 삿포로라는 지명은 '건조하고 넓은 땅' 혹은 '큰 습지가 있는 곳'에서 유리됐을 만큼 사람이 자연스럽게 살기에 적합한 땅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훗카이도의 개척의 거점을 세우기위해 메이시 시대 초부터 계획적으로 도시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 결과 도시의 도로들이 보이는 것 처럼 그리드로 잘 정비되기에 이르렀다. 그 동안 여러 계획도시들을 봐왔지만 이렇게 한 눈에 도시를 본 적은 처음이라, 계획도시의 반듯함에 살짝 놀랬다. 

 개인적으론 이런 반듯함에서 오는 계획성보다는 한국의 도시처럼 난 개발(?)로 인해 어지럽게 얽혀있는 도로들이 보여주는 복잡성이 더 마음에 들긴 한다. 물론, 운전하거나 길을 찾을때는 꽤나 난감함일이 많긴하지만 밤의 야경을 바라볼 때 보여주는 그 아름다움은 인간에 의해 의도적으로 그려진 이런 모습보다는 더 사람사는 곳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도시의 정갈함 보다는 시골의 포근함이 더 좋은 것과 비슷한 이유려나.

 물론, 아파트에 사는 게 더 편하긴 하지만 말이다.



 JR타워 38층 한 가운데에 커피와 간단한 음료를 판매하는 곳도 있으니 늦은 밤 피곤한 사람들은 바로 내려가지 말고 잠깐 이곳에 앉아서 커피와 함께 야경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다시한번 기운내서, 두어바퀴 더 돌아봤다. 역시나 어느 면으로 바라봐도 비슷한 도시의 모습. 그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역시 서울처럼 각 방향마다 전혀 예측할 수 없을만큼 다른 모습이 더 마음에 드는 거 같다. 



 어떤 모습에서는 부럽도 혹은 조금은 아쉬운 모습을 한 삿포로. 잘 구경했습니다.

 이제, 슬슬 배가고파오기 시작했다. 사실 JR타워에 올라오기 전부터 배가 고프긴 했는데, 동선이 꼬일 수 있어서 일단 여기까지는 들르자는 생각으로 왔던터라 꽤나 허기져 있었다. 근처에 아무 집으로나 들를까도 생각했지만 여행와서의 한끼, 그것도 저녁 식사 만큼은 제대로 먹어야 나중에 후회가 없기에 미리 생각해두었던 삿포로 양고기집 '다루마'로 향했다.



 삿포로 여행 초반에도 한 번 들렀던 곳인데, 워낙 맛있게 먹었던 곳이라 꼭 한 번 다시오고 싶었다. 여행 기간이 좀 더 길었다면 몇 번이라도 더 왔을텐데 일주일이란 시간에 가야할 곳이 많았던 지라 아쉽게도 2번밖에 오지 못한 곳. 참고로 다루마는 블럭안에 몇 개나 있어서, 혹시라도 만석이라면 근처에 있는 다른 곳으로 가면 된다. 우리가 여행할 때에는 3개 정도 있었던 거 같고, 지금은 1~2개 더 늘었을 듯 싶다. 저녁 시간에는 어김없이 만석이었던 곳.



 다루마를 가게되면 이렇게 주방을 바라보며 먹는 구조를 발견하게 되는데, 좁기도 좁을 뿐더러 단체로 가면 서로 얘기하면서 먹을 수가 없는 구조라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지점을 가든 이 인테리어를 고수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나라처럼 10여명이 가서 먹는 회식문화가 적고 1~2명이서 간단하게 즐기는 일본사람들의 문화가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 너무 시끌벅적하지 않고 2명이서 단촐하게 먹을 수 있는 이 구조가 아내와 함께 여행하는 나에겐 안성맞춤. 고기도 맛있었지만 아마 이 소박한 분위기도 내가 이곳을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가 됐던 거 같다.



 저 소박해 보이는 고기와 맥주 2잔, 그리고 고슬고슬한 밥 한공기면 두 명이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물론, 고기가 조금 모자란 감이 있는 사람들은 1인분 정도 저 추가하면 그만. 참고로 고기 욕심이 있다고 둘이서 4인분을 시키면 대부분 남기고 가는 모양이니, 아무리 맛있어도 일단 2인분 그리고 추가로 1인분 정도만 시키도록 하자. 



 최근엔 한국에서도 삿포로식 양고기집이 많이 생겨서 익숙한 장면이지만 처음 이 고기굽는 장면을 접했을때는 꽤나 낯설었다. 고기 몇 접 없이 온 통 양파와 파가 가득한 모습. 거기에 개인용 숱불을 그냥 무쇠 불판에 넣어서 테이블위에 올려놓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고기집 전용 테이블처럼 주위에 공기를 빨아내주는 장치도 없어 연기가 너무 나거나 제대로 고기가 안 익으면 어쩌나 살짝 걱정됐는데, 한 끼 식사를 마칠 때까지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한 동안 다시 만나기 힘든 다루마였기 때문에, 이 날은 맛있는 고기도 즐겼지만 되도록이면 이곳의 풍경을 눈에 담아두려고 노력했다. 불편하지만 나와 일행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 이 테이블. 맛있는 고기와 기분 좋은 상차람. 무엇하나 버리고 갈 게 없었던 이곳 다루마의 추억. 



 맥주 한잔에 맛있는 고기를 먹고 나오니 삿포로의 밤도 다 저물어갔다. 늦은 밤에도 자신의 여행을 위해, 삿포로를 조금이라도 더 느껴보기위한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내. 나에겐 이제 마지막 밤이라 그런지 괜히 더 아쉬워만 갔다. 



아직 내일 하루가 남았지만,

마지막 삿포로의 밤에게 작별인사.

사요나라!



반응형
Comments